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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광고 속 20세기 여성고착화된 시선까지도 차별이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김치는 꼭 엄마의 손맛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주부는 설거지하고 세탁하는 사람인가? 여성에게 스포츠웨어는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치장의 하나인가? 일부 광고에선 여전히 20세기 여성상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한해 수많은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 속 성차별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고정관념을 공고히 하는 것까지 2016년은 유독 부적절한 성 인식이 담긴 광고들에 일침이 가해졌다.

우선 끊임없이 문제가 지적돼 온 ‘섹스어필’ 코드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i30는 여성의 상의가 젖어 가슴 실루엣이 드러나거나 치맛자락이 날리는 장면 등을 광고에 삽입했다. 이에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결국 문제의 장면들이 수정돼 전파를 탔다.

더 나아가 여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건드린 광고들도 있었다. 한화그룹의 불꽃축제 광고에는 일명 바바리맨이 등장해 눈총을 샀다.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 가운데 트렌치코트 속에 나체를 드러낸 바바리맨이 섞여있지만 여고생들이 개의치 않고 축제를 향해 달려간다는 내용이었다. 불꽃축제가 핫하다는 점을 나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한 시도지만 입길에 오르자 해당 장면은 편집됐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광고 자체가 도마에 오른 일도 있다. 2015 공익광고제 수상작으로 선정된 성범죄 예방 포스터로, 교복 입은 여학생 인형의 치마 아래 손을 넣어 성범죄를 표현했다. 여기에 셔츠 단추가 풀린 채 검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가해자는 장난이지만 피해자는 고통’이라는 카피를 넣었는데 가해자 입장에서 성폭력을 바라봤다고 지적됐다.

이렇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감행, 노이즈 마케팅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자는 꼭 이래야 하나요?

   
▲ 가해자의 시각에서 성범죄가 묘사됐다고 지적받은 공익광고공모전 수상작.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편협한 시각을 담아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광고들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는 홈페이지 문구가 문제가 됐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뭘 알겠나. 밥물도 못 맞춰서 끼니마다 죽 아니면 생쌀인데! 쇼핑과 뷰티 빼고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가 결혼 1년도 채 안 돼 추석을 맞았으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총선 광고는 화장품과 스마트폰은 꼼꼼히 고르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말하거나, 투표를 엄마의 생신으로 비유해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는 여동생을 나무라는 오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반대로 여성이 외모를 가꾸지 않는 것이 잘못인양 이야기하는 광고도 있다. SNP화장품이 웹툰 ‘마음의 소리’와 콜라보레이션 제품에는 ‘민낯을 보여주는건 실례예요!’ ‘못생긴 건 좀 괜찮아?’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것이 여성의 기본 소양이냐, 세상물정도 모르고 사회·경제 문제에 무관심하며 이기적인 존재라는 편견이 담겼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고착화된 여성의 지위를 그려낸 경우도 있다. 임신한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저출산문제를 해결하자며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공익광고 ‘아기의 마음’ 역시 취지와 달리 오히려 도마에 올랐다.

해당 광고에선 여자 아이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고 직장 상사는 일찍 퇴근하라고 한다. ‘오늘도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아이는 곧 임신한 여성으로 바뀌고 ‘엄마가 되는 기쁨, 모두의 배려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여성을 애 낳는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이 불편함을 토로했다.

애경이 주방세제 ‘트리오’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TV 광고 ‘진심을 이어가다’ 속 여성은 결혼 직후 임신했을 때, 아기를 키우고 그 아기가 자라 또 다른 아기를 낳을 때까지 설거지만 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여기에 ‘세월이 흘러 주방이 변하고, 식생활이 변하고, 위생관념이 변해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졌는데, 50년 세월동안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에 대한 고민이 제기됐다.

이렇듯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여성차별이 논의되는 것은 차별을 넘어 이제는 생존에 대해 위기를 느끼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의 공분이 여성차별적 이슈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에 대한 달라진 시각을 분명하게 보여 준 사례가 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같지만 다른 두 광고를 ‘달리는 여성이 대상화 될 때 VS. 달리는 여성이 주체일 때’라고 소개했다.

먼저 짧은 탑과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여성 아이돌이 조깅을 한다. 카메라는 빼어난 뒷태를 슬로우 모션으로 비춰주고 남성들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또 다른 광고는 도심을 달리며 남성과 경쟁하는 여성을 담았다. 타고난 신체적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엎치락뒤치락하며 레이스를 펼치는 ‘달리는 여성’을 이야기한다. 두 스포츠 브랜드가 운동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대비시킨 것이다.

‘젠더 감수성’ 높여라

그렇다면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광고인들의 젠더 감수성은 어떨까? 모 광고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크게 경험한 적은 없지만 광고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면 우선 우리 회사 제작물인지를 확인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성차별 논란은 보통 바이럴 등 재기발랄한 콘텐츠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광고 제작 과정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보고 및 검토를 진행하기 때문에 정제된 메시지로 만들어져 많은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광고회사 종사자 역시 “광고회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이 많은 조직으로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광고주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무엇보다도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모두 고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광고 제작자들이 광고의 파급력을 생각해 민감도를 갖고 최종 시사에서도 콘텐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것은 물론, 홍보적 관점에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지도 판단해보는 과정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실제 세상이 남녀가 평등하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의 모습을 광고라는 거울이 비춘 것”이라며 “성역할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정하고 건강한 흐름을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논란 자체가 개선 과정

그래서 이를 바꿔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광고PR실학회는 지난해 광고상에서 처음으로 양성평등 부문을 시상했다. 민간기업들도 양성평등 문화 조성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신설된 이 상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공중파와 케이블방송에서 송출된 광고를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육아하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미떼의 광고 ‘순해요’ 편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호흡하는 가족의 시간을 그린 레고의 ‘땡큐, 키즈(Thank you, kids)’ 캠페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을 후원한 여성가족부는 “광고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포함해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性)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제작·방영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양성평등 광고상을 통해 많은 모범사례들이 발굴·확산되고, 광고주인 기업들도 양성평등문화 조성에 더욱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는 차별과 비하의 의미가 담긴 길거리 광고물에 포스트잇으로 의견을 전하는 ‘포스트잇 액션’ 캠페인을 지난 가을 진행하기도 했다. 민우회 측은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차별과 혐오를 발견하게 되지만, ‘나만 예민한 건가?’ 싶어 표현하기가 어렵다”며 캠페인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성형외과 광고에 ‘외모얘기 그만 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광고들에는 ‘고조선이야 뭐야’, 나름 재치 있게 보이려고 쓴 음담패설에는 ‘안 웃겨요’ 등 지적하고픈 광고물에 메모지를 붙이고 인증샷을 찍어 공유했다. 누군가가 ‘웃자고 한 소리’가 또다른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변화를 만들자는 노력의 일환이다.

   
▲ 성차별 광고에 목소리를 낸 ‘포스트잇 액션’. 한국여성민우회

한 광고회사 관계자는 “광고가 너무 현실적이라서 생기는 문제들이고 문제를 느낀다면 행동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며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온 방향으로 합의해 가는, 광고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동현 대표 역시 “광고가 지극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수준을 유지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문제를 지적 받는다면 의도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통해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며 “기업도 젠더 이슈에 감이 떨어지면 사회적으로 매장될 만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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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성차별#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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