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벼운 세로본능
이제는 가벼운 세로본능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7.03.0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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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큰 한 방보다 다량의 잽으로

[더피알=신현일] 전무후무한 8체급 석권, 필리핀의 영웅이자 상원의원이기도 한 매니 파퀴아오는 전성기 때 한 경기에 1000번의 펀치를 뻗었다. 아마추어가 보는 관점에서 복싱에 경량급과 헤비급의 차이는 한방을 통해 경기가 좌지우지 되느냐인데, 파퀴아오는 그 빠른 펀치 속도와 함께 강력한 펀치력을 함께 갖춘 몇 안 되는 경량급 선수이다. (전적 58승 중 38 KO승, KO율 65%) 

복싱 이야기 하다 뜬금없지만 최근에 전반적인 마케팅 성패도 큰 한방을 노리고 적은 펀치수를 기록하는 헤비급 선수보다는 파퀴아오 같이 잽을 엄청나게 날리지만 유효타가 많아 상대방에게 누적 데미지를 쌓게 하는 스타일이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다.

‘무게’ 중심에서 ‘속도’의 시대로, 그리고 ‘가로’의 프레임에서 모바일의 ‘세로’ 프레임으로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 점점 더 세로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

왠지 제품에 ‘오가닉(Organic)’이란 표시가 있으면 몸에 좋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다. 이제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정형적이고 조작된 맛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정형적인 그 무엇은 비선형의 복잡한 감정의 선을 매일같이 긋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느껴질 것이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잽을 날리다가 제대로 명중하는 비율을 더 극대화시키고, 빗겨간 잽에 대해선 빠른 복기와 함께 다른 잽을 날리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마케팅도 오가닉

지금의 시대는 ‘제품’의 가치보다는 ‘경험’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시대이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제품 자체에 대해서 높은 비용을 들여 큰 확성기로 소리를 멀리, 크게 보내는 것보다 내 앞에 있는 고객에게 그 제품의 경험을 상황 단위로 잘게 쪼개어 내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최근에 렌터카를 시작한 후발기업이고 다른 렌터카 업체보다 렌터카의 수나 대여 위치가 좋지 않다면 이런 오가닉함이 어떤가 싶다. ‘제주도에서 가장 편리한 렌터카 vs 제주 넘버원 카시트·유모차대여 렌터카 업체’.어린 아이와 함께 오는 부부 관광객을 위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주도 여행 시 카시트와 유모차는 렌터카를 대여할 때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나 여러 번 문의해야하고 실제 렌트 시 렌터카와 유모차&카시트를 각각 다른 곳에서 대여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렌터카 업체의 첫 질문은 “손님? 몇 개월이세요?”이다.

여행자의 어린 자녀에 초점을 맞춰 여행 시 아이로 인한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제거해준다면 그 자체로 해당 타깃과의 연결고리가 생기고 그 경험이 곧 네트워크로 이어질 것이다. 나와 상황이 유사한 친구부부와 지인들에게 이 렌터카 업체를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비싼 돈 들여 키워드 광고하고 배너 광고를 할 수 있지만, 광고 송출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젊은 부부들에게 이 메시지가 통할지 어떤 공감대가 형성될 지 지속적인 가설과 테스트의 실행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오가닉함을 고객과 매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이 영민한 ‘민첩함’이다. 고민의 시간은 짧게, 실행은 과감해야 한다. 그 고민의 시간이 짧고 실행의 잽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결국 우리 브랜드로 녹다운될 수 있는 시기를 노려 볼 수 있다.

세로형 라이프

얼마 전 현대카드가 오랜만에 현대카드다운 광고를 들고 나왔다. 가로의 TV화면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세로 기준으로 돼 있어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봐야 하는 티저 광고였다. 세로형으로 바뀌는 카드의 변화를 알리기 위한 광고였는데, 이 수고스러움에서 지극히 현대카드다움이 느껴졌다.

이전에도 세로형 카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카드 전면의 정보요소를 뒷면으로 빼고 세로형태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 생활 전면에서 카드 사용 형태가 세로화되면서 야기된 불편한 상황을 디자인으로 해결한 시도다. 위에서 언급한 ‘오가닉 마케팅’의 좋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좀 더 세로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기본적으로 가로는 좌에서 우로, 세로는 위에서 아래로’라는 시각적 움직임이 있다. 반응형 웹사이트나 원페이지 디자인패턴이 모바일을 위한 새로운 템플릿인데, 아직 서비스 전반에 이 세로를 위함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세로 전면을 활용한 세로형 광고가 적용됐는데, 흔히 잡지의 전면광고를 생각하면 된다. 인스타그램도 서비스의 동선이 게시물의 스크롤(위·아래) 형태, 큐레이션의 스와이프(좌·우 쓸어넘기기)가 있기에 이런 동선을 최적화한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모바일 중심의 ‘세로형 라이프’는 시작되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흐름이 넘어가겠지만,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영민한 민첩함을 보이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광고 형태든 서비스 형태든 세로를 극대화해보는 시도는 분명 유의미한 화두 던지기에 효과적이다.

틀에서 벗어나기

오가닉이든 세로든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라면 실제 집행까지는 쉽지 않다. ‘틀’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사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며 비용절감을 이끌어 매스마케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mass)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달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매번 관점을 달리하라고 하지만 필자부터도 과거 관습에 젖어 거의 몸부림 수준을 거쳐야 틀에 금이나 가는 수준이다. 틀에서 벗어나는 가장 첫 단추는 마케팅의 수순을 좀 더 앞으로 당기는 것이다. 무언가 만들어 던지는 행위 중에 이전에는 ‘던지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가볍게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신현일

브랜드컨설턴트에서 디지털의 매력에 빠져 현재 IT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서바이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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