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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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3.1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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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방 탐구생활 모소영 대표

디지털에 둘러싸인 첨단 시대를 살아서일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신줄 놓기 일쑤여서일까. 아니면 ‘이꼴 보려 세금 냈나’ 자괴감 들게 만드는 이들 때문일까.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순간순간 헛헛함이 밀려온다. 가끔은 느리게도 걷고 싶고, 작고 소박한 것들을 눈에 담으며 힐링이 절실하다. 이런 요즘, 소통을 업(業)으로 삼는 이들이 작은 책방을 열며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또 다른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의 연남동, 그녀가 있는 ‘빌려보는 책방 탐구생활’은 썩 잘 어울렸다. 비를 뚫고 만나러 간 탐구생활 모소영 대표는 그냥 ‘소영씨’가 편하다며 반겼다.

소탈해 보이는 그녀의 성격과 닮은 공간을 ‘탐구’하려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 이사의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1층에서 2층으로.

▲ 빌려보는 책방 탐구생활 내외부 모습. 사진: 서영길 기자

책 사이에 억지로 자리를 잡고 앉은 소영씨는 “자연스럽게 인터뷰 하는 것도 괜찮죠? 어차피 우리 책방 깨끗하지 않고 쾌적하지 않은거 저희 회원님들 다 알고 계세요”라며 웃었다.

소영씨는 재작년까진 스몰 브랜딩 기획 일을 했다.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의 일에 대해 갈림길에 섰고 망설임 없이 책방을 선택했다. 콘셉트도 확실했다. 요즘 작은 책방 붐이 일며 너나 나나 엇비슷한 모양을 들고 나올 때 소영씨가 주목한 건 책 대여점이었다. 갖고 있던 장서 3000여권은 그대로 탐구생활의 자산이 됐다.

“어릴 적 꿈이 좀 특이했어요. 누군가 뭘 물어보면 그와 관련된 책 2~3권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물론 어릴 때부터 책을 엄청 좋아했죠. 책방을 차린 계기는 책을 사기엔 부담스럽고 도서관엔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없어서 불편한 적이 많았거든요. 책을 대여하면 저 같은 사람들이 찾아 줄 거라 생각했죠.”

▲ 모소영 대표
문을 연지 1년 남짓, 현재 회원은 300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소영씨는 탐구생활이 같은 생각을 공유한 사람들의 편한 커뮤니티로 발전하길 바란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도 이런 이유로 회원제로 방향을 잡았다.

“저는 큰 집단 보다는 개개인의 회원님들이 좋아요. A라는 사람 B라는 사람 하나하나씩 대화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알은체를 하고, 또 서로 더 알아가고 그렇게 교감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지금 회원이 더 늘면 제가 모두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아 따로 책방에 대한 홍보는 하지 않고 있어요.”

소영씨의 생각이 이러하니 회원들 간 유대도 끈끈하다. 그녀가 없을 때 누군가 대신 책방을 봐주기도 하고, 아예 문만 열어놓고 가게를 비우는 무인책방이 되는 날도 허다하다. 하지만 여태 도난당한 건 마우스 하나뿐이라고. 이마저도 한 회원이 알고 새 제품으로 채워줬다. 대화 중 갑자기 기억에 남는 회원이 한 명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교도소에서 편지가 왔어요. 얼핏 아는 회원분이셨는데 잘못된 선택으로 수감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이 어떤 책을 읽고 싶다고 보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읽으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편지 쓰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저를 찾아 주셨다는 생각에, 제가 누군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뭉클했어요.”

▲ 빌려보는 책방 탐구생활 내부 모습.

소영씨는 요즘 수익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기존에 해오던 ‘책꾸러미’ 택배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책꾸러미는 회원들이 탐구생활로 오지 않아도 소영씨가 직접 개인의 책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해서 택배 배송 해주는 서비스다.

“탐구생활을 보면서 책방을 하겠다는 상담이 자주 와요. 근데 저 조차 책방으로 돈 벌고 있다는 걸 못 보여주니까…(웃음) 오시는 분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책방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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