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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보도가 가짜뉴스 진원지 될라경마식 보도행태 개선 절실…결국은 돈, 합리적 비용 도출이 우선
‘민심 풍향계’라 불리는 여론조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급변하는 여론을 짚어내기엔 지나치게 낡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의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고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미국 대선까지 엉터리 예측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 무용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5월 조기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낡은 풍향계를 고쳐야 할지 새 풍향계를 고안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① 여론조사는 왜 미운털이 박혔나
② 응답률의 딜레마
③ 가짜뉴스 진원지 될라

[더피알=서영길 기자] 선거철만 되면 제기되는 여론조사 신뢰도 논란은 자체의 문제 외에도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다름 아닌 언론의 보도행태다. 현재 여론조사 무용론을 가장 크게 외치는 곳도 언론이지만 무용론이 대두된 책임 또한 일정 부분 언론에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의 언론보도 행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자기들이 엉뚱하게 해석해 보도함으로써 부정적 시각을 키웠으면서 여론조사 기관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다. 제대로 된 자료라 해도 언론이 통계나 조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보도해 결과와 엇나간다는 것. 이런 보도는 대중에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고 결국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여론조사 결과의 단순나열식 비교 예시

각기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마치 한 곳에서 한 것처럼 날짜별 단순 비교는 착시 현상을 불러와 위험하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오차범위 등 통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해석 없이 몇몇 언론에서 A후보가 지지율 1위, B후보가 2위 같이 인기투표하듯 경마식 보도 행태를 보인다”며 “이런 잘못된 보도로 인해 여론조사 자체가 필요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각기 다른 곳에서 조사한 결과를 한 곳에서 한 것처럼 비교해 보도하는 것도 위험하다(위 그래프 참조). 예를 들면 다른 기관에서 낸 조사결과를 그래프를 이용해 마치 해당 후보의 날짜별 추세인 양 보여준다. 한 조사 기관의 A부장은 “한 곳에서 조사한 것처럼 단순 나열해 보여주는 이런 비교는 착시 현상을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보도”라고 일침했다.

이같은 선거보도에 대한 여러 우려를 고려해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 5개 단체와 언론진흥재단, 여심위 등은 지난해 12월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이는 재난보도와 관련해 많은 문제를 보였던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든 ‘재난보도준칙’에 이은 두 번째 취재보도준칙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언론보도의 중요성만큼이나 그간의 부실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세 보는 지표로만 삼아야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목도하는 여론조사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우선시 돼야 할 점은 바로 합리적 비용의 도출이다. 

업계에서도 ‘여론조사는 비용을 많이 투입하면 할수록 품질은 좋아진다’는 말에 대부분 공감한다. 사실 휴대전화 가상번호도, 응답 사례비도, 대규모 조사도 모두 좋은 제도다. 제대로만 실시되면 조사의 정확성을 높여 여론조사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킨다. 문제는 모든 게 돈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일했던 E씨는 “(응답 사례비와 관련해) 응답자 당 사례비가 1000원이라 쳐도 한 조사에 몇 백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일회성으로 쓸 자료를 위해 그만큼의 추가비용을 집행할 언론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의 잘못된 여론조사 보도 행태로 인한 폐해를 막고자 언론 5개 단체 등이 모여 지난해 12월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마련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A부장은 ‘여론조사 풀(pool)’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스포츠 중계권처럼 비용을 갹출해 조사를 진행하는 여론조사 풀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선정된 기관은 더 많은 샘플을 가지고 충분히,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선거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대중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론조사를 현 여론의 ‘추세’ 정도가 아닌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맞나 틀리나의 이분법적 사고는 여론조사의 목적과 가치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에 대해 신창운 덕성여대 사회학과 초빙교수(전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는 “최근 일부 조사 기관에서 나타나는 소수점 이하 숫자를 없애려는 움직임에 주목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소수점 이하의 숫자까지 표기하면 해당 자료가 마치 절대적인 숫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대중들이 오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수치는 절대값이 아닌 예측값”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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