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면 사무실이 사라지는 꿈의 직장을 가다
오후 6시면 사무실이 사라지는 꿈의 직장을 가다
  • 김동석 (dskim@enzaim.co.kr)
  • 승인 2017.04.1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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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네덜란드 헬데르그로엔의 ‘완벽한 칼퇴’ 이유

[더피알=김동석] 야근이 전혀 없는 회사.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실천하는 곳이 있다. 어떤 초일류 기업들도 따라갈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꿈의 직장’이다. 엔자임헬스의 오피스헬스(Office Health)팀이 상상을 현실화시킨 네덜란드 헬데르그로엔(Heldergroen)을 찾았다.

네덜란드 헬데르그로엔 사무실 외관. 엔자임헬스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로 20여분 거리의 작은 마을 하를렘(Haarlem). 이곳에는 야근 없는 회사로 유명한 디자인 회사 헬데르그로엔이 있다. 6시가 되면 사무실이 사라지는 회사로 더 유명하다.

어렵게 방문 일정을 잡았지만 회사 측에서 특정 시간을 지정해 주지는 않았다. 독특한 퇴근 풍경으로 유명한 사무실이었기에 퇴근시간이 임박해 방문하기로 했다. 마음 한 켠에는 유튜브에 나온 건 그냥 보여주기식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어 직접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예상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두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최대한 방해를 하지 않고 양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퇴근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기다린 후 노크를 했다. 퇴근 무렵 이방인들의 늦은 방문임에도 친절하게 맞아주는 직원들과 대표의 모습에서 수평적이면서도 즐겁게 일하는 헬데르그로엔의 업무 분위기가 느껴졌다.

5시 30분이 되자 직원들이 퇴근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엔자임헬스 제공

오후 5시 30분이 조금 넘어가는 시간. 탐방팀이 대표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직원들은 퇴근을 위해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겠습니다’는 말조차 없이 한 명 두 명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고객사의 일정과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야근이 유독 많을 수밖에 없는 디자인 회사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라 더욱 놀라웠다. 야근 문화가 보편화 되어있는 한국의 직장 현실을 이야기했더니, 그들은 소리까지 지르며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6시가 되자 대표는 아직 퇴근 준비가 끝나지 않은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준비 됐나요?”하며 직접 ‘칼퇴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표가 직접 리모컨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정확히 6시에 책상이 천장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사무실 전체 소등.

정확히 6시가 되자 책상이 천장으로 올라가고 있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클릭시 해당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책상이 사라진 텅 빈 사무실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요가, 워크숍, 세미나 등 영감을 주는 장소로 주말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월요일은 아무런 행사가 없어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다.

책상이 없어지는 것은 ‘공부가 끝나고 책을 덮어 버리는 것’, 즉 하루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를 마치면 어떤 직원도 회사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회사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디자인 회사인 만큼 사람을 짜내듯이 강요하고 괴롭히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까지 모두 올라갈 수 있도록 공간이 깊게 파여있는 천장. 엔자임헬스 제공

그렇다고 이 회사의 일이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고의 디자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느 회사보다 치열하게 일한다. 때문에 처음부터 칼퇴근 문화가 쉽게 정착된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최대한 일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 요소를 줄이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6시가 되면 사무실이 사라진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에 방문한 회사였지만, 변화를 일군 것은 결국 대표의 경영 철학과 직원들의 노력과 협력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다. 건강한 사무실을 만드는 것은 그 안에 배치되는 가구나 제품이 아닌 바로 직원 자신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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