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노동력이 디지털 경쟁력이다”
“데이터 노동력이 디지털 경쟁력이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5.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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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융합 좌담①] 빨라진 트렌드 속 경쟁 격화…살아 있는 반응으로 성과 입증해야

커뮤니케이션 업계에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 통폐합이나 감원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유망 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략적으로 이질적 업종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 즉 디지털발 구조조정이다. 요동치는 판세에 아직 승기를 완벽히 잡은 자는 없다. 저마다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 분투 중인 각 분야 선수들이 펼치는 이른바 합종연횡 토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참석자
김성민 인터브랜드 수석 디자이너, 김은아 미디컴 국장, 김재호 아이프로스펙트 부장,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 이시우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이사, 최문희 칸타TNS코리아 상무
진행·정리 - 안선혜 기자 / 사진 - 송은지 기자

[더피알=안선혜 기자] 분야별 선수들이 모이셨는데 지금 자신이 하는 업(業)을 무엇이라 규정하고 있는지, 또 최근 변화되는 흐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최문희 TNS 상무(이하 최문희): 마케팅 리서치는 기업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시장 환경, 경쟁사 상황, 해당 기업의 역량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결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그 기업을 선택하도록 할까를 고민하고 전략을 제안하는 게 업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에게서 직접 물어서 답을 내거나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법을 많이 썼다. 좌담회 혹은 설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살펴보는 건데, 이제 인식만 갖고 전략을 도출하는 게 뒤떨어지는 것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인식 자체를 못한 상황에서 먼저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이터 융합이 필요하다.

뉴로사이언스(신경과학)와 병합하거나 소비자들이 디지털에 남긴 흔적을 조사한다. 이 흔적을 수집하는 업체와 협조하기도 하고, 고객사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융합하기도 한다. 우리가 물어보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소셜에 의견을 낸다. 이들을 모두 종합해 결과를 정리하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발견해 고객사에 전략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문희 tns 상무, 김성민 인터브랜드 수석,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 김재호 아이프로스펙트 부장, 김은아 미디컴 국장, 이시우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이사

김성민 인터브랜드 수석(이하 김성민): 그동안 브랜딩 에이전시는 주로 네이밍, 패키지, BI, CI 등을 개발하는 일만을 맡아 했다. 고객사 사업 부문과 협의해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그 과정에서 광고·홍보 회사 등이 붙어서 소비자에게 알려왔다.

요즘은 전통 분야와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모두가 협업이 가능해졌다. 국내 메이저 브랜딩 에이전시는 기본적으로 전략, 버벌(verbal·언어), 디자인 이 세 가지 개발 분야를 갖고 있는데,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고객사는 예산을 확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다른 활로를 찾게 된다.

인터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이고 역사도 오래된 나름 넘버원을 자부하는 에이전시임에도 현 상황을 타개하고 리드하기 위해 3년 전 부터 ‘브랜드 액티베이션(Brand Activation)’이라는 실행부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부서는 전략적 방향성을 찾아 이름 짓고 예쁘게 디자인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과정까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PR 혹은 광고, 인테리어나 MD(상품기획) 역할까지를 망라한 토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끝이 아닌, 이제는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소비자가 경험하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가령 모 은행의 모바일뱅크 브랜드를 만들면서 메신저 이모티콘까지도 함께 기획해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브랜딩에 참여하게 하는 식이다. 예전과는 달라진 접근이다.

이시우 애드쿠아 인터렉티브 이사(이하 이시우): 여기 디자이너도 계시고 조사하는 분도 있으신데, 어느 순간부터 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일을 한다. 디지털 대행사 입장에서는 이 가운데서 어떻게 최선·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상당히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쟁 PT(프레젠테이션)에서 종합광고대행사와 붙게 됐을 뿐 아니라 인터브랜드가, 구글이 우리 경쟁사일 수 있는 환경이다. 나스미디어같은 렙사도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융합이 된다는 건 다 같이 경쟁하는 것이기에 이 가운데서 어떻게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가 요즘 고민이다.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이하 이상훈): 메조미디어와 같은 렙사들도 최근 내부에 작은 광고부서를 만든 걸로 안다. TNS라고 미디컴이라고 내부에 광고 기획·제작팀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오히려 조사파트가 강화된 광고회사, PR파트가 강화된 광고회사는 지금 상황에서 메리트이지 마이너스가 아니다.

사실 업에 대한 고민은 종합광고대행사(종대사)에서 훨씬 큰 상황이다. 디지털이 갑자기 붐업되고 이에 대한 고객사 니즈가 강해지고, 소비자 사이 각종 접점에서 어마어마한 인터랙션(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시장이 활성화된 건 3년 정도 된 것 같다.

종대사의 경우 이미 온라인팀이 있었음에도 디지털 트렌드에 맞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강화하고 인력 충원을 시작한 건 최근 일이다. 지금도 인력을 수급하는 회사가 많은데,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디지털 에이전시와의 싸움에서 종대사가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고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김은아 미디컴 국장(이하 김은아): 홍보라는 개념 자체도, 홍보회사의 업무 분야도 굉장히 넓다. 시작은 언론에서 출발했으나 인플루언서 관리, SNS 운영, 디지털 캠페인, 광고 영역까지 쭉 확장된 게 홍보회사의 프로세스다. 데이터 마이닝이나 조사 업무도 포함된다.

미디컴의 경우 전통적 언론홍보와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포함한 매출이 40%가 안 된다. 65% 정도가 디지털 영역에서 나온다. 디지털이 오프라인 매출을 추월한 지 3~4년 됐다. PR에이전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용역 피(fee) 개념이 있는데, 소셜미디어 쪽에서 광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디지털 광고로 인한 매출과 서비스 용역 매출이 비등해졌다.

김재호 아이프로스펙트 부장(이하 김재호): 사실 디지털 분야는 3D 업종인데 다들 좋은 이야기만 해주셔서… (일동 웃음) 우리 회사는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에 속하는데 한국에 7개 브랜드가 있다. 종대사 브랜드, 디지털 전문, 데이터도 있다. 그래서 한 번씩 모이면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저는 업에 대한 부분은 채움과 비움이라 정의한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서 10년 넘게 일했는데 처음 배웠던 지식이 계속 바뀌고 있다. 기존에 배웠던 걸 다 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채우고 있다. 특히 데이터 분야는 2000년도만 해도 PV(페이지뷰), UV(순방문자 수)면 끝났던 것이 리치(도달), 전환율로 바뀌는 등 버리고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2012년 경부터 미디어별로 메시지를 동일하게 가져가지 않는다는 전략이 있었다. 하나의 메시지가 모든 미디어에 동일할 필요가 없고, 각 미디어 별로 반응이 다르다. 우리는 데이터에 대한 모든 것들을 수집하는데, 데이터는 이제 대행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광고주도 데이터를 볼 수 있다. 광고주가 툴(tool) 종류나 데이터를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때도 있다. 과연 누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느냐, 그게 에이전시가 살 길이 아닌가 한다.

이시우: 모바일이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살아있는 데이터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는 실제 소비자가 반응하고 움직인 데이터를 말한다. 일별, 시간별로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 계속 최적화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훨씬 심화된 3D 업종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20억 TV광고 하나 태우고 커미션(수수료)을 받으면 끝이었다. 종대사가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적은 수로 이렇게 큰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디지털은 ROI(투자수익률)가 안 나온다. 그게 종대사의 고민거리다. 파생되는 수많은 데이터, 또는 업무 최적화는 결국 노동력이 필요하다. 기회가 열린 면도 있지만, 업을 하는 사람들을 상당히 힘들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훈: 요즘 우리가 관심 갖고 있는 부분은 빅데이터와 테크다. 아까 부장님이 하신 말씀에 120프로 공감하는데 빅데이터 사업은 시스템만 갖추면 어느 정도 다 가능하다. 거기서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시장이나 고객사에 필요한 양질의 엑기스를 뽑아내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게 앞으로 에이전시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별개로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디어 제안할 때 기본으로 고려되는 분위기다. 사실 국내에서 진행된 AR·VR 아이디어를 보면 약간의 콘텐츠만 다르지 대단히 잘 활용한 사례는 못 본 것 같다.

지금 많은 소비자들도 이 기술을 그렇게 신기하게 보지는 않는다. 유튜브에서 360도 영상이 나온다한들 ‘그게 뭐’라는 반응이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사람들에게 늘 보던 기술이 아니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느냐가 고민이다. 경우에 따라 기술 자체가 광고가 될 수도 있다.

아쉬운 건 빅데이터와 테크를 리드하기 위한 제도, 노력, 시스템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산업 자체를 아예 다르게 보지 않고, 시도 자체와 노력을 달리하지 않는 이상 약간의 인력 충원으로 기존 종대사가 갑자기 환골탈태하진 못한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업의 변화와 함께 겪는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김성민: 살아있는 데이터를 말씀하시니 생각나는 건데,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면 해당 브랜드의 전국 대리점 간판들을 모두 교체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차원의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투자 대비 실효성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온라인 매체에서는 그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 한 달에 1억 건의 앱 다운로드가 발생했다거나, 몇 만 뷰에 도달했다는 지표가 즉각적으로 보이니, 성과가 높은 경우 고객사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입증하기 어려웠던 브랜딩 효과가 온라인에서 진행할 때 보다 가시적인 성과로 보이는 거다. 얼마나 살아 있는 반응으로 성과를 보이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문희 tns 상무

최문희: 최근 디지털이 소비자들의 생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예측 가능하게 움직였다면 지금은 마켓 리서처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영세대들이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소위 장년층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예측도 상당히 빗나가고 있다. 가령 55세 장년층의 네이버 밴드 사용량이 40% 선까지 급속히 증가한 결과 등을 보면 그렇다. 이들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발 빠르게 적응한 거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 행동이 급박하게 변하다 보니 고객사는 이 속도에 맞춰 대응해야 하고, 우리 같은 에이전시도 거기에 맞춰줘야 한다. 그런데 조사는 평균적으로 4주면 짧은 거고 보통은 기획부터 석 달 가량 걸린다. 고객사가 그걸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 달 동안 하면 트렌드가 끝나버리는데 그때 가서 뭘 써먹겠느냐는 거다. 그러다보니 나와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살아남기 위해 무수한 콜라보레이션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패널도 있지만, 그것 하나만 갖고 하기보다는 조인트 벤처 내지는 협력을 통해 진행한다. 굉장히 다른 소스들을 병합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상훈: 융합이란 개념이 계속 등장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혼재라고 볼 수도 있다. 정의가 계속 변하고 발전, 합쳐지는 상황에서 고객사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접하는 매체는 너무나 많고 니즈도 강한데, 정확하게 과제를 주지는 못한다. 대행사에게 이걸 해줬으면 좋겠다 명확히 요구를 못하는 거다.

그럼에도 마케팅 이후 활동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증명 요구가 훨씬 강해졌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얻은 게 뭐냐’는 거다. 저희는 광고를 커뮤니케이션으로 본다. 그런데 지금 시대의 광고주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 아니라 마케팅 솔루션을 원한다. ‘소비자 인식, 선호도가 올라갔네’가 아니라 매장에 얼마나 유입이 됐는지,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퍼진 건지, 판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 등이 중시된다.

일본 덴츠의 경우 덴츠 디지털이라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고, 벌써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프로그래매틱 바잉(알고리즘에 따라 이뤄지는 광고 자동구매)이 완전히 자리 잡고 있다. 물론 TV광고까지는 아니고 온라인에 국한됐지만, 기계적으로 타깃 연령대를 맞춰 그에 적합한 메시지를 산발적으로 뿌리는 걸 시작하고 있다.

과거 기획·전략, 제작, 매체라는 전통적 프로세스를 따를 때는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중요했다. 딜리버리(delivery)가 중요했던 거다. 지금은 그런 시장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야 옛날부터 고루하게 말하던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가 가능한 환경이 됐다.

예전처럼 메시지 하나 뚝 만들어 동일하게 매체에 뿌리는 게 아니라 각 매체·접점별로 어떤 타깃에 맞춰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와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인터랙션이 일어난다. 어떻게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과 소통,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요즘 하는 가장 큰 고민이다. 디지털 대행사, 종대사 관계없이 광고업을 한다는 사람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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