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색으로 말해요
스타트업 스토리, 색으로 말해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6.0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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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체성 컬러에 담아…모바일 세상서 존재감 드러내는 수단되기도

[더피알=조성미 기자] 고유한 색상은 강렬한 연상효과를 준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파란색, 코카콜라의 빨간색, 스타벅스 녹색, 이마트 노란색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컬러로 담아내는 시도가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물리적인 제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만으로 존재하기에 하늘색의 트위터, 파란색의 페이스북, 초록색의 네이버, 노란색의 카카오 등 색상으로 브랜드와 서비스를 매칭시키고자 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있어서도 컬러는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서비스를 쉽게 각인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들의 브랜드 컬러는 기존 기업 브랜드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대기업들이 중후하고 안정적인 색감을 선호했던 반면, 스타트업들은 네온이나 파스텔컬러도 과감히 사용하며 재기발랄하고 힘이 넘치는 이미지를 담아낸다.

이와 관련, 유지은 J&브랜드 이사는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친근한 색상의 경우 이미 누군가가 선점하고 있어 쉽게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기술 혹은 아이디어의 혁신성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무언가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 색들은 안전하지만 혁신성을 보여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트, 오렌지 그리고 핑크

스타트업에게 색은 작은 모바일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앱을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상황에서 모바일 화면 속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색으로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때문에 민트나 주황, 분홍과 같이 기업의 상징으로 삼기엔 다소 낯선 컬러들에 정체성을 담아내곤 한다.

일례로 P2P금융기업 렌딧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나 금융기업에서 브랜드 컬러로 활용하지 않던 민트를 선택했다. 산업디자이너 출신의 김성준 대표는 “우리는 회사, 서비스, 구성원 모든 것의 어느 하나만을 접하더라도, ‘아! 렌딧’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금융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민트를 메인컬러로 사용해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배달의민족도 시선 강탈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한명수 CCO는 “디자인 전문가들은 컬러 스펙트럼에서 다루기가 어렵고 민감한 색상으로 중성 계열인 보라색과 민트색을 꼽는다”며 “일관성 있는 컬러 구현이 어렵고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해서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매우 매력적이고 독특한 고유의 브랜딩 색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고 전했다.

민트와 함께 스타트업들이 선호하는 컬러로는 오렌지(주황)가 있다. 이색적인데다 활기까지 지니고 있는 오렌지 컬러를 채택한 직방은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집의 형태를 띤 심볼로 포근한 집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역시나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는 얍(YAP)의 CI는 볼보그램(volvogram·역방향으로 읽으면 전혀 다른 단어가 되는 단어)을 적용했다. YAP을 뒤집어서 읽으면 PAY(지불)이자 주황빛 여우를 연상시키는 CI로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숙박 O2O 야놀자의 경우, 숙소 예약 시 중요한 여성의 마음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야놀자 핑크’ 색상을 직접 개발했다. 또 영문명의 첫 이니셜인 Y와 회오리를 형상화해 즐거움과 편안함 그리고 숙박 시장에서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염원을 담기도 했다.

하나의 색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이렇게 민트나 핫핑크, 청량한 오렌지 등 기존 CI나 BI에서 볼 수 없던 색상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무작정 튀는 색을 고른다고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컬러를 선택하는 데 별도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룰은 지켜야 한다. 차별화만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핑크나 오렌지를 선택한다면, 고객에 다가가는 로직이나 감성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 즉, 업의 본질이 부여하는 색깔이라는 커다란 룰 안에서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컬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배달의민족이 민트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컬러 외에도 폰트와 문구,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풍부하게 만드는 브랜딩 과정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컬러 선택과 그 안에서 ‘배민다움’을 충분히 풀어냈기 때문에 성공한 컬러브랜딩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유지은 이사는 “치열한 시장에서 단순히 반복적으로 사용해 하나의 컬러를 부각시키고 또 소비자에 각인시켜 나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나 지금의 브랜딩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이 지루함인데, 하나의 컬러를 강하게 쓰는 데서 오는 지루함이 있을 것”이라며 하나의 컬러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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