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도움’ 이 아니다
도움이 ‘도움’ 이 아니다
  • 최환규 (admin@the-pr.co.kr)
  • 승인 2011.02.11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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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의 갈등 코치

사람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누군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제3자의 자문이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결혼 한 부부가 가치관과 생활태도의 다름으로 인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마음 약한 사람이 상대방의 방식을 참고 따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툼으로 발전되며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때 아내와 남편은 각각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며, 도움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전하게 된다. 아내는 자신의 조언자에게 배운 방법대로 남편과 대항해 싸우게 되고,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 조언자에게 배운 방법으로 아내에게 대항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부부싸움은 격화되고,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이 커져 이혼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이 경우, 아내와 남편의 조언자를 과연 ‘조언자’라 할 수 있을까? 혹여 ‘가정파괴범’은 아닐까?

남편의 폭행으로 이혼소송 중인 젊은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이혼에는 동의하나 위자료에서 의견이 엇갈렸는데, 남편보다 아내의 입장이 더 강경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주변에서 “훨씬 더 많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부인은 남편의 경제적 여건 등을 감안하기 보다는 주변 조언자의 말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쉽게 마무리될 이혼소송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었으며,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같은 부서원끼리 갈등이 있을 때에도, 부서끼리 갈등이 있을 때에도 조언자가 등장하게 되면 다툼은 더 격렬하게 된다.

조언자 개입되면 사건 해결 어려워져

조언자가 개입했을 때 사건 해결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아마도 조언자는 사건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모자동차 회사의 노사 분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노사 분규가 발생했을 경우 외부의 조언자가 개입될 때 해결이 더 어렵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외부 조언자가 개입되면 사건 해결이 어려워지는 두 번째 이유는 사건 당사자간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의 예를 보면 아내와 남편은 가치관과 생활습관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지만 가정만은 잘 가꾸고 지켜나가고 싶다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내와 남편의 조언자들은 갈등 당사자와는 이해관계가 다르다.

조언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 상대가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갈등 당사자들이 자신의 조언에 충실이 따라주기를 바란다. 결국 조언자들에게는 갈등당사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말을 충실히 따라 주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외부 조언자가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정보의 생략이나 왜곡이다.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자신의 조언자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조언자들 또한 상대가 마음 아파할 까봐 또는 다른 사람 편을 든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판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감정이 격해지며, 격해진 감정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때 우리 머리 속에는 ‘어떻게 하면 내가 상대를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다. 상대를 이길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상대를 비방하거나 해코지하게 되고, 이런 일을 당한 상대는 더 강력하게 반격하게 된다.

진정한 조언자가 되려면…

진정한 조언자는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자신의 말을 잘 듣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의 열쇠를 갈등 당사자에게 주는 사람인 것이다. 진정한 조언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에 그치고 의사결정은 당사자 스스로가 내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갈등에 대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로 충분한 것이다.

둘째, 조언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도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숨어있는 진정한 목적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물을 먹고 있을 때, 겉으로 보이는 물을 마시는 행동은 모두 같지만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목이 말라서, 어떤 사람은 졸음을 쫓기 위해, 어떤 사람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그 목적이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당사자 어느 한쪽의 말만 듣게 되면 상대방의 진정한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에 있는 진정한 목적을 파악해야 된다.

셋째, 갈등의 원인을 궁금해하기 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갈등을 접하게 되면 갈등당사자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먼저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갈등의 원인을 궁금해 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비난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조언을 구했던 사람은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게 되고 갈등 상대방을 향해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과거에 집착해 원인을 찾기보다는 미래를 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너는 어떻게 해결되기를 원해?”, “해결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등의 성찰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제시한 해결책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인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승자로 만드는 방법이 올바른 해결책이지, 어느 한쪽은 승자로, 다른 한쪽은 패자로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 순간 패자가 된 사람은 겉으로는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진정으로 승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더 큰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갈등당사자가 모색한 해결책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갈등당사자는 ‘상대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이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을 곧잘 하기 때문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조언자는 당사자가 선택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조언자는 황희 정승과 같은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도움이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해결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움을 위해서는 시선을 나와 더 친한 한쪽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 당사자 모두를 향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


고려대/

고려대 일반대학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일본 Kyoei System Bureau/

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코치협회(ICF) 인증코치(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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