스포츠 선수는 복장으로 말한다
스포츠 선수는 복장으로 말한다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01.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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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스포츠는 대개 경기장 안에서 선수가 경기를 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관중이 즐기는 구조다. 그러나 스포츠마케팅의 진정한 가치는 TV 등의 미디어를 통한 경기장 확대에 있다. 경기장의 공간적 확대는 관중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관중과 시청자는 소비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 이청용, 이승엽, 신지애, 샤라포바, 타이거 우즈, 호나우도 등 수많은 운동선수들은 이러한 구조 속에 존재한다. 선수들은 관중이나 시청자 속에 팬으로 존재하고, 기업은 다수 소비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매체로서 스포츠 스타에 집중한다.

기업들이 유니폼을 노출시키는 방법은 크게 팀과 개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스폰서는 나이키였다.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때마다 새로 디자인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다. 물론 나이키는 한국팀 뿐만 아니라 브라질, 미국 등 9개국 스폰서다. 패밀리 브랜드인 엄브로는 영국팀을 후원했다. 반면 아디다스는 독일, 스페인, 일본, 남아공 등 12개국으로 본선진출 32개국 중 가장 많은 스폰서를 차지했다. 푸마는 가나, 이탈리아, 스위스 등 7개국 스폰서였고, 이밖에 이탈리아 브랜드 레지아가 북한을, 미국 브룩스가 칠레를, 스페인 호마가 온두라스를 각각 후원했다. 이중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스폰서 승자는 우승국인 스페인을 후원한 아디다스가 차지했다. 아디다스는 결승전을 포함해 월드컵 내내 TV나 신문, 온라인 등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었다.

나이키의 경우 월드컵 때마다 유명 디자이너를 통해 전세계 후원팀의 유니폼을 같은 디자인으로 교체하면서 국가별 컬러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월드컵을 앞두고는 국가대표팀 유니폼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일반에게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유니폼 통한 브랜드 노출…홍보 효과 막강

월드컵뿐만 아니라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단체 유니폼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명선수들은 개인 스폰서 기업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2개 스폰서로 인해 권리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일부 선수들이 개인 스폰서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시상식장에서 팀 유니폼이 아닌 별도 유니폼이나 점퍼를 착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기업 간 분쟁이 생길 여지도 있다.

2007년 나이키는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앞두고 아디다스와 입찰경쟁을 하면서 대표선수들의 운동화 착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나이키 운동화가 아닌 다른 축구화를 신어 계약을 위반한다는 것이었다. 나이키는 결국 2007년 당시 대한축구협회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490억원(현금 250억, 현품 240억) 후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서 나이키와 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축구화를 선택해 신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쳐 소급 적용키로 했다. 타협이 이뤄지긴 했지만, 개인스포츠용품인지 유니폼인지 정확한 계약규정을 만들지 않으면 문제 소지는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팀 유니폼은 소비자들에게 의류상품을 파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가대표팀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단, 프로축구단처럼 관중이 많은 종목의 경우에도 구단들은 별도로 스포츠 의류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즉 첼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롯데자이언츠, 수원블루윙즈 등의 유니폼은 대개 스포츠의류회사와 구단의 계약에 의해 공급되고, 구단의 상품화 권리를 확보해 기업들이 팬들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스타 개인 후원에 대한 기업의 가장 큰 권리는 유니폼 스폰서와 기업광고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나연 선수다. 2010년 LPGA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받은 최나연은 9개 스폰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최나연의 모자, 의상, 골프백 등에는 SK텔레콤, 대우증권, 헤지스골프 등의 로고가 노출된다. 이들 스폰서 금액만도 15억원에 이른다. 그만큼 경기 중계라든가 보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폰서 유무, 선수 가치 평가 잣대

골프 선수는 경기 중 골프의상이나 모자 등을 착용하기 때문에 스폰서 노출이 용이하지만, 김연아 선수처럼 피겨의상을 입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대신 피겨종목에는 경기를 끝내고 점수를 기다리는 대기석이 있는데 여기를 ‘키스 앤 크라이 존(Kiss& Cry Zone)’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이 경기 결과를 지켜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 장소에서는 트레이복을 입을 수 있다. 김연아 선수의 운동복을 보면 국민은행과 현대자동차 등의 로고가 노출된다. 한때 김연아 광고를 하는 기업이 25개까지 이르렀지만 이들 기업이나 브랜드 모두 의상이나 유니폼을 통해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 계약에 따라 제한된 스폰서만이 키스 앤 크라이 존이나 평소 운동복에 로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

경기종목에 따라 TV 중계나 사진 노출시 선수들의 의상 어디에 로고를 보이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한 홍보 포인트가 된다. 축구선수의 경우 가슴이나 등이 가장 잘 노출되지만, 골프 경기에서는 모자를 쓰기 때문에 모자 정면 광고비가 가장 비싸다. 가슴 또는 어깨 등의 부위도 노출도가 크다. 수영선수들은 워낙 의상이 간단하기 때문에 작은 브랜드 하나도 눈에 잘 띄지만 특히 수영 모자를 많이 활용한다. 또 운동복의 경우 경기복 뿐만 아니라 외출 트레이닝복 등 다양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인터뷰 등을 통해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선수 측면에서 보면 양복 정장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요미우리자이언츠 등 선진구단들은 구장 밖 이동시 정장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구단이미지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선수로서의 품위유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골프대회의 경우 프로암 파티가 대회 때 마다 열리는데 미국에서는 주로 선수들에게 정장차림으로 참석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암 파티 때 정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KLPGA 시상식은 여성 프로골퍼들의 의상 경연장이 될 정도로 의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물론 유명선수들은 유명디자이너의 의상 협찬을 받아 활용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김연아 아이스쇼에 초대된 선수들의 공연 의상을 디자인해 제공한 바 있다. 제일모직은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에 란스미어 정장 양복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는 브랜드 노출보다는 언론을 통한 간접적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스타는 움직이는 홍보매체라고 하는데 그 핵심 의미는 경기의상을 통한 브랜드 노출이다. 선수가 얼마나 가치 있는 대우를 받느냐는 것은 성적이 중요하지만, 결국 얼마나 많은 또는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와 만나고 있느냐는 부분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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