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틀딱충’으로 만드는가
누가 그들을 ‘틀딱충’으로 만드는가
  • 박자연 (ofgb35@naver.com)
  • 승인 2017.02.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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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스토리] 일상화된 집단 폄훼 단어, 죄의식 없는 우리사회

‘틀딱충’은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극단적 보수 성향을 가진 노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노인 전체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틀딱충이라는 단어는 주로 박사모나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의 댓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비선실세, 이권개입 등의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났음에도 주로 노년층으로 구성된 보수단체가 여전히 정부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맘충’(MOM+蟲)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이는 ‘몰지각한 엄마’를 뜻하는 말이다. 2015년 8월 처음으로 인터넷상에 등장한 뒤 2015~2016년에만 7만여차례 가까이 사용됐다. 짧은 기간에 SNS에서 쉽게 쓰는 일반적 단어가 됐다.

틀딱충, 맘충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담고 있다. 둘째, 처음에는 그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기 위해 사용됐지만, 점차 그들이 속한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뜻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단순 혐오감의 표출을 넘어 일부의 문제를 집단 전체로 전가하고,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박사모,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의 댓글란에서는 이번에 치러질 선거에선 연령상한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틀딱충’들의 정치적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이지만,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의견에 대한 우호적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60%를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치 혼란의 문제를 그들 탓으로 여기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잘못된 판단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으니, 그들에게 투표할 권리를 빼앗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틀딱충이라는 용어로 인해 노년층 전체가 문제있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

▲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담은 신조어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맘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증가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일부 극성맞은 어린이와 이를 감싸는 부모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다른 손님들을 위해서라지만, 자칫 어린이를 둔 어머니 전체를 문제적 집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노키즈존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맘충’이라는 용어가 더 활발히 쓰일수록 아이를 가진 어머니는 활동반경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부의 과오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여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는 ‘꽃’에서 이름 부름과 동시에 존재가 이뤄짐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단어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집단에 대한 명명, 그리고 그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에 대해 항상 인식하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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