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강미혜 기자] 대선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못지않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인물이 있다. 4번을 달고 함께 대선 레이스를 펼쳤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다.
유승민 후보는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시작을 축하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행사장으로 걸음한 뒤 대통령 내외를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선거 때 치열하게 경쟁했어도 취임식은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대선에서 최종 득표율 한 자릿수로 4위에 그치며 의원 신분으로 돌아간 그가 주목을 끈 이유는 간단하다. 멋진 패자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혹자는 마지막까지 품격 있는 보수후보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승자독식 선거에서 패자가 유 의원처럼 행동하는 건 드문 사례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거니와 선거운동으로 쌓인 신체적 피로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안 해도 그만인 일을 한 유 의원은 여타 후보들과는 다른 대인배 면모로 대중의 호평을 끌어냈다.
대선 과정에서 유 의원은 줄곧 이질적 단어가 합쳐진 ‘개혁보수’를 내세웠다. 비록 다수 보수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2030 젊은 표심을 잡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라는 말은 전통을 보전하고 지킨다(保守)는 뜻 외에 낡은 것을 고친다(補修)는 의미도 있다. 젊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보수의 가치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요즘 젊은층은 쿨하게 말하고, 쿨하게 사과하고, 쿨하게 관계 맺는 데 익숙한 세대다. 승자에게 쿨하게 축하를 보낸 유 의원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행동으로 젊은 보수층에 어필하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유 의원은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날에 있었던 바른정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그 길로 가기 위한 새로운 첫걸음을 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 3년 뒤 총선에서 기필코 승리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다.”
19대 대선 무대에서 누구보다 신사답게 내려온 유 의원의 모습이 그가 준비하는 새로운 정치 무대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