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퍼스트가 불러온 세로 바람
모바일 퍼스트가 불러온 세로 바람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4.2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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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케팅·제품에 적용…인물 집중, 깊이감, 몰입도↑

[더피알=이윤주 기자] 판이 뒤집혔다. 가로 일색이던 콘텐츠에 세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세로광고와 마케팅, 카드까지 나타났다. 가로에 비해 넓은 시야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깊이감과 몰입도를 앞세워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상의 전환은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모바일 화면은 세로인데 왜 대부분 영상은 가로로 만들었을까. 

모바일 콘텐츠의 등장은 모바일 시대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변화다.

웹툰을 보고 카톡을 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훑고, 최신 뉴스를 검색한다. 쇼핑을 하고 계좌이체하며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보며 깔깔댄다. 평소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로로 하는 일’이란 점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 내려가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자연스러워졌다. 미국 벤처투자사 KPCB가 발표한 ‘2015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하루 0.3시간에 불과하던 모바일 이용 시간은 2015년 2.8시간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의 94%를 세로로 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느새 기준이 세로로 바뀌었다.

TV, 컴퓨터, 영화관 등의 디바이스는 여전히 가로 일색이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가로 영상이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그러나 이들 콘텐츠를 스마트폰에서 보려면 손목을 부자연스럽게 꺾어야 한다. 폰을 가로로 돌린 다음 전체화면을 눌러야 비로소 풀스크린 영상을 볼 수 있다.

불편함은 변화를 이끌었다. 광고, 어플, 뮤직비디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에 세로 옷을 입혀보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위아래 검은 여백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화면에 꽉 찬 세로형 풀스크린(full screen)이 가능해지면서 달라진 흐름이다. 바야흐로 세로전성시대다.

KPCB 보고서는 “PC모니터를 비롯한 그동안의 디스플레이는 가로화면에 맞춰졌지만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세로화면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인터넷서핑, 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수직적 세로형으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와 나의 세로본능

디지털 경영을 추구하는 현대카드는 최근 고정관념을 깨고 세로형 카드를 선보였다. 카드 로고, 문구 등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바꿔 디자인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앞면에 새기는 카드번호, 글로벌 제휴브랜드 로고 등의 카드 정보도 뒷면에 배치했다.

현대카드가 내놓은 세로형 카드.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TV 등 초기 디지털제품이 주로 가로형 디자인이었지만,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제품들은 세로형”이라며 “세로형 카드에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현대카드의 방향성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디바이스 역시 세로스러움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G6는 18:9라는 다소 파격적인 화면비율을 선보였다. 더불어 세로에 특화된 문화 콘텐츠를 내놓았다. 세로 단편영화제, 블랙핑크의 세로뮤직비디오, 세로 사진전 등이 그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로 제작 콘텐츠는 ‘영상은 가로가 긴 화면으로 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SNS, 웹툰, 동영상 등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세로로 세워 즐기는 콘텐츠가 많아짐에 따라 색다른 시각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LG와 걸그룹 블랙핑크가 제작한 ‘스테이(stay)’ 세로버전 뮤직비디오는 휴대폰의 기능을 뮤직비디오에 담아 제작했다. 멤버들 간에 화상통화, 문자, SNS 등을 주고받는 모바일 화면 자체를 뮤직비디오로 만든 것이다. 앞서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Born Hater)’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배려해 일부러 세로 방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마마무의 ‘걸 크러시’, EXID 솔지의 ‘온리 원(ONLY ONE)’ 등 꾸준히 세로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로만의 특성을 이색적으로 활용한 영화 예고편도 등장했다. 지난해 개봉한 ‘날, 보러와요’ 예고편은 영상통화를 하던 배우 강예원이 낯선 남자들에게 갑자기 끌려가는 장면이 담겼다.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 화면이 깨지는 순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해 현실감을 더했다. 시청자로 하여금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된 듯한 기분을 주며 영화 홍보를 톡톡히 했다.

전지적 인물 시점

세로형 콘텐츠는 인물을 집중해서 보여주는데 탁월한 프레임이다. 가로 콘텐츠는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데 유리한 반면, 세로는 좁지만 깊이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세로콘텐츠는 인물 한 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찍는 직캠이 세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슈퍼볼 당시 JEEP은 하프타임에 ‘초상화(Portrait)’라는 혁신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1190만 명의 시청자가 가로화면에서 TV 방송을 시청하는 저녁, 화면을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는 수직광고를 공개한 것이다.

영상 속에는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했고, 화면의 양 옆에는 검은 여백이 생겼다. 시청자들은 30초에 6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광고비용을 내면서 여백이 있는 세로형을 택한 것을 의아해했다.

광고를 제작한 션 레이놀즈 Iri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애드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관객들과 초상화 주인공과 초점을 맞추면서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초상화 광고다보니 모바일에서 멋지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세로형 기기로 전체 화면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들여 테스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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