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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아마존’의 생존법은 어디에 있나
‘골목 아마존’의 생존법은 어디에 있나
  • 조요섭 yscho921021@naver.com
  • 승인 2017.05.0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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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생계형 창업 홍수…차기 대통령이 봐야할 것

평소 출퇴근길을 한번 생각해 보자. 무심코 지나쳤던 그 거리에 편의점, 치킨집, 카페 등 수많은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다. 심지어 반경 50미터도 안 되는 골목에 같은 프랜차이즈 점포가 나란히 있는 것도 부지기수다. 개인의 생활반경만 둘러봐도 국내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이 실감난다.

최근에 발표된 통계수치를 보면 더 공포스럽다. 무려 660만명,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4분의 1 이상이 자영업자다. 이 비율은 OECD 가입 국가 중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리스, 터키가 한국보다 높은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휴양관광국가로 관광객을 상대하는 자영업이 성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영업자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뉴시스

한국의 경우 일부 특화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업 시장이 관광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 결국 대부분의 점포가 ‘골목 장사’의 형태이고, 주 고객도 골목 인근을 생활범위로 두는 사람들로 한정된다. 수치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 한국의 골목 상권에서 기형적인 생존 경쟁이 펼쳐지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헤밍웨이가 6단어로 짧은 소설 한 편을 써서 내기에서 이긴 일화는 유명하다. 슬프게도, 이런 대문호의 기지 못지않게 한국의 현실은 자영업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우리네 장년층의 자화상을 고작 6음절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퇴직후 치킨집’

창업을 통해 황혼의 희망찬 제2막을 상상하기에는 5년 내 폐업률 80%라는 수치가 암담하다. 창업자금 또한 30년 직장생활의 결과물인 퇴직금이거나 혹은 달랑 하나 남은 집의 담보 대출금이니, 은퇴 후에야 기어코 달게 된 사장이라는 감투가 결코 반갑지 않다.

그간 1금융권의 대출규모가 2금융권에 비해 더 컸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동향 보고에 따르면 2금융권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규모가 예금은행의 규모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환능력 심사가 강화되고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도록 하는 규칙이 도입되자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차선책으로 2금융권을 택한 것이다. 보다 높은 이율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은 당연지사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생계형 창업이 홍수를 이룬다.

단순히 양적 프레임만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나날이 늘어가는 생계형 창업의 홍수에는 사실 커다란 모순 하나가 있다. 생존 경쟁의 진짜 적은 서로가 아닌 임대료라는 사실이다.

스페인의 경우 반드시 임대료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상응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뉴욕시 또한 시 산하의 조정위원회에서 직접 임대료를 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서울의 경우 4억, 광역시의 경우 2억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즉 자영업자의 노력으로 점포가 성장하였을 때, 건물주가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여도 이를 제재할 법규가 없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짧은 상가 임대차 보호기간(5년)도 무용지물이다.

이런 비합리를 타개할 기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다. 금리를 결정할 권한이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금통위에서 어떠한 기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특정 계층의 생활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금통위가 그간 자본편향적 입장을 고수하였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임대료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총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금통위는 기재부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권자에는 영세 자영업자와 같은 소상공인을 대표할 이가 없다. 결국 대표성의 상실로 금통위의 성향이 더욱 자본가에 친화적으로 변할 위험이 있기에 위원 구성에 있어 민주적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영업자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에 그들이 국가경제의 중산층으로 편입할 수 있어야 내수부진을 타파할 수 있다. 소수가 독점하는 거대자본만으로는 장기적이고 건전한 국가 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 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경제 고리를 잊어선 안 된다.

서울 중구의 건물에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하나 둘씩 ‘경제민주화’ 라는 구호를 내걸고 변화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요즘, 시대를 앞서간 사례가 있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가 과거 시장직을 역임했던 벌링턴시는 소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도시로 유명하다.

대형마트는 교외로 한참을 벗어나서야 찾아볼 수 있고, 마트 대신 지역협동조합인 시티마켓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소규모로 제각각 특색을 갖춘 소상공인들의 점포가 번화가에 즐비해 있다. 아울러 시민들과 시장 거리의 모습이 친근하게 담긴 벽화가 조성돼 있어 더욱 활기가 차 있는 곳이다. 네 차례나 연임을 하면서 99%의 중산층, 서민들을 위한 경제를 추구해 온 샌더스 시책의 결과물이다.

벌링턴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점포가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우도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벤앤제리의 경우 매년 영업이익의 일부를 환경오염이나 경제빈곤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 시(市)로부터 지원을 받던 작은 점포에서 이제는 거대기업이 되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순환으로 이행하고 있다.

현 국회 상황을 보건대 차기 대선의 판가름과 관련 없이도 앞으로 발의될 법안의 내용이 민주적 행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법치 아래 일선 지자체에서도 벌링턴시 사례와 같이 자영업자, 중산층, 서민들을 위한 경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함께 가는 경제’의 성공을 증명한 역사다.

손님 없이 TV뉴스 소리만 허공을 떠도는 빈 점포의 업주들에게 요즘 연일 이어지는 정쟁 소식들이 얼마나 무의미할지 가늠이 안 된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들이 한낱 뜬구름만도 못한 갈등을 벌이는 사이 뒷전이 된 민생은 힘겹게 허덕이고 있다. 불황과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요즘 경제 기조의 대수선이 시급하다.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으려는 우리네 인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아마존의 생명들과 다를 바 없다. 응당 경쟁은 사회 발전에 있어 불가분한 것이다. 밀림에서의 아귀다툼은 그것 자체가 자연이지, 당위나 윤리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경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대를 지켜가는 것, 그리고 허파의 역할을 하여 생명들에게 지속적으로 숨을 제공하는 것은 밀림의 공동체적 의무다. 불합리의 점철 속에서, 공동체의 대표는 그와 같은 최소한의 합리를 마련하고 보호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조요섭

어쩌면 미학이란 것은 노동자에게 주어진 빵과 우유보다 훨씬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이후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려 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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