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에 말이 있다
말 속에 말이 있다
  • 최환규 (admin@the-pr.co.kr)
  • 승인 2011.01.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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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의 갈등 코치

예전 시골마을의 학교운동회는 마을 전체의 축제였다.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학교 운동장에 모여 함께 운동하고 응원도 하면서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농악대가 꽹과리를 앞세워 신명나게 등장하면 어린 아이들이 그 뒤를 쫓으면서 흉내를 냈다.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면 신이 나서 응원을 하고 순위에라도 들게 되면 마치 어른들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시간은 역시 점심시간이었다. 평소 집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들과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김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떠올랐을까? 아마도 학교운동회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학교운동회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이와 가장 유사한 경험을 떠올렸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들이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는 자신이 직접 몸으로 체험한 내용을 얘기하게 되는 반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자신의 과거 경험과 연결해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산 속 오솔길에 소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소나무 옆에는 바위가 있고 바위 뒤에는 오두막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대화 상대로부터 듣게 되면 과거 자신이 산에서 본 경치 중 가장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고 한다.

2초32, 2초46의 차이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에 반응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속에서는 그 말에 반응하게 된다. 2009년 MBC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방송한 일이 있다. 실험대상자 12명에게 ‘늙은, 노후, 은퇴한, 해질녘, 휠체어를 탄, 따분한, 황혼의, 쓸쓸한, 외로운’ 같은 단어를 보여 주기 전과 보여 준 후의 행동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 40미터를 걷는 동안 소요된 시간을 비교해 보는 실험이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실험에 따르면 12명 모두 단어를 보기 전보다 단어를 보고 난 다음 걷는 속도가 느려져 평균 2초32의 차이가 있었다. 반면 ‘스피드 있는, 열정적인, 신입사원, 부지런한, 스포츠, 승리, 유행을 따르는’ 같이 젊음과 관련된 단어를 보여줬을 때 단어를 본 모든 사람들은 2초46만큼 걷는 속도가 빨라지는 결과를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기억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듣게 되면 그 말에 연관되는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때 반드시 그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앞에 있는 단어 중 ‘늙은’과 ‘젊은’이라는 단어를 보자. 두 단어 모두 그저 종이 위에 적힌 단어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그 단어를 읽는 순간 우리 머리 속에는 그 단어에 해당되는 이미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젊은’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내가 경험한 젊음에 해당되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기운이 넘치고 생기에 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기분이 나도 모르게 내 행동을 활기차게 만들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싫건 좋건 일상에서 듣게 되는 모든 단어에 대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실험에서 ‘이미지’가 어떤 작용을 하기에 그저 단어를 읽었을 뿐인데 걷는 속도가 달라졌을까? 다음은 라이너스가 부른 연이란 노래의 일부이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여기서 꼬마들이 추운 줄도 모르고 연을 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즐겁기 때문이다. 가끔 PC방에서 며칠 동안 밤새워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의 뉴스를 접하게 된다. 아마도 이 사람은 즐거웠기 때문에 며칠씩 계속 밤을 새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즐거운 기분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우리가 즐거울 때는 상대방의 실수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관대히 대할 수 있는 반면 상대방과 갈등이 있을 때는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긴장되며 괴로운 마음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럴 때는 상대방이 아무리 우호적인 말을 하더라도 그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소통 북돋우는 유쾌한 대화를

내가 상대방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예를 들어 ‘바보야’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 내가 평소 친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친근한 표현으로 들리겠지만 친하지 않고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나를 공격하는 말로 듣게 되고 이런 말을 한 상대방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적개심을 드러내게 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바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상대로부터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대해주는 고객을 위해 일할 때를 생각해보자. 여기서의 고객은 외부의 고객일 수도, 내부의 고객일 수도 있다. 즐거운 기분을 느끼면서 신나게 일을 하게 되고, 업무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져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마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업무에 대한 성과도 향상된다. 이렇게 업무에 대한 성과가 향상되면 고객으로부터 또 다시 인정을 받고 더욱 신나게 일하는 선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즐겁고 신나게 일하면 일도 잘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게 된다. 즉 일터에서의 갈등도 줄어들게 되는데, 즐거울 때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집이나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이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를 즐겁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즉, 유쾌한 대화를 하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어떤 말을 하면 상대는 그 말에 해당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유쾌한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는 즐거운 경험을 떠올리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게 되고 일 할 의욕을 느끼게 된다. 유쾌한 대화의 좋은 점은 소통이 잘 된다는 사실이다. 잘 하라는 의미로 야단을 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머리로는 자신을 위해 하는 소리인줄은 알지만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상대가 나를 공격하네. 이 공격에서 안전하게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반격해야 해’라는 반응이 올라오게 되고 나를 야단치는 상대방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게 되면서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과 소통이 잘 되면 대화의 기회가 많아지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져 상대와 더 가까워지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즐겁고 유쾌한 대화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는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괴로울 때는 나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비하하게 된다. ‘아이구 바보야, 오직 못났으면 저런 사람과 함께 일할까?’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의욕이 떨어지게 되고 온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무기력을 느끼게 되면서 업무적으로도 낮은 성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때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은 업무 성과, 자기 계발, 건강 유지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우리가 세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주변환경에 에너지를 빼앗겨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 결코 어렵지 않지만 우리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하는 마법의 대화이다.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


고려대/

고려대 일반대학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일본 Kyoei System Bureau/

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코치협회(ICF) 인증코치(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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