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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my money, Take my s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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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디스 최지혜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7.03.3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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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스트레스가 데려온 지름신 ‘시발비용’

[더피알=최지혜] “오늘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치맥해야겠다.”

일상 속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먹는 맥주 한잔, 출출한 밤 허기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치킨 한 조각은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꼽는 방법이다. 힘든 하루를 보냈기에 더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면 먹지 않았을 치킨값. 이른바 ‘시발비용’이다.

비속어가 섞인 다소 과격한 이 말은 한 트위터리안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고 정의내린 신조어이다. 해당 게시물은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리트윗 2만2000개를 넘어서는 등 소셜미디어를 넘어 젊은층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관련된 지출로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1일까지 자사 회원 91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홧김에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80%에 달했다. 시발비용은 용어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던 행위인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시발비용 경험담을 나누는 사람들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스트레스 받아서 제주도 티켓 바로 끊어버렸어요. 덕분에 통장 잔고 텅장됐구요.
# 알바 쉬는 시간에 먹는 시급만치의 커피 한잔...★
# 휴무에 몰아서 맛있는거 먹는거에 다 쓰는듯해요!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은거 먹는거에 다 풀기!!”

이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시발비용이라는 용어에 공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즉 돈을 들여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는 적극적 의지 표현인 것이다.

시발비용은 ‘탕진잼’(탕진하는 재미)과도 일정부분 맥을 같이 한다. 큰 비용은 아니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정도의 돈을 탕진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순간의 후련함 뒤에 후회와 걱정이 수반될 수 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A씨(29)는 일주일에 서너 번 퇴근길에 집 근처 생활용품숍에 들른다. 어떤 물건이든 하나라도 사기 위해서다. 보풀 제거기처럼 쓸모가 있는 물건도 있지만 작은 장식품과 같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들도 있다. 단지 물품 구매 행위가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듯한 기분을 주기에 습관화돼버린 셈이다.

인쿠르트 설문조사에서도 스트레스 비용을 썼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25%)’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는데 A씨 역시 마찬가지다.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해 습관적 소비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쓸 데 없는 구매에 대해서도 “이걸 사서 스트레스가 풀리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항변도 따라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나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이다.

그럼에도 시발비용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한 소비와 달리, 스트레스 해소라는 합리화를 통해 맥락 없는 소비를 충동질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착각 뒤 과소비에 따른 또 다른 스트레스가 몰려들 수 있다. 시발비용이 시발비용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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