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지금 주가 걱정할 때가 아니다
유나이티드항공, 지금 주가 걱정할 때가 아니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4.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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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소비자 신뢰, 전방위 위기관리에도 불매운동 확산일로…최초 사과가 사태 키운 꼴

[더피알=안선혜 기자] 의회 진상조사가 열리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억5500만달러(약 3000억원)가 날아갔다. 각종 매체에서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온라인에선 패러디물이 봇물을 이룬다. SNS를 타고 보이콧운동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승객 강제 하차로 논란을 빚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며칠 새 겪고 있는 일들이다. 상식에 어긋난 조치와 소셜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 여론과 괴리된 사후 대응 등이 ‘삼단콤보’로 작용한 결과다.

승객이 찍어 올린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에서 벌어진 승객 강제 하기 사건 영상 중 일부.

지난 9일(현지시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은 오버부킹(정원 초과 예약)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한 남성승객을 공항경찰 등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며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승객은 좌석 팔걸이에 입을 부딪쳐 피를 흘리며 끌려나갔다. 당시의 충격적인 모습은 현장에 있던 다른 승객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사측의 사과는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사건 직후 “고객을 재배치(re-accomodate)한 것에 사과한다”며 4문장짜리 사과문을 발표했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직접적 명시 없이 에두른 표현을 사용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까지 공개되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해당 메일에는 “(끌어내려진) 고객은 공격적이었으며 업무를 방해했다. 이 사건에서 나는 직원 여러분의 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내부 원칙과 직원 케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바깥 여론과는 상당히 괴리된 상황 인식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같은 일련의 미흡한 대처는 반(反) 유나이티드 정서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SNS를 중심으로 #BoycottUnited(보이콧 유나이티드) 해시태그를 단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일어났다. 리처드막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에 동참했다. 미국 유명 토크쇼에서는 이 사건을 패러디해 안주거리로 삼았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누리꾼이 마음을 담은 사과문을 위해 유나이티드항공의 첫번째 사과문을 수정한 이미지(바로가기), 지미키멜 라이브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을 패러디한 가짜 광고영상(바로가기), 승객을 과격하게 다뤘다는 걸 꼬집은 레고 패러디물, 하기할 자원자를 요청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의 태도를 다크베이더스가 위협하는 장면에 빗대었다(바로가기).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무노즈 대표는 이틀이 지나서 재사과에 나섰다. “강제로 끌어내려진 승객에게 깊이 사과한다. 어떤 승객도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잘못을 바로잡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방안을 검토 후 4월 30일까지 결과를 공유하겠다”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나이티드항공을 향한 비난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판에는 고개 숙이지 않다가 회사 주가가 떨어지니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잘못에 대해 쿨하게 인정하지 않았던 최초 사과의 영향이 크다. 여론에 떠밀려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면서 과거 유나이티드항공의 행적도 재조명되고 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자폐 소녀와 가족을 하기시킨 일, 레깅스를 입은 승객에게 탑승을 불허한 일 등 기업 철학과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법한 일들이 줄줄이 들춰지는 형국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이번 위기는 누구나 미디어가 돼 뉴스를 전파, 확산시킬 수 있는 소셜 시대의 투명성을 간과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에서 벌어진 기내난동 사건이나, 비슷한 시기 델타항공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일으킨 기내 소란 등은 모두 현장에 있던 승객들이 촬영한 영상이 SNS에 공유되면서 불거졌었다. ▷관련기사: 실시간 PR을 대하는 자세

다소 늦게 사건의 심각성을 체감한 유나이티드항공은 CEO를 방송뉴스에 출연시키는 등 전방위로 위기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무노즈 대표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영상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승객 강제 하기 건은) 시스템 실패”라고 말하며 개선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 기사 아래에 “그는 주식이 폭락했을 때만 부끄러움을 느꼈다(he only felt ‘shame’ when the stock plummeted)”는 댓글이 곧장 달리는 등 유나이티드항공을 향한 세간의 날선 시선은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다.

CEO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위기는 주가 하락이라는 눈에 보이는 피해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브랜드 가치 훼손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실로 뼈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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