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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위기청소년 품는 놀아본 형
커피로 위기청소년 품는 놀아본 형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6.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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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카페 ‘자리’

사회적기업: [명사] 1.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 2.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

[더피알=이윤주 기자] 그렇다면 모든 기업도 사회적 기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불량 제자와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선생의 이야기는 미디어에서 흔히 활용하는 소재다. 옆 건물 옥탑에 살면서 무한한 관심을 퍼붓는 ‘완득이’ 속 동주선생, 조직폭력배 학생을 성악가로 키우는 ‘파파로티’ 속 음악선생, 불량청소년들에게 정의를 알려주는 ‘고쿠센’ 속 야쿠자 집안의 외동딸 양쿠미 선생.

세 가지 작품에 나오는 선생의 공통점은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 까칠함으로 무장했다는 것, 그럼에도 옳은 길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카페 '자리'의 신바다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사회적기업 카페 '자리'의 신바다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현실에도 위기에 빠진 청소년의 자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한 사람이 있다. 위 세 가지 조건과 부합하는 사회적기업 카페 ‘자리’의 신바다 대표다.

자리는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 위치해 있다. 지나가는 누구든 환영한다는 모습으로 세 벽면을 활짝 열어젖힌 카페에 들어서자 신 대표의 뒷모습이 보였다. 영화 속 우두머리를 연상시키는 풍채에 풍기는 포스(force)도 남달랐다. 그날따라 녹음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땀이 많이 났다는 사실이 기자의 긴장지수를 증명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다 위기청소년이에요”

앞서 말한 영화로 되돌아가보자. 이들은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해피엔딩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 대표가 만난 위기청소년은 갈 곳을 잃은 어리숙한 양들이 아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본능만 있는 동물’이라고. “강아지가 사람을 물었어요.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그건 그들의 본능일 뿐이에요.”

이들에 대해 확신을 갖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역시도 비슷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오토바이를 타거나 수틀리면(?) 상대방과 싸우고 다니기 일쑤였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한낮 청소년기의 반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건 해보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 표현했다.

신 대표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빨리 자립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기 위해 카페창업을 선택했고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컨설팅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중 인천 카톨릭 아동청소년재단도 있었다. 쉼터 청소년들이 카페를 만들고 싶어 하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재단은 한계에 부딪혔고, 신 대표는 2호점 겸 대신 운영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지금의 카페 자리가 세워졌다. 현재 신 대표는 매장 7곳을 운영 중이다.

쉼터에서 알게 된 청소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의 기회를 주거나, 자신의 이야기가 필요한 곳에 방문해 강연을 한다. “소년원 아이들도 그래요. 석사·박사과정을 밟은 전문가들이 와서 강연하면 재미가 없다고요. 근데 내가 말하면 좋아해요. 자신들과 비슷하기 때문이겠죠.”

청소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노하우를 묻자 “특별한 거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많이 놀아본 애들은 딱 보고 자기보다 높다 낮다를 본능적으로 재요. 딱 봐도 자기보다 세보이니까 대화가 되는 거예요.(웃음)” 

일부러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신 대표가 위기의 청소년을 만나 던지는 첫 질문은 “너 싸움 잘하냐?”이다. 정확하게 그들만의 또래집단의 문화(?)를 꿰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 위치한 카페 '자리'의 내부 전경. 사진=이윤주 기자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 위치한 카페 '자리'의 내부 전경. 사진=이윤주 기자

 

거친 말투와 강한 성격 때문일까. 여자보단 남자애들과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남자8, 여자2 비율로 대화하지만 결국 카페에 남는 건 여자가 많다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단번에 카페에 정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를 증명하듯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청소년이 가진 것도, 갈 곳도 없이 집을 나왔어요. 연락을 받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살게 했어요. 3개월만.”

그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 대표가 정해놓은 규율을 밥 먹듯 어겼다. “카페 근퇴도 엉망이고 외박도 잦았어요. 연락하면 ‘네 잘못했습니다’하고 대답은 잘해요. 신기하죠. 그런데 또 외박하고. 안 되겠다싶어 나가라고 했어요. 얼마 뒤 짐을 뺐더라고요. 감사합니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이들이 말을 듣게 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때려서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게 하던지, 엄마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지켜봐주던지.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사용할 수 없으니 내쫒았다고 했다. 얼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실망감 조금, 배신감 조금, 화남 조금.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멘탈이 강해져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사실 위기 청소년은 따로 없어요.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다 위기 청소년이에요. 전 이 아이들이 커서 비즈니스를 해보길 원해요. 사업은 인문학의 결정체니까요.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아이들과 근무하다보니 종종 사고도 일어난다. 매장에서 싸우거나 돈을 훔치고 (신 대표는 “멍청하게 안 걸리게 하던가”라고 중얼거렸다) 무단결근도 허다하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말없이 나가면 힘든 건 오롯이 남아있는 직원의 몫일 터. 이와 관련해 인터뷰 내내 매장에서 커피를 만들던 점원에게 물었다.

그녀는 올해 20살로 일 년째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바리스타 무료교육을 알게 됐고, 본사와의 인터뷰를 거친 후 취직했다는 그는 돈을 모아 대학교 입학을 고려 중이다. “며칠 전 같이 일하던 청소년이 그냥 말도 없이 나갔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놀고 싶나 봐요.”

특별히 남아있는 직원을 위해 해주는 게 있냐는 질문에 신 대표는 “그럼 그 직원에겐 말 예쁘게 해줘요. 그게 다에요”라며 허허 웃었다.

“사회적 기업은 작다? 홍보를 못해서 그런 거죠.”

그렇다고 해서 주요 업(業)이 ‘청소년 돌보미’는 아니다. 신 대표는 인터뷰 초반부터 자신을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했다. 카페를 소개하는 간판에 적힌 문구에도 사업적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카페 외부에 걸린 '자리이야기'. 사진=이윤주 기자
카페 외부에 걸린 '자리이야기'. 사진=이윤주 기자

‘청소년들의 더 많은 일자리와 꿈자리를 위해 뛰는 사회적기업입니다. 하지만 착함만으로 승부하지 않고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신 대표의 비즈니스 노하우는 ‘인맥’이다. 처음 카페를 창업했을 때 포털사이트에 노출될 수 있었던 것도, 현재 위기 청소년들을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도 모두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셰어하우스 ‘우주’와의 협업도 인맥으로 가능했다. 한 달에 40~50만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우주는 젊은층 사이에서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자리 직원들은 반값에 거주할 수 있다. 신 대표와 우주 대표와의 친분 덕분이다.

또 한 가지는 노하우는 바로 ‘밀어붙이기’다.

“지금 7호점까지 낼 수 있었던 건 우선 그냥 밀고나갔기 때문이에요. 뒤따라오는 문제는 지르고 난 후 처리해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죠. 사실 여기 서울역 카페 월세도 생각보단 그리 비싸지 않아요.”

그의 사연과 독특한 캐릭터는 언론을 통해 입소문을 탔고, 덕분에 여기저기서 강연할 기회도 많이 생겼다. 많게는 하루에 300~400만원씩 벌기도 하지만 먼저 자신을 홍보한 적은 없다고 했다.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자신이 홍보·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보를) 잘했으면 벌써 대기업이 됐겠죠.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어요. 사업가가 제일 조심해야 할 게 강연이에요. 돈은 엄청 벌어요. 하지만 주 목적이 자신의 사업이어야지 강연에 맛 들리면 안돼요.”

‘사회적기업이라면~’으로 여겨지는 편견에는 쓴 소리를 던졌다. 사회적기업이라면 돈도 적게 받고 일해야 한다, 이윤이 많으면 안 된다 등의 인식을 비판했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면 더 크게 키워서 잘 돼야죠. 돈도 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 쓰면 되는 거잖아요. 사회적기업이면 왜 작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기업이 작은 건 대표가 홍보를 못하고 사업을 못한 거지요.”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 위치한 카페 '자리'. 자리 제공

그러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스스로 지적했다. “카페 자리보다도 ‘신바다’가 더 유명해요. 잘못된 거죠. 상품과 서비스 등 기업의 콘텐츠가 더 돋보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실패한 겁니다. 자리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직원들과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든 기업은 좋은 취지를 가지고 설립됐기에 ‘모든 기업은 곧 사회적 기업’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목적보다 이윤을 더 앞세우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대개 기업들이 그렇듯 ‘수익창출’이다. 카페가 아니더라도 고깃집, 네일아트, 헤어숍 등 점포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물론 위기 청소년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같다. 수익을 위해 어떻게 사업성을 높일 건지, 콘텐츠를 연구해나갈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한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따로 할 것 없이 사회적기업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사내 카페테리아에 다른 업체 대신 자리가 입주하면 된다고 했다. “더피알의 주 독자층이 기업 홍보팀이라니 잘됐네요. 자리 좀 넣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사람답게 살았으면. 사고를 치려면 아예 불량청소년 중의 왕이 되던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살지 말고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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