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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의 악용(惡用)[유현재의 Now 헬스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들춘 정신질환 논란…실제 환자 ‘잠재적 범법자’ 취급 
  • 유현재 서강대 교수
  • 승인 2017.06.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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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올해 보건의날 슬로건은 “우울하세요? 톡톡(Talk Talk)하세요!”였다. 이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불안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스스로 해결하거나 무조건 숨어들지 말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건강한 상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외침이었다.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1차 전문가들의 상담과 적절한 처치, 과학적인 약물치료 등에 의해 개인이 처한 불안한 상황들은 틀림없이 호전될 수 있으며, 당사자는 물론 주변에서도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이번 캠페인은 사회 부적응으로 급기야 자살까지 이를 수 있는 다양한 정신불안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주체들의 고민의 산물이다. 불안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숨기지 말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다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최근 발생한 돌발 변수에 의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피의자가 정신질환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가족들은 이제 ‘톡톡’은 커녕, 철저히 ‘쉬쉬’ 해야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살인사건 변호전술은 심신미약?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7분경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아가 16세의 여자 청소년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으로 지목 및 체포되어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청소년은 얼마 전 진행된 재판에서 변호인과 함께 자신이 그동안 ‘정신병’을 앓아 왔으며, 범행을 저지른 시점에서도 명백히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발표에 의하면 범인은 ‘조현병’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심신미약을 범행 배경으로 말하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범인의 주장을 보도하는 KBS뉴스 화면.

범인으로 밝혀진 청소년 외에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여자 청소년 공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8세 고교 졸업생인 공범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시점마다 SNS 및 통화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함께 구속됐다. 범인들은 그들의 연령에 의거, 소년법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현재 검찰이 밝힌 범인의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 ‘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등이다. 죄목이 모두 인정된다 하더라도 최고 형량은 20년 선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범인의 주장대로 정신병 및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다분하다.

현재 범인은 자신의 소위 ‘심신미약 상태’를 적극 강조하며 변호인을 꾸린 채 재판에 임하고 있다. 공범으로 지목된 청소년의 경우 고위 판검사 출신 인사가 포함된 무려 10명 이상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재판을 준비한다고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피해 여아의 어머니는 온라인 탄원서를 작성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탄원서에는 ‘엽기적인’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이 반드시 범죄에 상응하는 형량을 받아야 하며 국민들이 탄원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피해 여아의 어머니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탄원 서명 요청글.

자신의 심신미약을 강조하던 살해범은 이제는 한술 더 떠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알려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정상 지능을 보유한 사람들 가운데 자폐 스펙트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특성을 의미하는 용어다. 사회적 소통능력이 미비된 경우가 다수이며, 실제로는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많으나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떨어져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범인은 앞으로도 심신미약에 의한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범인의 주장과 언론의 추정 보도가 계속되자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다룬 TV프로그램에 등장한 정신과 전문의는 범인이 주장하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살인을 저지르는 폭력성의 발현은 관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해당 전문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범죄적 폭력의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며 범인 주장을 일축했다. 

정신의학신문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내놨다. 최근 발표된 연구논문을 살펴봐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범죄적 폭력행위의 위험성 증가와 관련있다는 정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견해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이 흔히 강력 범죄자들의 특성으로 언급하는 사이코패스와도 전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살해범의 조현병 병력과 이번 범죄의 연관성에 대해 범죄 심리학자들도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현병 환자 등 심신미약 상태에 있는 범인들은 기본적으로 고도로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기 힘들고, 범행을 저지른 후 정리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경우 검거된 범인은 너무나 치밀하게 범죄를 사전 계획한 것으로 보이며 놀라울 정도의 침착함으로 사후 행동까지 실행했다는 점을 부연한 것이다.

실제로 범인은 살인 전 휴대폰을 통해 근처 초등학교 관련 정보를 수집했으며, 살해 전후 거주지 주변의 CCTV에 포착될 것을 계산하여 변장한 채 외출하는 ‘엽기적인’ 치밀함을 보였다. 너무나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훼손한 다음, 일부를 떼어내 공범으로 지목된 청소년을 만나 전해주는 등의 과정을 수행한 점도 조현병 환자로 보기 힘든 근거다. 

따라서 위에 언급된 정신과 전문의와 범죄 심리학자 의견을 종합해보면, 범인은 결국 자신의 행동을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 즉 ‘병’에 의한 심신미약으로 몰아가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듯하다.

인천 여아 살인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 한 장면.

정신질환과 폭력성 관계없어  

일련의 너무나 답답한 상황, 즉 불과 8살인 여자아이가 무참히 살해됐고, 범인으로 지목된 가해자들은 미성년자이면서 또한 ‘심신미약’을 범행의 주요 배경으로 주장하는 현실에서, 사실상 우리 사회 안에 또다른 피해자들이 다수 양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잠재적 범법자로 명명된 조현병 환자들과 실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가족들이 바로 그들일 것이다. 형량을 줄이려는 범인의 이해하기 힘든 주장, 그리고 이처럼 난감하고 복잡한 사건의 원인을 빠르게 정리하고 싶은 대중의 심리 등에 의해 그들은 또 다시 고통받고 있다. 상상하기도 힘든, 너무나 참혹한 사건의 배경으로 그들의 질환은 악용당하고 있다. 당사자, 예비 환자, 그리고 가족들의 가슴에는 커다란 상처가 났을 것이다.

정신의학신문에서 제시한 실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1.2%, 이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비정신질환자의 그것에 비교해 1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인격장애 및 품행장애를 제외할 경우, 공격성과 범죄적 폭력성이 일반적 특징인 정신질환은 없다고 한다. 

모든 정신질환자가 폭력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도 옳지 않겠지만, 정신질환을 너무나 쉽게 폭력과 결부시키는 태도는 부적절하다. 특히 자신의 이해관계 혹은 단순한 가정에 의해 특정 질환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며 연결시키는 것은 그저 사회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보건의 날, 가장 중요한 모토는 “불안하세요? 톡톡(Talk Talk)하세요!”였다. 우울증 등 정신적 불안에 처해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스스로 등장하게 만들어,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이 개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사회적 요청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관련 주체가 방법을 만들어 외치면 뭐할 것인가. 또 다시 우울증과 조현병, 자폐, 발달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가족들은 또다시 피눈물을 훔치며 음지로 숨어들 것이 분명하다. 경제 수준에 걸맞은 성숙된 문화가 자리잡기를 희망해 본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현재 서강대 교수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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