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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품은 팬틴의 캠페인 인사이트
다양성 품은 팬틴의 캠페인 인사이트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7.05.31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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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비판을 시장 개척의 기회로 삼다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팬틴의 느닷없는 흑인머리칼 찬양, 왜?
② ‘포용 옷’ 입은 팬틴의 캠페인 PR인사이트

[더피알=임준수] 피앤지(P&G)의 샴푸 브랜드 팬틴은 올해 3월부터 ‘모든 강한 머리카락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다’(All Strong Hair is Beautiful Hair)는 메시지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그 배경에는 흑인 여성의 모습을 통해 ‘정상 머리칼’ 헤어 제품들에 문제를 제기한 시어모이스처의 앞선 시도가 있다. ‘벽을 허물어라’ 캠페인이 다양성과 포용을 찬양한다고 했는데, 팬틴 역시 흑인의 머리카락에 담긴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캠페인의 보도자료에서 팬틴은 “오랜 세월 동안 팬틴과 같은 대형 브랜드는 광고와 홍보물에서 흑인계 미국인의 헤어스타일 및 질감을 아주 제한적으로 보여줬고, 길고 반짝이며 부드러운 머리칼만을 두발 건강과 미로 띄움으로써 의도치 않게 사회에 만연된 건강하고 아름다운 머리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데 일조해왔습니다”라고 나름 반성을 한다.

그러면서 흑인 여성에게 더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팬틴 골드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쯤 되면 40여 년간을 무시하다가 차별화를 노리고 들어온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의 파이를 내주지 않기 위해 마케팅적 반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물론 팬틴은 틈새시장을 통해 들어오는 경쟁자의 도전을 오래전부터 주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2016년 초부터는 광고 캠페인의 모델을 다양화하는 등 준비를 다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더피알에서 소개했던 지포(Zippo)의 세이브더페인(SaveThePain) 캠페인을 집행한 디브리즈 글로벌(DeVries Global)을 통해 ‘데드두’(Dad-do·아빠도 할 수 있다)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의 해시태그가 스트롱이즈뷰티플(#StrongIsBeautiful)이다.

2017년 피알위크(PR Week)지가 주관하는 피알위크 어워드에서 올해의 베스트 바이럴(Viral) 부문 수상작으로 꼽힌 이 작품에서 팬틴은 프로미식축구(NFL)의 흑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장면을 보여주며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끌어냈다.

아울러 ‘아빠가 딸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딸이 학교에서 더 독립적이고 공부도 잘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더 강한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유사조사(Pseudo-research) 결과를 보도자료에 끼워 넣었다. 소재 자체가 아침방송에 최적화된 데다가, 엄마들이 듣고 싶어 하는 조사결과를 넣어줌으로써 홍보인들 사이에 꿈의 무대로 알려진 굿모닝아메리카(GMA) 등 아침방송 쇼에 캠페인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팬틴 측은 ‘아빠도 할 수 있다’ 캠페인은 약 17억 미디어 임프레션즈를 만들어냈고, 캠페인 동영상은 약 4500만회 시청됨으로써 팬틴 캠페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고 자평했다.

인사이트 넷

시어모이스처 같은 시장의 후발 경쟁자들이 던진 도전에 대한 대응적 마케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팬틴의 스트롱이즈뷰티플 캠페인에서 몇 가지 중요한 PR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좋은 캠페인은 언제나 시장의 상황분석(Situation analysis)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케팅 조직으로 알려진 피앤지는 후발주자의 강력한 도전 메시지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피앤지가 다양성과 포용을 거부하는 ‘벽’으로 인식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어쩌면 시어모이스처의 브레이킹더월 광고 캠페인에서 진열대를 허물어버리는 장면은 애플사의 1984 광고에서 빅 브라더를 향해 내던지는 해머와 비슷한 상징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비판이 제기되면 겸허히 수용하면서 대응 메시지를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시장 개척의 새로운 기회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팬틴은 그동안 자사 광고를 포함해 대형 헤어뷰티 제품의 광고에 만연한 인종적 편향에 대한 비판을 수용했다. 그리고 반성의 의미로 기존 캠페인 태그라인인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을 ‘모든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로 확장했다. 다양성과 포용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 팬틴은 ‘우리가 흑인 소비자들에게 더 헌신하겠다는 약속의 징표’로 수많은 임상 시험을 통해 흑인에 최적화된 팬틴 골드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수 인종 여성들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신제품 홍보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브랜드 홍보대사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공고히 했다. 목표 수용자층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과거에는 미디어 플래닝이 가장 중요했다. 다시 말해, 목표 수용자층이 가장 선호하는 미디어 채널,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나 후원을 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제 브랜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자와 대화하고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팬틴 브랜드 홍보대사 질리언 허비

광고의 시대에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의 시대로 바뀐 시장 환경에선 브랜드를 대변하며 지속적으로 공중들과 대화를 하는 ‘앰배서더’가 필요하다. 팬틴은 흑인 소비자들에게 더 접근하기 위해 소울 뮤직 싱어송라이터이자 행위 예술가인 질리언 허비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21세기는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이다. 21세기 초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한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물론 역사의 진보에는 늘 반동이 뒤따르기 마련이어서, 미국은 현재 잠시 혼란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아예 과거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을 외면하거나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해서 기업은 조직문화는 물론이고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포용적이어야 하며, 브랜드 캠페인에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반영되어야 한다.

일례로 코카콜라는 2014년 슈퍼볼과 올림픽 기간에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의 가족이 각기 다른 언어로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을 부르는 모습을 담은 광고 ‘잇츠 뷰티불’(It’s beautiful)을 내보냄으로써 언론보도와 소셜미디어 인게이지먼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 노래를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부른 것에 항의하는 일부 보수세력이 있었지만, 언론은 이들을 ‘추한 미국인’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이자 장수하는 브랜드답게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화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미래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좋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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