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봉께 재미더라고”…‘막례앓이’ 낳은 71세 할머니의 무한도전
“해봉께 재미더라고”…‘막례앓이’ 낳은 71세 할머니의 무한도전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3.1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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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인터뷰]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손녀딸 김유라씨

[더피알=이윤주 기자] “너 시방 뭐하고 있는 거여.” 막 집으로 들어서는 자신을 촬영하는 손녀딸. 평소 소지품을 공개하는 게 유행이라며 다짜고짜 가방을 보자고 한다. “남의 가방을 왜? 너 할머니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허냐?” 그제서야 주섬주섬 내용물을 꺼내놓는다.

숱 없어 보일 때를 대비한 가발, 종류별 믹스커피, 약통에 든 흑설탕, 아플 때 먹는 머리 약, 깡통보다 병 음료가 저렴해 챙겨 다니는 병따개, 고기 먹다 더울 것을 대비한 부채, 이쑤시개 통에 든 면봉...

일상을 보여주는 소지품들이 왠지 심상치가 않다. 리얼해서 더욱 특별한 영상 속 인물은 올해 71세를 맞은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전라도 사투리와 재치 있는 입담, 촬영하는 손녀와의 케미가 더해져 SNS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팔로어 2만을 훌쩍 넘겼다. ‘막례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씨. @newrara 인스타그램

박 할머니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손녀 김유라 씨와 떠난 호주여행이 결정적이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함에도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현지음식을 보며 “노랭내나 못먹게쓰야”라며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됐다.

“손녀딸이 자꼬 사진을 찍더라고. 내가 너 무슨 시방 사진을 그렇게 찍냐 그랬더니 그것이 갔다 와서 올렸더라고요. 난 아무 부담 없이 그냥 찍었지.”

박 할머니는 호주 여행 당시 만났던 캥거루를 설명했다. “신기허더라. 무냐. 그. 너구리같은 거. 산에 튀어 댕기는 거. 거시기 그거 뭐여. 다리가 똑같은 줄 알았는데 뒷다리가 더 길어서 깜짝 놀란거시여. 흐흐흐. 나는 첨엔 노룬줄 알았어. 챙피시라.”

코코넛은 덤이다. “그 사람들(호주)은 박같이 생긴 것이 커가지고. 물 빨아 먹는거. 속은 안 먹고. 몰러. 유라가 할머니 챙피하다고 하지 말라는데. 신기하더라고.”

박 할머니와 손녀가 재미난 시도를 한 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박 할머니 언니 3명, 즉 김 씨의 이모할머니들이 모두 치매에 걸리면서 건강이 염려됐던 것. 그래서 치매예방을 위해 즐거운 활동을 제안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각별했어요. 식당일만 하시고 하니까.. 이모할머니 역시 치매 끼가 있으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두더지게임도 소개해주고 했거든요. 이런저런 식으로 즐길거리를 찾다보니 시작하게 된 거에요.”

이렇게 김 씨는 할머니의 PD역할을 자처하면서 일상 속 상황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었다. ‘치과 들렸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71년 만에 카약에 도전한 할머니’, ‘파스타를 처음 먹어봤어요’, ‘첫 연기 배우기 도전’ 등이다.

“우리 유라가 화장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 대충 찍어 바르는거여 하니까 한번 지가 볼라니까 할머니 평소 허던 식으로 편안하게 해보라고. 할머니는 바쁜 시간이라 항시 로션허고 스킨허고 같이 찍어 바르니께 누가 보면 창피하니까 허지 말어라 했었제. 뭐 늙어가꼬 이런 걸 해 막 뭐라 했는데 해봉께 웃기도 허고 재미더라고. 이젠 할머니 이거 한 번 해볼까 그러면 알았어하고 그냥 해보는 거여.”

손녀딸의 권유로 한 달 전에는 인스타그램에도 가입했다. 사진과 영상을 찍고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직접 글까지 쓴다. 짧게 남긴 멘트에는 박 할머니의 음성지원이 된다.

‘내가계란주우러온거슬알앗는지곡소리를내고난리가났어야 조금주운줄알았는되집애와서봐보니많이가져왔시야 지금이도녕상을보니가닭들아미안하고나’ - 닭 영상 인스타그램

박 할머니의 매력은 ‘꾸미지 않는 솔직함’에 있다.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 씨는 “할머니가 출연자, 손녀가 편집자라는 것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왜냐면 할머니를 제가 잘 알고, 할머니 역시 제가 편하니까 나올 수 있는 그림이니까”라고 했다.

반면 박 할머니는 자신의 인기요인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나는 그냥 인제 자연스럽게 했는데 왜 인기가 되었는가 모르겄네. 내 성격대로 했는디”라고 의아해했다. 

다만 주변 동년배 친구들의 반응은 좋다고. “친구들이 저녁에 잠 안오면 그거 틀어놓고 보고 잔다고 그러드라고. 야 그거 틀어놓으면 꼭 너 마주한 거 같다고. 며칠 전에는 카톡이 왔어. 나는 요즘 너 사진보는 재미로 산다고. 고생 많이 했는데 손자들 딸들 키운 보람이 지금 나오는구나. 성실히 사니까 이런 일도 있고나 연락이 오드라고.”

 

내가호주가서할아버지하고사진찌근거 이할아버지가열락없어야 어디로갔을가열락없어야 정드렇쓰가

박막례 (71세) 🇰🇷(@korea_grandma)님의 공유 게시물님,

이들이 인기를 끌면서 협찬과 광고 제안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매니저 겸 PD인 손녀 김 씨의 기준은 심플하다. “상업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라는 고민보다는 할머니에게 도움 되는 것만 하려고요.”

박 할머니는 현재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장사로 인해 바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재미난 영상을 찍을 거라고. 덧붙여 식당으로 놀러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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