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방망이’로 ‘경영 홈런’ 날립니다!
‘홍보 방망이’로 ‘경영 홈런’ 날립니다!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1.02.15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구단 경영 패러다임 바꾼 신영철 SK와이번스야구단 사장

홍보인에서 경영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인물이 있다. 그 주인공은 신영철 SK와이번스 야구단 사장(56).

기업 홍보전선에서 갈고 닦은 홍보 노하우를 프로야구단 경영에 반영해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 그가 창안한 ‘스포테인먼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야구를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의 경지로 끌어 올려 관중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더니 연속 우승까지 거머쥐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야말로 ‘홍보 방망이’로 ‘경영 홈런’을 시원하게 날린 격이다. 프로야구시즌은 끝났지만 여전히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신 사장은 인터뷰에 흔쾌히 시간을 냈다.

군데군데 살짝살짝 찢어진 청바지에 붉은 계열의 웃옷을 검은색 재킷 안에 받쳐 입고 머플러를 가볍게 두르는 등 젊은 패션 감각과 시원시원하면서도 점잖은 말투에서 그의 남다른 세련미와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홍보맨’이라고 불러주신다면 영광이죠. 홍보요? 오래한 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에 홍보의 개념이 막 자리 잡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 홍보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신 사장은 KT 홍보실 창설멤버다. 1982년 당시 한국통신이었던 KT에 입사해 기획실에서 일하다 KT가 홍보실을 꾸리던 1989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덕분(?)에 홍보실로 발령 받아 홍보와 인연을 맺었다. 신 사장은 KT 홍보실에 소속되기 전부터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그가 홍보인으로 활동한 세월을 햇수로 따지면 20년쯤 된다. 1992년 한국이동통신이었던 SK텔레콤으로 일터를 옮겨 홍보팀장과 실장, 상무와 전무를 지낸 뒤 2005년 8월 SK와이번스 사장에 선임되면서 CEO 대열에 올랐다.

신 사장에게 지난 홍보 경험은 경영의 밑거름이자 중요한 자산이다. 신 사장은 홍보인으로 살며 몸소 배우고 터득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소통 능력을 야구단을 이끄는 데 십분 발휘해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2007년 한국PR협회로부터 ‘올해의 PR인상’을 수상하는 등 홍보인 출신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자 매력적인 일입니다. 야구단 경영에 있어 팬을 비롯해 언론이나 지자체, 기업, 직원들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스포츠구단은 마케팅 컴퍼니로, 마케팅을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홍보맨으로 살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홍보하며 배웠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마케팅에 적용시키고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것이죠.”

 

 

“우리 라이벌은 에버랜드나 CGV”

신 사장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성한 ‘스포테인먼트’란 이념을 야구단 경영에 적극 활용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현장에서 스포테인먼트를 실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SK와이번스 야구단의 스포테인먼트 경영전략에 관한 실증적 연구’란 제목의 논문으로 국민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포테인먼트는 스포츠를 엔터테인먼트처럼 즐기자는 개념으로, 핵심은 팬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우승보다 두 배 관중이 좋습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팬 가치를 그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스포테인먼트란 개념 없이 야구단을 운영하면 진정한 팬 가치를 높일 수 없습니다. 선수와 감독,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에서 스포테인먼트 정신으로 뛰어야 합니다.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차원을 넘어 팬이 좋아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실제로 신 사장이 스포테인먼트를 본격 가동한 2007년부터 SK와이번스에 희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해 SK와이번스는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맛봤으며 2위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총 3회에 걸쳐 우승을 차지, ‘최강팀’의 이미지를 굳혔다. 2007년 이후 SK와이번스 경기에 관중 수도 ‘확확’ 늘어 입장수입도 해를 넘길 때마다 ‘껑충’ 뛰었다. 선수와 감독,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전 직원이 스포테인먼트 철학을 공유하면서 SK와이번스의 분위기와 실적에 파란불이 켜진 것. “단지 스포테인먼트 때문에 우승했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시너지효과가 발생한 것이죠. 스포테인먼트 도입 이전에는 팬 가치를 높게 생각하지 않았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데,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스포테인먼트에는 혁신의 의지가 포함됐습니다. 기존 방식을 탈피해 야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

과거에는 SK와이번스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은 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거나 손을 흔드는 게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팬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기도 한다. 스포테인먼트 정신이 낳은 결과다. 이만수 코치가 관중석이 꽉 찬 기쁨에 속옷만 입은 채 야구장을 한 바퀴 돌았던 일명 ‘팬티쇼(?)’도 같은 맥락에서 펼쳐졌던 이벤트다. 신 사장이 SK와이번스의 라이벌로 다른 야구단이 아닌, 에버랜드나 CGV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에버랜드에 갈까, CGV에 갈까 고민하는 것처럼 야구장에 가는 것도 여가를 즐기는 데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야구단을 운영하거나 마케팅 한다는 얘기다.

 

트위터·스마트폰 앱 잇달아 개설…팬과 전방위 소통

이 같은 점에서 SK와이번스는 홈구장인 인천문학야구장에 잔디밭 관람석인 그린존과 경기를 관람하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존을 비롯해 커플존, 패밀리존 등을 마련했다. 사회적 이슈에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그린스포츠’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야구장 주변에 자전거 거치대 및 쓰레기 재활용 분리대 등을 설치했으며 녹색생활 실천을 다짐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펼쳤다. 이밖에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행복나눔 야구교실’을 열고 대한야구협회와 ‘SK야구 꿈나무 장학기금’을 조성하거나 인천지역 아마추어 야구단 활성화를 목적으로 ‘SK 유소년 야구클럽’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문학구장은 즐길 거리가 많아 재미있다는 이미지를 ‘팍팍’ 심는 중이다.

SK와이번스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야구장에 와이파이존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트위터를 개설해 팬과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는 등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팬에게 이메일 뉴스레터를 보낼 계획도 있다. 이 모든 게 신 사장이 강조하는 스포테인먼트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팬의 인기를 먹고사는 조직”이라고 말한 신 사장은 “팬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다시 돌려줘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대한 고민이다. 그 일환으로 신 사장을 필두로 한 SK와이번스는 시민들의 ‘스포츠지수’를 높이는 취지에서 SK야구단 팬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에스큐(SQ)체험장’을 만들 예정이다. 인천지역 유치원생 및 초중고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에스큐 체험장을 설립해 이들에게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화에 앞장서기 위해 게임이나 증강현실 등을 통해 팬들과 보다 재미있게 소통할 방법을 찾고 있기도 하다.

신 사장에게서는 사업 아이디어와 아이템들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인터뷰 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터뷰하다 번뜩 떠오른 생각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정리하는 신 사장의 모습에서 홍보인 출신다운 꼼꼼함이 엿보였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최근 스마트폰에 태블릿PC까지 갖추면서 더 그렇게 됐다. “자다가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마트폰을 꺼내듭니다. 굳이 불을 켜거나 펜과 종이를 꺼내지 않아도 되니 참 편하죠.”

 

커뮤니케이션은 ‘설득’ 아닌 ‘공감’

신 사장은 오랫동안 홍보를 해온 만큼 홍보인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며 상대와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고. 홍보는 물론, 야구단 경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그는 올해를 SK와이번스가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퀀텀 점프(Quantum Jump)’하는 시기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명문구단으로서의 기본기를 다졌다면, 올 한해 동안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목표는 전국 팬을 확보해 전국구단으로 발전하는 데 있다.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글로벌 스포츠 포럼 등을 개최할 계획도 있다. 신 사장을 비롯한 SK와이번스에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지난 승리의 여세를 몰아 올 시즌도 우승컵을 품에 안는 것.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냐”는 질문에 “아, 그럼요.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뛸 것입니다”라고 대답한 그의 모습에서 승리의 ‘V’자가 번득이는 듯 했다.

 

신영철 SK와이번스 사장 프로필

1955년 대구 출생
1983년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9년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
1992년 SK 입사
1997년 SK텔레콤 홍보실 홍보팀장
2000년 SK텔레콤 홍보실 홍보팀장·상무
2002년 SK텔레콤 홍보실장·상무
2005년 SK텔레콤 전무·SK와이번스 사장 겸 스포츠단장
2006년 서강대 경제대학원 OLP 수료
2007년 SK와이번스 사장
2010년 국민대 대학원 스포츠경영학 박사
한국스포츠산업 경영학회 부회장
명지대 초빙교수

<수상 경력>
2002년 매일경제 광고대상(광고인부문)
2007년 한국PR협회 ‘올해의 PR인상’
스포츠서울 선정 올해의 상 특별상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표창)

 

SK와이번스 주요 홍보활동


제1회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

SK와이번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코스모스홀에서 ‘제1회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을 열었다. 이날 정근우, 최정 선수와 꿈나무 장학금 수상자 21명을 대상으로 한 ‘SK 꿈나무 멘토-멘티 결성식’도 함께 진행했다. 특히 이번 결성식은 꿈나무 장학금 수상자가 훌륭한 야구선수로 성장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는 데 의미 있다. 이 두 선수는 2011시즌 홈경기에 장학금 수상자 모두를 초청해 600만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계획이다.

 

■ ‘홈런은 사랑을 싣고’

SK와이번스와 모아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22일 인천지역 어린이 복지시설 단체인 향진원에서 ‘홈런은 사랑을 싣고’ 행사를 실시했다. ‘홈런은 사랑을 싣고’는 SK와이번스 선수가 지난 시즌 홈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수만큼 사랑의 쌀(80kg)을 적립해 인천 복지단체에 기부한 행사로, SK와이번스와 모아저축은행이 공동으로 인천 복지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 지난 시즌 SK와이번스 선수가 홈경기에서 기록한 홈런 수는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총 66개로, 1천320만원 상당의 사랑의 쌀이 인천어린이재단과 향진원에 각각 56가마와 10가마씩 전달됐다. 이날 행사장에 박정권, 정근우 선수가 참석해 사인회를 여는 등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다문화가정 초청행사

다문화가정 2세들의 교육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SK와이번스는 지난해 7월 31일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초청했다. 다문화가정에 한국의 야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날 대부분의 초청자들이 야구장을 처음 방문해 처음에는 야구장 분위기에 낯설어했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관중과 하나 돼 열정적으로 응원했다는 후문. 경기가 끝난 뒤 ‘We are the One’이라는 테마로 ‘다문화가정은 우리의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불꽃축제가 펼쳐져 재미를 더했다.

 

 

■ 인천보육원생 초청행사

SK와이번스는 지난해 5월18일 넥센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인천보육원생 60명을 초청했다. 이날 이승호, 박재상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보육원생들과 함께 포토타임을 가졌으며, 시구와 시타를 할 어린이들에게 직접 투구와 타격 방법을 가르치는 등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선물했다.

 

 

 

■ 새싹야구장 조성

SK와이번스는 지난해 3월 10일 인천문학야구장 안에 어린이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새싹야구장’을 조성했다. 어린이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여 미래 야구팬을 늘리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새싹야구장은 인천 시설관리공단의 협조 아래 문학구장 스카이박스 출입구 정면에 위치한 지상주차장이 개조돼 만들어졌다. ‘SK 유소년 야구클럽’, ‘행복나눔 야구교실’, ‘홈경기 베이스볼 클리닉’, ‘어린이·여성 야구교실’ 등의 운영에 활용되며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열려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