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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 뒤에 자리할 자연수
삶의 ‘=’ 뒤에 자리할 자연수
  • 방세잎 soou501@naver.com
  • 승인 2017.06.0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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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스토리] 카페주인장이 만난 건물주느님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줄곧 하셨다. 사람이 겪을 불행과 행복의 총량은 모두 정해져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체감은 달라질 거라고.

유명한 강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은 +1컵 -1컵이라다, 첫째 아들이 전교1등으로 S대를 들어가면 막내아들은 오토바이를 탄다고. 그래서 그 집 부모에게는 +1, -1 결국 0이라는 것.

하지만 아직 어린 나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어떤 사람들에겐 -1이 있을지라도 +10은 되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나는 많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때론 그들이 자괴감을 주기도 하지만, 커다란 교훈을 얻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가게에 차를 마시러 온 부부는 알고 보니 근방에 새로 짓는 큰 건물의 주인이었다. 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건물주느님’인 것이다.

어린 패기를 내세워 무모하게 시작한 자영업은 내 삶을 황폐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결과 스물여섯 평생 겪어보지 못한 경제적 압박을 최근 반년간 몰아서 감당하고 있었다. 매달 월세에 은행이자, 전기세와 수도세, 예상못한 기타 잡비가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 편의점에서도 1400원짜리 컵라면 대신 900원짜리를 고를 만큼 부담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중년 부부의 풍족함은 어찌나 부러운지 잠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쾌활하고 사이좋아 보이는 부부는 젊으니 열심히 하면 잘 될거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우리 가게가 마음에 들었는지 건물주 아저씨는 그 다음날에도 방문했다. 준비 중인 건축 시험이 있다며 공부할 것들을 챙겨와 홀로 자리에 앉았다. 마침 가게에 나와 아저씨 단둘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저씨는 내게 우리 아들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참 아쉽네라며 몇 차례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나는 속으로 아들이 결혼했나보다 생각했고, 또 그런 말을 했을 때 물어봤다. “아드님이 결혼하셨나봐요?” 내 물음에 아저씨의 답은 뜻밖이었다. “아니 다쳐서 누워있어.”

모든 인생에는 +1 -1이 있다.

당황했지만 그리 큰 병이 아닐거라 생각했다. 왜냐면 말을 하는 아저씨가 너무도 쾌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저씨의 아들은 올해 31살인데 현재 7년째 중환자실에서 지내고 있었다. 내 나이보다도 더 어릴 때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가 크게 다쳐 생존율이 10%도 안 되는 뇌 수술을 7차례나 받았고 현재 식물인간 상태라고 했다.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 몰라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는 나를 향해 아저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아저씨는 일을 열심히 해야돼. 우리 아들 내가 평생 데리고 살려면..”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히 말했지만 나는 그 속에서 감춰진 슬픔과 범접할 수 없는 지혜를 보았다.

아저씨와 말을 나눈 그 날부터 며칠동안 아저씨의 아들 이야기는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눈부시게 젊은 날을 수술실과 병실에서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인생은 정말 +1, -1이라서 신은 공평하구나 라는 깨달음도 아니었다. 단지 삶에 덮친 불행을 대하는 아저씨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금쪽같은 자식의 불행한 사고, 앞으로 호전되더라도 전과 같은 일상생활은 불가능한 아들의 미래를 받아들이는 아저씨는 듣는 사람을 당황시킬만큼 유쾌했다. 수술 중에 사망할 가능성이 90%인 수술을 일곱 번이나 견뎌줘서 얼마나 고맙냐며 우리 아들 이뻐죽겠다며 웃는 아저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1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젊고 건강한 육체, 현명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토끼같이 귀여운 동생, 그리고 마치 내 새끼 같은 가게, 매일 죽는 소리치는 나를 다독여주는 친구와 선배, 응원해주는 후배들. 내가가진 무수한 +들을 두고 왜 나는 -에 빠져 스스로 불행을 만들었을까.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아무리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대비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확실한건 모든 사람들에겐 +1이 있으면 -1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1-1의 =’는 수학과 달리 0이 아니다. 그것은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서 0일수도 -N일수도 +N일 수도 있다. 내 삶에 들어온 -1에 빠지고 다른 사람의 +1만을 부러워하면 자기의 삶은 -의 연속일 것이다. 타인의 -도 +도 아닌 내 삶의 +에 감사한다면 불시에 삶을 덮친 불행 속에서도 행복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뒤에 자리할 자연수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다. 



방세잎

지식인이 꿈입니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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