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이 주는 의외의 경험,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채널이 주는 의외의 경험,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2.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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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특성 활용해 소비자 회피를 막아라

[더피알=안선혜 기자] 잘 만든 광고 하나로 전국의 안방극장을 뒤흔들던 시대는 지났다. 복잡다단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인 채널 자체에 집중하는 건 당연지사. 표현물의 크리에이티브에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로 눈이 옮아가고 있는 이유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린 세로 영상 양옆으로 검은바(black bar)가 생기곤 한다. 그저 해상도 차이로 남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자리가 비영리 시민사회단체(NGO)를 위한 광고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광고회사인 JWT브라질이 기획한 아이디어로, 참여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캠페인 사이트에 영상을 올리고 원하는 NGO를 선택하면 된다. 이용자들은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광고에 자연스레 눈길을 주게 되고, 이 덕에 50여개 NGO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4000만 이상의 노출을 얻었다.

각 광고가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콘텐츠 자체에 있지 않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자리,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에 광고가 들어선 점이 사람들의 허를 찔렀다.

광고의 내용보다 광고를 담는 그릇인 미디어에서 의외성을 끌어내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미디어 크리에이티브(media creative)’ 전략. 미디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전반을 두루 이르는 용어로 해석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최근까지도 유효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옥외광고나 브랜드 필름, 장초수광고(60초 이상의 긴 광고) 등을 설명할 때 집중됐다면, 지금은 그 활용 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이다. 일단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굉장히 많은 매체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연계한 기술적 접근도 늘어나면서다.

일례로 코카콜라는 지난 2015년 ‘역사상 최초의 마실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이란 타이틀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한 캠페인을 선보였다. TV, 라디오, 옥외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진 이 광고 캠페인은 그저 병에 담긴 콜라를 따르는 장면이 나오거나 콜라 따르는 소리를 들려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광고가 노출되는 TV, 라디오, 옥외 미디어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화면에 잔이 표시되고 콜라가 따라지기 시작한다. 한 잔 가득 담긴 후에는 코카콜라 제로를 마실 수 있는 무료 쿠폰을 제공한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으로 소비자 경험의 폭을 더욱 확장시키고 신선한 느낌을 제공한 시도다.

미디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건 소비자들의 광고 회피가 보다 빈번해지면서다.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는 “TV본방을 보지 않는 시대다. 얼마든지 광고를 스킵할 수 있고, 단말기는 다양해졌으며, 다시보기를 통해 방송을 시청한다”며 “매스광고 효과가 떨어지면서 새로운 매체를 발굴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라 말했다.

서기환 애드쿠아인터렉티브 국장은 “접점이 다양해졌다”며 “채널 선택의 가짓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을 먼저 기획하고, 그에 맞는 크리에이티브 개발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with 테크놀로지

미디어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Media is the new creative)라는 관점이 생겨나면서 기술은 보다 주목받고 있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진부함에 실증내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줄 강력한 장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승재 웨버샌드윅 코리아 이사는 “미디어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다라는 말에서 미디어는 테크미디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칸 광고제의 흐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술의 접목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스웨덴 제약회사인 아포텍 예타트(Apotek Hjartat)는 최근 스톡홀름 시내 버스쉘터에 내장형 연기 감지기를 설치해 흡연자가 지나갈 때마다 광고판 속 모델이 기침을 하도록 했다. 새해를 맞아 시민들이 건강한 습관을 얻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금연 캠페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에도 헤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지하철 플랫폼에 LCD 패널을 설치하고, 지하철이 들어올 때마다 광고 속 모델의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광고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때도 패널에 바람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를 구현했다.

펩시가 지난 2014년 선보인 광고는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옥외광고로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버스쉘터 창에 비친 주변 길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호랑이가 돌진하는 등의 돌발 상황을 실감나게 연출해 화제가 됐다.

테크놀로지 자체를 미디어로 활용해 크리에이티브를 높이는 접근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 이사는 “해외에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creative tehcnologist)라는 타이틀의 직종까지 생겨났다”며 “해외 유명 에이전시에는 이런 인력들이 많이 투입되고 있지만, 국내는 항상 시간이 없고 비용 이슈로 인해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치가 필요해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나, 미디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기술 중심적 관점이 지나치다는 해석도 있다. 반드시 놀라운 기술이 도입되어야만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실현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다.

일례로 최근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계정 홈 화면에 이미지가 세 장씩 배열된다는 점을 고려한 나름의 크리에이티브다.

▲ 여러장의 사진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연출한 나우(nau) 인스타그램.

블랙야크의 친환경 라이프웨어 브랜드인 나우는 자사 인스타그램에 네 장의 사진을 모아 진행 중인 캠페인 명인 ‘리사이클미(Recycle Me)’ 글자를 완성하는가하면, 세 장의 사진을 가로로 이어 재생 깃털을 주고받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자사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 서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세 장씩 연달아 올린다. 할인 행사인 그린데이를 알리면서도 세 장의 이미지가 합쳐져 글자가 완성되도록 했고, 각 라인의 제품을 소개하면서도 세 이미지를 합쳐서 전체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작은 사진들이 모여 플랫폼을 구성하는 매체 특성 상 사진 한 장에 여러 개의 글자나 제품을 모두 담는 것보다는 사진을 연결해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이 가시성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올려 서로 연결되는 각 사진을 클릭하면볼 수 있게도 했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스킵(skip)할 수 있는 5초가 지나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이용자들에게 이 시간을 강렬한 이미지로 소구하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일례로 아우디는 자사 모델인 R8의 ‘제로백(엑셀을 밟아 시속 100 km 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3.2초가 사실을 알리기 위해 5초 동안 굉음과 함께 달려가는 R8을 보여준다.

서기환 국장은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작업과 기존 미디어에 크리에이티브를 입혀 가치를 향상시키는 작업”이라 말했다.

채널별 특징을 파악하고 광고 회피 현상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은 후자에 속한다. 가령 유튜브 광고는 보고 싶은 영상을 기다리는 형태이기에 사운드 효과로 몰입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고, 5초 스킵을 방지할 수 있는 형태로 크리에티브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3초 이내에 이탈하는 비율이 80% 이상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가 아닌 임팩트 있는 한 장면으로 소구한다. 또 이어폰을 끼고 보지 않기에 자막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 과거 페이스북이 상단 커버스토리와 작은 프로필이 나란히 배치되던 ui를 지녔을 때 나온 재치 있는 프로필.

마정미 교수는 “과거 미디어는 크리에이티브를 운송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미디어 자체가 중요해졌다”며 “광고를 이탈·회피하는 소비자들을 찾아가서 접점을 찾는 것이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라고 설명했다.

박두현 HS애드 차장은 “이제는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소비하느냐를 고민한다”며 “디지털은 워낙 개인화돼 있는 매체이다 보니 어떻게 수용도를 높일까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에 따라 콘텐츠 형태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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