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이미지, 부메랑 될 수도
‘착한기업’ 이미지, 부메랑 될 수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07.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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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PR 위한 ‘오버메시지’ 경계…일관된 전략 뒤따라야

착한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착함’을 강조하다 오히려 역풍에 휘말린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쿠팡맨 대량해직 논란으로 안팎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택배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도모하면 초반엔 비용 부담을 떠안더라도 서비스가 개선돼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 쿠팡 매출액은 2013년 478억원에서 지난해 1조9159억원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을 이뤄내기도 했다.

쿠팡 사태대책위원회 강병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에 근로감독청원 및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영업이익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다. ‘배송인력의 정규직화’라는 의도는 선했으나 냉정한 계산이 선행돼지 못해 쿠팡맨 해고가 불가피했다. 이는 배송 지연, 순방문자 감소 등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를 빠르게 띄우려는 조급함이 실수를 부른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세계적 브랜드를 보면 50년~100년간 일관된 기업철학을 밀고 나가는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착한기업 이미지를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하다보니 무리수를 던진다는 것이다.

이미지의 배신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착한 메시지가 거짓으로 드러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난에 직면한다. 소비자의 심리적 믿음이 깨어져 감정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두산그룹과 맥도날드의 경우 기업PR 메시지로 ‘사람’을 전면에 내걸었으나 각각 희망퇴직 이슈와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역풍이 불었다.

최장순 엘레멘트 경험연구소 대표는 “착하다고 소문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결혼 전에는 다 해줄 것처럼 약속하던 배우자가 가정에 소홀하면 실망하는 것처럼, 기업 역시 착한 줄 알았는데 약속을 어기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큰 이미지 배반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더프라미스, 오버퍼포먼스

전문가들은 착한기업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오버메시지’를 남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학 원칙 중 하나가 ‘작은 약속, 큰 실천’(Under Promise, Over Performance)인데 이를 간과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는 “기업 메시지는 소비자와 사회에 대한 약속이란 점에서 오버해선 안 되는데 마케팅 효과만 쫓다보면 그런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100%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고,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착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고 제품이나 서비스 본질에 충실하면 되는데 굳이 윤리 강박에 시달려 공수표를 날리다 욕을 먹는다.

시대정신이 착함을 강조하고 기업들도 차별화가 쉽지 않으니 비즈니스 실체까지 드러내는 추세지만, 정교하지 못한 브랜딩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희망퇴직이나 인력 감축은 기업마다 불가피하게 있는 일이지만 쿠팡의 경우 치명상을 입었다.

착함의 개념을 전략적·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논란을 줄이는 요령이다. 쉽게 말해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말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아마존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고 자동화시스템 덕분에 고용이 적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마트는 노동 강도가 세면서 임금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아마존은 “우리는 허드렛일은 기계에 맡기고 창조적인 일을 한다”고 메시지를 내놓으면 된다. 월마트 역시 노동환경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한다”는데 방점을 찍으면 문제가 없다.

미국 시애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연대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들이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황부영 브랜다임 파트너스 대표는 “모두에게 착한 기업은 없는 만큼 착하다는 개념 자체를 보수적으로 좁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잘하는 걸 극대화해서 소비자 가치를 높이고 그 과정에서 욕먹을 일을 하지 않는다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전략도 중요하다. 착하든, 나쁘든 기업이 지켜야할 원칙을 세웠으면 이를 뚝심 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차라리 ‘난 못된 브랜드야!’라고 말해도 꾸준히 같은 메시지를 노출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디자인의 단순함, 개인 자유에 대한 존중을 기업 철학으로 꾸준히 밀고나가 빅브랜드로 성장했다. 심지어 미국 FBI가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착한기업은 소비자가 좋아할 것이란 막연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착한 것이 꼭 매출과 연결되진 않는다. 소비자는 도덕적 가성비를 따져 ‘이왕이면’ 착한 제품을 산다. 기업 철학을 녹여내 꾸준히 어필하고 뚜렷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기업 본질과 접점이 없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하나마나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해외에서 착한 팬덤을 일으킨 기업들을 보면 뚜렷한 메시지, 제품의 디테일, CEO가 가진 확고한 브랜드 철학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남들을 의식해 마지못해 ‘착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윤리와 소비의 연결지점 찾아 정교하게 브랜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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