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악’에 푹 빠진 사연
‘세계음악’에 푹 빠진 사연
  • 관리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1.01.1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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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원 신세계 홍보실 대리] 회사PR업무외 시간엔 ‘월드뮤직 전도사’

‘세계 200개국 월드 뮤직 컴필레이션’

지난 1년간 기자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나눠준 음악 컴필레이션 CD의 타이틀이다. 2장의 CD로 구성된 이 컴필레이션에는 알파벳 순서대로 Afghanistan부터 Zimbabwe까지 정확히 세계 200개국 음악이 담겨 있다. 장르는 팝부터 힙합, 메탈, 에쓰닉 뮤직까지 다양한데, CD를 구울 때 마다 그때 그때 출시된 지 1주일도 안된 따끈한 음악부터 최근 3년 내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모았던 핫(Hot)한 음악들 위주로 선곡한다. 업무 시간에는 사내외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회사를 알리는 PR 업무를 맡고 있지만, 업무 외 시간에는 세계 각국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알리는 ‘월드뮤직 PR’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월드뮤직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인생의 8할을 새로운 자극, 새로운 음악을 찾는데 보내다 보니 결국 월드뮤직이 그 종착점이 됐다. 가요로 시작해 락을 듣다가 재즈나 클래식으로 귀의하는 일반적인(?) 음악 매니아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상품을 구매한다거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항상 얼리어답터로서의 스탠스를 잃지 않으려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은 전 세계 구석 구석의 숨은 음악을 발굴해내는 그 순간이다. 1집 앨범을 내기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락 밴드를 세계 유명 음악 페스티벌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나 남태평양 작은 섬 원주민 공연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끔씩 나만의 음악을 즐기는 기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세계 50여 개국으로 ‘음악 여행’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나라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음악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직접 찾아가게 된 나라가 50여 개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음악 이외의 또 다른 자극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가 들고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찾아나서면 그 곳에서 다시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2006년 월드컵 직전 브릿팝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을 찾았다가 운 좋게도 타이밍이 잘 맞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봤다. 그날 첼시의 리그 우승이 확정되었는데, 100주년 기념 유니폼에 스트라이커 드록바를 비롯한 선발 전원의 싸인을 받았다. 세계 최고 리그, 최고 경기를 경험한 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라는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리그 경기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지만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 팀인 보카주니어스 경기를 보게 됐고, 하필 그 지역이 탱고 발생지라 한동안 관심 밖에 뒀던 탱고 음악에 다시금 빠져드는 계기도 됐다.

이처럼 세계를 듣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글을 이어간다. 이제 직장 생활 6년 차, 음악 얘기를 조금이라도 나눈 사람들은 나를 ‘오타쿠’로 여긴다. 아니, 솔직히 이미 오래 전부터 ‘오타쿠’라고 불려 왔다. 처음 음악에 빠졌던 시기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기억한다. 우연히 거실 한구석에서 발견한 ‘영화음악 전집’에서 들은 콰이강의 다리, 영광의 탈출 등 고전명화의 장엄한 OST는 어린 나이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였던 나는 더 많은 음악을 접하길 원했고, 각종 영화음악 관련 라디오 프로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탑건, 플래쉬댄스, 사관과 신사 등 80년대 초중반 영화음악은 팝뮤직이 대세였던 지라, 자연스럽게 매주 아메리칸 Top 40의 최신 팝을 체크하게 됐고 중학교 입학 당시 이미 100곡 이상의 팝송을 부를 수 있게 됐다. 20여 년 전인 중학교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항상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음악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나마 음악을 듣는다고 하는 친구들이 X-Japan, 너바나 등을 듣던 90년대 초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 앞에서 갱스터랩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Public Enemy의 랩 파워메틀의 전설 Pantera의 곡을 과도한 액션과 함께 선보여 난감한 반응을 이끌어내곤 했다. 남들이 서태지와 듀스에 빠져있던 시기, 중학생 신분으로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을 전전하며 새로운 자극을 찾아 다녔다.

Limp Bizkit 내한공연 땐 무대 위에 올라…

본격적으로 나만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한 것은 고교 시절이다.
국내에 출판되는 모든 음악 관련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루트로 흘러 들어오는 EAT, Kerrang, Metal Hammer 등 외국 음악 잡지를 긁어 모으고, 세계 각지 뮤지션들의 음반을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채 소개 기사만을 보고 감으로 해외에 주문을 넣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거물이 된 뉴메틀 밴드 Korn의 기사를 Revolver지에서 보고 그들이 언더그라운드 시절 활동했던 LA 유명 클럽 Whisky A Go Go에 대한 정보를 캐치해낸다. 역으로 Whisky A Go Go에서 공연 중인 유망주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고 단지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3만원 전후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방법으로 미국에서도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 미리 존재를 알고 주문했던 그룹이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Limp Bizkit, System Of A Down 등 무수하다. 이들 밴드에 대한 애정으로 Limp Bizkit 내한공연 때는 무대 위로 올라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System of A Down 1집 활동 당시 티셔츠를 입고 LA 소재 Whisky A Go Go를 찾았다가 밴드 출신지인 아르메니아 이민자들에게 환영을 받기도 했다. 또한 홍대 근처 라이브 클럽을 돌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신촌 인근 빽스테이지 등 뮤직비디오 감상실에서 해외 락메틀 밴드 뮤직비디오를 보고 괜찮다 싶으면 바로 해외로 주문을 넣었고, 나중에는 오히려 뮤비 감상실 사장에게 국내에 유통되지 않았던 해외 밴드 뮤직비디오를 선물하기도 했다.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데는 고교 동창들의 힘도 컸다.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니, 유럽, 남미, 아시아 각국에 살다 온 친구들로부터 당시로서는 전혀 생소한 음악을 전수받을 수 있었고, 세계 각국에는 접해보지 못한 무수한 음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락, 메탈, 힙합, 일본음악 정도에 한정돼 있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다. 대학 초반을 PC통신 음악동호회 운영, 언더그라운드 밴드 공연 기획 등에 시간을 보냈다면, 제대 이후 대학 후반은 인터넷을 이용해 더욱 새로운 음악을 찾아나서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힘들게 음악을 구해 듣던 시절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어렵게 구해 들었던 ‘나만의 그룹’, ‘나만의 음악’이 너무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가자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마치 2007년부터 소녀시대를 응원하고 자국 내에 열심히 알리려고 노력했던 일본의 골수팬들이 2010년 일본 진출 후 오리콘차트 1위까지 차지할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된 소녀시대에 느끼는 시원섭섭한 마음이라고 할까? 그래서 인터넷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음악,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음악을 찾아 세계로 눈을 돌렸다. 세계를 보기 위해, 세계를 듣기 위해, 세계로 떠났다.

최근엔 우리 가요에 큰 관심

전국일주 횡단여행 포함 5차례 방문한 일본. 1999년 여름 Dragon Ash의 3집 한정판 구매를 위해 시부야 HMV에 줄을 서기도 했고, 2003년에는 시부야케이 장르 음반 50장을 공수해 오기도 했으며, 락매니아들 사이에서 극강의 라인업으로 불렸던 2006년 섬머소닉 페스티벌의 맨 앞자리 펜스를 잡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의 뮤지컬 공연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AKB48의 전용극장 공연까지 관람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38개 주 전국 투어를 경험한 미국. 이때는 정말 마음 먹고 음악을 위한 여행을 즐겼던 것 같다. 뉴욕에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링컨센터 오페라, CBGB의 하드코어 펑크까지 매일 매일을 공연 보는 재미로 보냈다. 에미넘이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보냈던 디트로이트의 힙합클럽, 지금은 망해 없지만 너바나의 전설과 함께한 시애틀의 크로커다일 카페, Whisky A Go Go와 함께 LA Sunset street 클럽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온 The Roxy 등의 라이브 클럽을 방문함은 물론 Ozzfest, Familyvalues Tour 등 굵직한 음악페스티벌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

직장에 들어오고 나서도 세계 음악 체험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보라보라섬, 타이티섬, 쿡아일랜드 등 남태평양의 작은 섬 5곳을, 2008년에는 아프리카 6개국을, 2009년에는 터키를, 2010년에는 남미 5개국을 돌며 유투브나 P2P에서도 구하기 힘든 장르조차 생소한 음악들을 접하게 됐다. 예를 들어 트리니다드 토바고 기원의 아프로 캐리비언 뮤직 칼립소나 부탄 전통 현악 음악 Dranyen으로부터 파생된 릭사 등의 음악을 새로 알게 되었다. 세계 각지를 돌면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온오프라인 음악 차트를 알게 되었고 대중음악으로도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음악을 사물놀이로만 규정짓는다면 너무나 다양한 음악 컨텐츠를 보유한 한국 음악시장 입장에서 억울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프랑스 샹송, 브라질 보사노바 등 특정 국가를 특정 장르의 음악 강국으로만 인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프리카 말리에도 일렉트로니카 뮤직이 있으며, 사우디에도 힙합 음악이 있고 레바논의 경우 차트 상위권의 음악이 대부분 북미 팝과 유사할 정도로 글로벌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마디로 전 세계 각국의 대중음악 차트를 살펴보면 이 나라에는 이런 음악이 있을 것이라는 그간의 전형성이 무참히 깨지고 만다. 지금 내 PC의 즐겨찾기에는 전세계 100개국 이상의 온라인 음악 차트와 아랍, 아프리카 등 특수 지역 음악 전문 사이트들의 링크가 빼곡히 쌓여 있다. 월드뮤직 전도사로 자처했지만 최근에는 우리 가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종이 다른 세계 각국 사람들이 유투브를 통해 한류 아이돌의 노래와 댄스를 커버하는 것을 보면서 속된 말로 ‘본진에 충실하지 않고 외부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세계를 듣는 재미와 더불어 세계 속의 한국을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이런 재미를, 이런 행복함을 여러분께도 PR하고 싶다.

마장원 신세계 홍보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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