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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읽는 동화 그리고 세상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 찍는 점자도서관

출판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자신의 일상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처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지식공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이 차별 없이 지식과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보다 나은 독서환경을 열어주기 위해 196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손끝으로 읽는 점자도서가 10만권 가량 구비되어 있고 전문적인 제작과 출판을 하고 있는 곳이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이종원

“타닥, 타닥…”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타자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점자 찍는 소리다. 기존에 있던 책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타자를 쳐야 점자형태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대량생산은 불가능하다.

점자도서관에서 펼치는 사업은 다양하다. 점자도서, 묵점자 혼용도서, 그림책에 점자 라벨을 붙인 통합도서, 약시자를 위한 큰 글자책 등 지금까지 수천여 종의 책을 발행했다. 가장 정성이 들어가는 책은 촉각 동화책이다.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글로는 표현이 어려운 사물의 느낌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입체적인 그림들을 중간 중간 삽입해 넣는다”며 “시각장애아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큰 환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글자 위에 점자를 병기한 ‘점.묵자 혼용도서’는 비장애인들도 함께 볼 수 있다. ⓒ뉴시스

북(book)소리버스는 한국점자도서관의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이다. 시각장애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인 셈이다. 어린이들은 교사들과 함께 점자도서, 촉각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직접 만져 보며 느낄 수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육 관장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소외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손끝으로 느끼는 세상이 아름다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한 점자도서와 촉각도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원

육 관장의 꿈은 책을 읽는 즐거움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운영난에 따른 고충이 적지 않았다. 공공시설이라고 하기엔 도서관은 낡고 협소했다. 부족한 재정으로 업무의 상당부분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회적인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일은 시혜가 아닌 사회의 당연한 의무이다. 책을 읽을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질 좋은 정보 서비스를 통한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할 때 ‘장애인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세상’은 앞당겨질 것이다.

   

이종원


서울신문 전 사진부장
현 서울신문 사진부 선임기자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종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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