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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미세먼지 안내판[유현재의 Now 헬스컴] 숫자 일변도 안내, 효용성 의문
승인 2017.03.17  09:15:46
유현재 서강대 교수  |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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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최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염려가 커지면서 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거나, 대응 행동에 충분한 가이드가 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자주 보인다.

   
▲ 수도권 등 중서부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관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어떤 환경오염 표지판에는 당일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기록된 미세먼지 농도만 덩그마니 명시돼 있다. 대기오염 현황이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에도 아황산가스 등의 농도가 수치로만 적혀있는 경우도 있다. ‘아황산가스 0.07ppm’ ‘미세먼지 8’ 등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도대체 일반인들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해당 안내판을 직접 기획하고 설치한 분들에게는 송구한 말이지만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난감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이기에 특정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개개인이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그 정도의 리터러시(literacy)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일반 시민들이 길을 걷다가 혹은 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와중에 숫자 일변도의 대기오염 안내판을 접한다면 상당히 답답히하면서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개중에는 ‘1시간 기준’ ‘OO 기준’ 등 해당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병기되거나 시간차를 두고 제공하는 안내판도 있다. 찬찬히 관찰해 본다면 수치 이상의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지나가다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에 집중하거나 몰입할 일은 많지 않다. 전광판에 빨강색 등 자극적인 컬러와 폰트로 숫자를 큼직하게 적어놓았으니 ‘오늘은 공기오염이 상당히 심각한가보다’ 정도의 느낌만 받을 것이다. 안내판의 존재 목적이 정보 인지와 그에 따른 행동 가이드라는 점을 미뤄볼 때, 지금의 미세먼지 안내판은 예산 대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상당히 안타깝다.

‘아황산가스 0.07ppm’ 의미는? 

이처럼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주체와 전달받는 대상인 공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심각해 보이는 안내판은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공해일 수 있다. 수치의 정확도 못지않게 그것이 의미하는 정도와 심각성의 수준 등이 빠르게 전달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정부 등 관련 주체가 나서서 대기오염의 수치, 명시 방법, 안내 형식, 의미 사항, 수치별 취해야 하는 행동 지침 등 일련의 사항들을 동일하게 매뉴얼화해서 사람들이 안내판을 접할 때마다 교육효과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서울 도심 대기가 뿌옇다. 뉴시스

정부의 다양한 기관, 공공 주체들이 사회구성원에게 공익적 사항을 전달, 확산시키고 이해도를 높이려 수행하는 광고·홍보활동 노력은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되는 추세다. 일방적인 통보나 단편적인 공시·공지 등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정책홍보’ ‘기관홍보’ 등의 개념 자체도 대단히 낯설거나 적절치 않게 받아들여진 시기도 있었다. 국가기관을 비롯한 공공 주체들이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있어 왜 굳이 별도의 예산과 노력을 투입해 ‘전달’ 혹은 ‘이해’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다. 해당 부서의 낭비 혹은 부적절한 자랑으로 여기는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공공 영역에서 과거와는 다른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 실현이 합리적인 연구 및 검토를 통해 최선의 내용을 완성한 다음, 국민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해 국민생활 속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정확한 전달을 위한 홍보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자칫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 관련 안내판에 대해서도 엄격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사회적 합의·쉬운 접근방식 필요

얼마 전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신호등’이 들어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세먼지 정도에 따라 마치 교통 신호등과 같이 녹색과 황색, 적색을 표시함으로써 멀리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미세먼지 신호등. 출처: 정책브리핑

초기에는 어린이대공원이나 몇몇 초등학교 등 주로 저 연령층이 많은 일부 장소를 중심으로 설치됐지만, 서서히 지자체별로 유사한 안내 시설들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간단한 안내판이 주요 타깃의 연령대를 막론하고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세먼지 안내판의 경우 조금 더 쉬운 접근방식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 관점에서 미세먼지 신호등의 효과성이 검증된다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의 알림 형식을 동일하게 만드는 노력도 건강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겠다. 통일된 방식이 적용되려면 신호등에 사용된 세 가지 분류가 대중들에게 좀 더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색깔별로 나쁨, 매우 나쁨, 좋음/보통으로 구분된 현 단계에서 더 나아가 개인이 취해야 하는 행동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함께 전달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동일화, 단일화, 간소화, 명확화 이전에 더욱 중요한 작업은 전달될 정보와 형식에 대한 효과성 검증과 합의다. 이같은 노력들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은 미세먼지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오염 요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단 환경오염과 관련된 안내판에만 앞서 논의한 사항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부 혹은 개별 공공기관에서 공익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안내판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전달하려는 내용이 명확하게 정리돼 있는지, 게시 내용의 의미를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 안내판이 대중으로부터 희망하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하고 보완하기를 바란다.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아주 작은 노력으로 소통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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