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으로 通해야 설득할 수 있다
진정성으로 通해야 설득할 수 있다
  • 이명주 (admin@the-pr.co.kr)
  • 승인 2011.02.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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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生生 홍보

한 조직에서 홍보 전문가 되려면…

한 회사에서 20여 년을 근무했다고 하면, 더욱이 홍보 업무만 계속 해왔다고 하면 새삼 주목을 받게 된다. 홍보전문가라고 슬쩍 인정해 주려는 사람도 있지만, 홍보 업무만 했으니 경영이니 전략, 재무, 마케팅, 영업 등은 문외한 일 것이라고 아예 치부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다양한 분야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지 않고서는 홍보 업무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간접경험은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자신만의 노하우로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한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때마다 인내와 끈기, 긍정적 마인드 그리고 조직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거기에 변화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회사와 사람에 대한 관심, 속한 조직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는 것이다.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나 동료 몇 명만 있어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하니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조직에서 그러한 지인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때론 이러한 것들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한 조직에 있다 보면 그 나름으로 장점이 많다. 조직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이 용이하다. 그동안 쌓아온 사내 인맥으로 협조를 구하기도 편하다. 그래서 홍보담당은 그 조직을 잘 이해하고 회사의 방침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경영진의 의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 거의 5년 단위로 업무 순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홍보담당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부서로 옮겨가면서 ‘이제서야 일할 만한데’ 하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많은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홍보업무의 전문성 측면에서 볼 때 홍보직무의 순환보직은 다시 한번 생각해봄직하다. 서강대 신호창 교수도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 내에서의 요구 조건과 조직의 규칙 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메시지 작성에 있어 서로 다른 직급이나 부서간의 이해관계에 대해 잘 파악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도 요구된다. 또한 경영정보를 조직 구성원들이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로 인정된다(마이크비어드, 신호창 역, 2003)”고 했다.

또 한 가지는 회사 콘텐츠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시기에 담긴 연도별 히든 스토리, 다양한 소스 등은 좋은 홍보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조직의 홍보업무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마냥 옮겨 다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가족처럼 느껴지고, 경영진 메시지에 담긴 ‘00가족 여러분’이라는 말이 마음에 다가오는 순간 회사에 대한 애정도 한껏 높아진다. 이러한 것들이 동기부여가 돼 자신의 발전에 순환적으로 작용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홍보의 역할은 통(通)하도록 하는 것

홍보는 알리고 확산시키고 열린 상태를 지향한다. 가장 큰 역할은 소통(疏通)에 있다. 경영진에서부터 조직 내부의 다양한 공중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상호간 신뢰(Trust)가 형성되도록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는 것이다. 조직원간 신뢰는 자연스럽게 외부와도 연결돼 외부 공중과도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해준다. 메시지가 조직 내부에서 기(氣)처럼 유연하게 흐르고, 조직원의 행동과 말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 다시 내부조직으로 들어올 때 조직에 대한 신뢰는 훨씬 더 강해진다. 홍보는 그러한 조직의 ‘소통’을 위해 수면 위에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의 바쁜 발 역할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에서 유형의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설득하는 것과 설득 당하는 것

사람을 설득(Persuasion)하는 것은 참 힘들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교육에서 회사의 역사와 기업문화, 사업부문에 대해 설명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이 강사 자신이 먼저 알고 가치 부여를 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전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홍보는 늘 설득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서 알려야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제대로 잘 알려야 한다. 목적을 먼저 생각하고 누구에게 왜 알리는 지 고민하고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래서 창의성이 담긴 홍보업무의 연간계획, 월간계획이 필요하다. 설득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홍보는 특히 작고 사소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 안에는 값진 소스들이 많이 들어 있다. 예전 전경련 교육 때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제가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에 주목하라’였는데,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담고 있다. 범죄학의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접목한 것으로 홍보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가 현장에서 발견한 비즈니스 세계의 깨진 유리창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이 얘기하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고객이 겪은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번의 불친절한 직원, 정리되지 않은 상품, 말뿐인 약속 등 기업의 사소한 실수가 결국은 기업의 앞날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홍보업무에 진정성은 참 중요하다. 보기에 하찮거나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결국 기업이미지와 연결되었을 때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정성을 담아 허언이 아닌 사실(Fact)를 기준으로 조직을 제대로 잘 알리는 것이 깨진 유리창을 만들지 않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열정과 도전정신, 변화 수용의 마음으로

대부분 기업 홍보인의 기본 자질로 원만한 대인관계, 정보력, 설득력 그리고 글 쓰는 능력을 든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오랫동안 일해온 한 친구도 “이 분야에는 열정(Passion)이 있어야 하고, 해내고 말겠다는 도전정신과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이 분야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호기심을 현실화시키고 부딪쳐 나가며 경험을 쌓는 것이다. 홍보부문은 열정으로 끊임없이 전문성을 연마해가는 이들에게 많은 성취감을 주는 분야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난 20여년은 스스로를 담금질해온 시간이었던 듯하다. 그 담금질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다. 급변하는 변화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 달성을 위하여….

이명주

삼양사 홍보팀 홍보기획담당 부장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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