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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복고주의, 향수에 기술을 더하다
新복고주의, 향수에 기술을 더하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6.02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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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어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 SNS 타고 ‘현대적 참신함’ 어필

[더피알=이윤주 기자] 추억열차가 다시 궤도에 진입했다. 70년대 상표를 단 가나초콜릿과 크라운맥주, 클래식한 교복과 나팔바지, 계몽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바른생활 디자인은 기술적 참신함을 만나 신박해졌다. 20대는 생소함에 끌리고 40대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자꾸만 손이 간다.

모든 분야에는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있다. 수학의 정석, 샤넬 No.5, 컨버스 신발, 초코파이 등이다. 마케팅 역시 꾸준히 돌고 도는 트렌드가 있다. 복고와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이 그것이다.

레트로(Retro)는 회상·회고(Retrospect)의 준말로 옛날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해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흐름이다. 기업들은 한시대를 풍미했던 제품의 오리지널 라인(Original Line)을 재구축하거나, 과거제품을 요즘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를 불러모은다.

제과업계에서 레트로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제과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 곳곳에 등장한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을 리패키지 제품으로 시중에 출시했다. 옛스러운 디자인의 가나초콜릿은 포장지만으로도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1번가x롯데제과 기획전 히트상품 광고. 11번가 홈페이지

대선주조도 리패키지 제품을 내놨다. 70년대 상표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친 것. 당시의 됫병 소주를 기억하는 50~60대 소비자들은 700mL 대용량 한정판에 호응했고 추가생산도 이뤄졌다.

레트로 바람에는 복고의 원조로 불리는 패션업계도 빠질 수 없다. 바지 밑단을 나팔 모양으로 본뜬 부츠컷이 다시 유행하고, 바퀴가 달린 신발 힐리스가 부활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복고 관련 아이템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적어도 기본 이상의 효과를 보장하는 콘텐츠”라며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 기억, 경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혹하는 20대와 무덤덤한 기성세대

재밌는 것은 레트로에 7080세대보다 오히려 젊은 층이 더 열광한다는 점이다. 기업에선 경제력을 갖춘 7080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들이 어릴 적 경험했던 것들을 소비문화의 큰손이 된 후 다시 떠올리게 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SNS를 타고 젊은 층에게 더 많이 회자된다.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함과 유치하지만 매력적인 독특함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피터 힌센은 <뉴노멀>에서 인간은 15세 이전에 경험한 세상을 자연법칙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15~35세 사이에 새로이 경험한 것들은 신나고 혁신적이라 여겨 탐험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분석했다. 그 이후 새로 만들어진 것들은 있어선 안 되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으로 여기며 거부하게 된다고 했다. 젊은 층들이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를 여기에 대입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옛 그림체와 재미난 문구를 조합한 바른생활 표어. 바른생활 페이스북

20대는 혹하지만 중장년층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레트로 마케팅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등장했던 철수와 영희 그림체는 젊은 층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계몽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바른생활 디자인은 바른 말만 할 것 같은 캐릭터들에 재기발랄한 문구를 추가해 매력을 발산한다.

‘나가라 일터로! 나에겐 빚이 있다!’ ‘오고가는 언쟁속에 싹트는 아이디어’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라고 외치는 식이다. 이미 캐릭터가 익숙한 4050대는 별 감흥이 없지만 젊은 층은 레트로 풍의 그림체와 재치 있는 문구에 혹한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스냅사진을 위한 20대의 필수코스가 됐다. 옛날교복 대여점에서 영화 클래식에 나올법한 교복으로 갈아입는 콘셉트다. 각이 살아 있는 교복모자에서부터 주번이라고 적힌 노란 배지까지 부모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인스타그램에 #경암동철길마을 검색한 결과 교복인증샷. 인스타그램 캡처

이곳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거나 커플 인증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1980~90년대 만남의 광장이던 롤러장의 부활도 이러한 현상과 맞닿아 있다. 현재 서울에만 150여개에 달하는 롤러장이 운영 중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연예인들도 레트로의 단골손님이다. 지난 4월 첫 방송된 ‘트리플H 흥신소’의 출연자들은 레트로를 키워드로 유닛 활동을 시작했으며, 걸그룹 EXID는 최근 발표한 신곡에서 ‘레트로 여신’ 분위기를 콘셉트로 잡기도 했다.

아울러 놀이문화에도 레트로의 영향력이 닿아있다. 보드게임과 인형뽑기가 다시 유행하면서 길거리에선 자신이 뽑은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기 다마고치가 최근 부활했다. 다마고치는 알에서 깨어난 애완동물을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밥을 주고 잠을 재우고 놀아주는 추억의 게임이다. 흑백 액정과 도트 형태의 그래픽까지 그대로 재현됐다.

레트로 게임기를 모으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거래하다 아예 레트로 게임장터도 생겨났다. 구하기 힘든 희귀아이템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져 현재는 엑스포에서 개최될 정도가 됐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게임업계에서 복고 소재를 활발하게 차용하는 이유는 게임에서 멀어진 1세대의 유입을 기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자 층을 만들어나가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기술진화형으로 변모

레트로 열풍 중 최근 눈에 띄는 점은 ICT기술과 복고의 만남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단순히 기존의 것을 살짝 바꾸는 차원의 레트로였다면, 최근에는 VR, AR 기술 등이 첨가돼 기술진화형 레트로 마케팅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콘텐츠에 진화된 기술을 첨가해 ‘현대적 참신함’을 더한 것이다.

포켓몬스터 만화에 증강현실을 적용해 세계적인 포켓몬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GO’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크래프트는 1997년 출시한 원작을 최대한 유지하되 그래픽과 사운드를 대폭 개선했다. 제품에 기술력을 입혀 원작을 기억하는 1세대를 다시 불러모으는 시도로 풀이된다.

스타크래프트 이전버전(왼쪽)과 리마스터 버전(오른쪽).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

김철환 소장은 “레트로는 해당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활발할 수 있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콘텐츠가 많아지면 자칫 식상해질 수 있다”면서 “차별화를 위해 첨단기술과 접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감성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감성과 기술적인 새로움이 어우러질 때 레트로마케팅의 기반이 되는 ‘공감’이 형성된다. 이 포인트가 과거 레트로 마케팅과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레트로 마케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 사람들이 제품을 보며 편안함을 느끼고 자연스러운 호감이 형성된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이 이미 형성돼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거나 인지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병희 교수는 “어떤 브랜드의 인지도나 선호도를 1% 높이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에 브랜드 이름을 접목시키면 적은 비용으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레트로 마케팅은 O2O서비스 분야에서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는 친숙함을 연결시켜야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레트로 마케팅을 할 때 주의점도 있다. 여준상 교수는 “과거 제품을 새로 내놓으면 무조건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면서 “단순히 옛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편안함과 기분 좋은 짜릿함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억으로 현재의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달래고, 예전과는 다른 형태로 보여줄 부분을 고민해 새롭게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복고로 화제는 모았지만 브랜드 가치 상승이나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도 조심해야 한다. 김 교수는 “레트로라는 소재에 빠져 광고나 홍보에 있어 재미만 주고, 브랜드의 특성을 기억하지 못하는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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