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블라인드 테스트’ 보도에 의문이 든다
‘맥주 블라인드 테스트’ 보도에 의문이 든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7.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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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테스트 과정·참가자 공정성 떨어뜨려…전문가 “뉴스 신뢰성 문제로 확대 가능”

[더피알=서영길 기자] 최근 편의점 수입맥주 판매량이 국산맥주를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편의점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수입맥주 4캔 만원’이란 가격적인 면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겠지만, 오래 전부터 있어온 국산맥주는 싱겁고 맛이 없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실제 국산맥주는 ‘소맥(소주+맥주)’ 제조용으로만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눈앞에 다가온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산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국산맥주 ‘옹호성 기사(뉴스)’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소비자를 호도하는 꼼수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측면에서 지난 6월 28일 ‘수입 맥주가 더 맛있다?…블라인드로 구별해봤더니’(▶기사보기)란 제하의 MBN 뉴스를 톺아보게 됩니다. 

mbn 뉴스 화면 캡쳐.

MBN은 “수입맥주가 더 맛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요즘 수입맥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정말 수입맥주가 국산보다 맛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보도를 이어갑니다.

주류 도매상 10명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했고, 맥주 전문 강사로 소개된 사람이 나와 진행을 맡았습니다. 5개의 컵에 판매순위 상위의 국산맥주 2개(하이트, 오비라거)와 수입맥주 3개(하이네켄, 밀러, 아사히)를 각각 담고, 10명의 참가자들에게 시음토록 했습니다.

그런데 MBN이 “테스트 결과 모두 탈락”이라며 내놓은 이유가 조금 이상합니다. 10명 가운데 국산맥주 2개를 모두 맞추지 못했다는 실험결과를 내세운 건데요. “지난 4년 동안 블라인드 맥주 테스트를 한 1만7000여명 가운데, 정확히 국산맥주를 맞춘 사람은 단 4명에 불과하다”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MBN은 이어 “사람들이 정말 맛을 알고 마시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으로 마시기 때문에 우리나라 맥주가 맛이 없다고 평가를 하는 것 같다”는 맥주 전문 강사(진행자)의 코멘트를 덧붙여 ‘국산맥주=맛 없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들의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국산맥주 2개를 정확히 맞추는 것과 국산과 수입산의 맛 차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국산맥주는 맛 없으니 5개 중 정확히 2개를 찾아 낼 수 있어야 ‘국산맥주=맛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의미였을까요?

이 보도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도 비슷한 몇 가지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송 대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테스트)으로 무엇이 맛있나 혹은 맛없나를 물어야지 국산맥주 찾기를 한 후 ‘국산과 수입맥주에 차이가 없다’로 결론 지은 것은 문제”라고 봤습니다. 특히 테스트에 참여한 10명 모두 국산맥주 업체와 어느 정도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주류 도매상들이라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또한 송 대표는 진행에 대해서도 공정성 문제제기를 하며 “진행자가 국내 모 맥주 기업에 소속된 직원”이라며 “결국 MBN 뉴스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 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진행자는 맥주 강사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한 대형 주류업체 마케팅 담당자로 확인됐습니다.

종합하면 이들 도매상이 대형 주류업체 직원이 진행하는 테스트에서 소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MBN의 해당 보도가 일견 국내맥주 업체를 위한 ‘인식 전환용’ 옹호기사로 비쳐질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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