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도 이젠 ‘콘셉트’다
미디어도 이젠 ‘콘셉트’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7.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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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차별화 넘어 직관적 소구방식 택해…특정 분야 마니아층 공략

[더피알=서영길 기자] 콘텐츠 차별화를 꾀하며 색다른 콘셉트를 들고 나오는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호나 홈페이지 구성만 봐도 어떤 매체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기성 언론에서 눈여겨 보지 않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 특징. 선명한 색깔 아래 좁게는 내 관심사를, 깊게는 마니아층을 공략하고 있다.

뉴미디어 시장도 레드오션이 되어가면서 이제는 ‘콘셉트’ 시대다. 차별화를 눈으로 보여주는 이들 미디어는 말 그대로 독특한 하나의 콘셉트를 갖고, 기존 틀을 과감히 벗어던진다. 포털과 주류 언론이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들은 족쇄가 될 뿐이다.

때문에 주로 불특정 다수보다 확실한 개성을 가진 어느 한 집단이나 문화를 위해 존재한다. 자신들이 설정한 콘셉트와 소재가 맞지 않으면 아예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정도로 개성 강한 색깔을 지녔다.

미디어의 콘셉트가 뚜렷해지는 건 기존에 다루지 않는 틈새를 노린 경향이 크다. 주류 매체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뉴스 콘텐츠는 거대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 마저도 수십 년 혹은 그 보다 훨씬 이전에 분류한 카테고리로 뉴스를 묶어 독자들에게 알아서 골라 읽으라는 식이다. 기성 언론의 이같은 콘텐츠 판매 방식은 초연결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로부터 점점 소구력을 잃고 있다.

그래서 큰 사회 문제보다는 내 작은 문제, 세계적인 트렌드 상품보다 개인으로 관심을 갖는 조그만 상품에 더 눈이 간다. 이런 독자들의 니즈를 적절히 파고든 게 바로 콘셉트 미디어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부 차장)는 “특정한 콘셉트를 가진 최근 미디어들은 독자와의 관계 맺기도, 그 방법도 기성 매체와 다르다”며 “기자의 개인 지명도, 명성, 대중성 등에 가치를 두고 활동하며,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개최해 독자들과의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예가 <바이라인네트워크>다. 제호에서 알 수 있듯 바이라인네트워크는 기사 소재보다 각 기자의 바이라인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지난 2015년 2명의 IT 기자들이 모여 만든 이 매체는 현재 4명의 기자가 가담해 IT 영역의 전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홈페이지 메인화면.

특히 홈페이지 카테고리를 분야나 영역별로 나눈 것이 아닌 소속 기자들의 이름 즉, 바이라인으로 구분해 독자와 기자 간 원활한 소통을 꾀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자사 홈페이지 소개글을 통해 “인공지능이 발전해 기사를 양산하더라도 전문가적 시각과 저널리즘이 살아있는 기사는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며 “바이라인 하나 달랑 들고 혈혈단신 취재현장을 누비는 전문 기자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언론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창간한 <뉴스톱>도 있다. 여기서 톱은 ‘최고(Top)’가 아닌 진실 혹은 거짓의 뜻을 담은 ‘ToF(True or Fake)’이다. 제호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올해 우리나라 대선까지 골칫거리였던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매체다.

이에 따라 대학이나 각 언론사별로 진행하던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자체 인력을 꾸려 정치·사회·이슈·IT 등 각 분야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있다. 현재 5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자란 직함 대신 ‘팩트체커’로 불린다.

뉴스톱 홈페이지 메인화면.

이처럼 제호만 보고 콘셉트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매체가 있는 반면, 하나의 콘셉트를 잡아 그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곳도 있다.

미디어스타트업인 <디에디트>는 기자가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 물건을 써보고 사용자 입장에서 느낀 리얼한 리뷰 기사를 쓴다.

전직 기자 2명이 리뷰 전문 사이트를 표방하며 지난 2015년에 문을 연 디에디트는 콘텐츠의 양보다 질에 전적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일주일에 단 한 개의 리뷰 글을 쓰더라도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로 내놓아야 한다는 게 디에디트의 기조다.

콘텐츠의 확산에도 크게 공을 들인다. 디에디트가 현재 운영중인 플랫폼은 자사 웹사이트를 포함해 네이버포스트, 페이스북,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 전방위적으로 SNS를 다루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디에디트 홈페이지 메인화면.

이와 관련,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지금까지 주류 언론들은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노멀한 뉴스만을 생산해 왔다”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자신과 상관없는 천편일률적 뉴스가 아닌, 오직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디에디터를 예로 들며, “단순히 기자가 콘텐츠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 물건을 써보고 사용자 입장에서 리얼한 글을 쓴다”면서 “이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럼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진짜 내편(독자)이 돼 준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국장은 “기존 언론이 하고 있는 분야를 다뤄봤자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흐름이 향후 특정 분야에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더욱 파고들거나 유사한 곳끼리 합종연횡해서 세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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