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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PB상품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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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7.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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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비즈니스 축으로 성장…대형마트-제조업체 상생모델 재정립해야

[더피알=서영길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Private Brand, PB)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가 노브랜드, 피코크 등 PB상품의 위력을 입증해 보이면서 소비 정체와 각종 규제로 고전하는 업계에 선례를 제시하면서다. 하지만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며 대형마트들의 또 다른 수익원으로 부상한 PB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매대 변두리에 머물던 PB상품이 언젠가부터 당당히 골든존(마트 매대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판매량 1위 농심 짜파게티 바로 옆에 이마트 짜장라면이 함께 경쟁하고 있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PB상품 역시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던 PB가 달라졌다. 포장도 세련돼졌고, 품질도 제조사 브랜드(National Brand, NB)와 별 차이가 없다.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수 침체와 더불어 정부의 유통업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에 한계를 느낀 탓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전국 주요 상권에 이미 대부분 들어가 있다. 점포수가 늘어나야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유통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성장 동력이 크게 저하된 셈이다.

실제 이마트는 1993년 1호점 오픈 이후 올해 처음으로 신규점이 문을 열지 않는다. 또 홈플러스도 올해 출점 점포가 없거나 1개 수준에 그칠 전망이고, 롯데마트 역시 1~2개 정도만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

PB상품은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절약돼 NB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생산과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단가를 낮추고 중간 마진의 일부를 유통업체가 챙기는 구조이다 보니, 대형마트들은 PB상품을 팔면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또 특정 유통업체에서만 판매되기에 고객 유입 효과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패턴도 PB시장이 커지는 데 한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 평가다. 오창호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소비자들은 일정 품질 이상을 경험한 세대다. 하지만 저성장, 장기불황이 겹치며 소득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진 면이 있다”며“자신이 원하는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찾은 것이 일정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은 비교적 낮은 유통업체의 PB상품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여러 환경적인 요인을 종합해 볼 때 대형마트 입장에서 PB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엔 PB를 시험적인 시장으로 인식했다면 지금은 침체된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다양화된 PB상품들을 내놓으며 영업이익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다. 노브랜드의 성공과 함께 보다 공격적으로 PB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체 PB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은 노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이마트의 또 다른 브랜드로 인식되며 지난해 1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4월 출시돼 그해 매출 234억원을 올렸던 것에서 불과 1년 만에 8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식품 관련 PB 피코크의 경우도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확대되며 상품 수가 20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지난해 노브랜드와 같은 19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마트는 그 외에도 e브랜드, 데이즈 등 총 12개의 PB를 운영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 13조5000억원 중 약 20% 가량을 PB로 벌어들였다.

이마트 내 노브랜드 매장.

롯데마트도 최근 3년 동안 PB상품을 꾸준히 늘리는 추세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롯데마트 전체 매출 중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엔 27%에 달했다. 초이스엘, 초이스엘프라임, 요리하다 등과 최근 론칭한 온리프라이스가 대표적인 롯데마트 PB다. 현재 상품 수는 약 1만3200개 정도. 롯데마트는 중장기적으로 PB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01년 PB를 론칭한 홈플러스 또한 쌀, 계란, 프라이팬, 복사지, 세제 등과 같은 생필품을 비롯해 패션의류, 잡화, 소형가전 등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대형마트 외에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편의점업계도 PB는 대세 품목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1월 HEYROO(헤이루)를 론칭했고, GS리테일도 지난해 2월 새 통합 PB YOO US(유어스)를 선보였다. 그에 앞서 세븐일레븐은 2008년부터 7-SELECT(세븐셀렉트)라는 PB를 운영 중이다.

협력관계→경쟁관계→갑을관계

PB는 이제 유통업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통한다. 하지만 대형마트 PB 비즈니스의 명(明) 뒤에는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제조사들의 암(暗)도 있다.

PB의 원래 취지는 상생이다. 대기업인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이익증대를 꾀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인 제조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다는 큰 명제를 실현하고, 제조업체 입장에선 안정적인 생산 규모를 확보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득이 된다.

하지만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내부 영업이익 극대화 기조에 맞춰 전방위적으로 PB에 욕심을 내면서 유통사-제조사-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관계가 깨졌다. 동반성장을 외치며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고 홍보하는 대형마트가 PB세계에서도 사실상 ‘갑’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유통사의 구분이 뚜렷했던 과거엔 협력관계였는데, 유통사가 제조까지 직접 도맡게 되면서부터 경쟁관계로 바뀌었고, 유통사가 PB 확장에 욕심을 내면서는 완벽한 갑을관계로 변질됐다는 게 제조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유통 파워를 갖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만들어 달라는 제품을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래야 좋은 매대를 배정받을 수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미투 pb상품들이 오리지널 상품들과 함께 진열돼 있다.

그는 또 “우리가 만든 유통사 PB상품과 우리 자체 브랜드(NB)가 같은 매대에서 경쟁할 때도 있다”며 “정작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도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체에 전적으로 있다 보니 PB상품은 납품해봐야 남는 게 거의 없다”며“특정 분야에서 상위 브랜드가 있지 않는 한, 소규모나 브랜드파워가 약한 회사일수록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PB상품을 생산하지 않는 업체는 CJ제일제당과 농심, 오리온 등 관련 분야에서 상위권의 제품을 갖고 있는 몇몇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조업체들이 대기업 유통사들의 하청업체나 단순 생산 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 제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공룡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까지 다 치겠다는 상황이다. 기존에 있는 다른 영역의 제조사들도 위기감이 팽배해져 있다”며 “식품업체들 중에서 최근 자체 유통채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많아진 배경”이라고 전했다.

거시적으로 더 큰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PB 육성정책이 국내 경쟁시장을 독과점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관계에선 PB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은 적정 수익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NB상품마저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문을 닫을 여지가 커진다.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시장은 대형마트의 조종을 받는 독과점 구조가 돼 있을 확률이 높다. 이에 대해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시장 생태계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데 몇몇 대기업들이 그 다양성을 해치며 자기네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며 “결국 소비자 선택지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PB를 왜곡되게 사용해 오히려 선택지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 내놓는 일명 ‘미투제품’도 PB로 적극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다수의 대형마트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너도나도 미투제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초코파이, 새우깡, 우유, 사이다, 라면 등 대부분의 유명 식료품엔 미투 PB상품들이 중간 중간 섞여 있다. 포장지나 제품 이름도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본의 아니게 ‘짝퉁제품’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꼴이다.

사각지대 안 꼼수영업

대형유통업체들의 욕심은 PB 관련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변칙 영업으로까지 발전했다.

고추장, 어묵, 떡볶이 등은 대기업 진출이 제한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다. CJ제일제당, 아워홈 같은 대기업은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가 사업 축소 혹은 아예 철수한 바 있다. 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중소기업에 하청을 준 PB상품을 판다는 이유로 이 같은 제재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꼼수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꼼수라기보다 편법에 가까운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문제다. 이마트는 노브랜드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자 지난해 8월 아예 매장에서 따로 떼어내 ‘노브랜드 전문점’이라는 체인점을 냈다. 문제는 노브랜드 매장이 사실상 동네 슈퍼마켓과 똑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PB상품들만 모아놓은 관계로 가격 경쟁력에서 동네마트보다 훨씬 유리하다. 기존 대형마트가 지역과의 상생 협의, 영업 규제 등으로 추가 출점이 어려워지자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변칙적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특히 기존 골목상권에 진출했던 이마트에브리데이를 노브랜드로 개조하거나 쇼핑몰, 아울렛 등에 숍인숍으로 들어서는 등 다양한 출점 방식을 적용해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결과 노브랜드 전문점은 1년도 안 돼 40여개 가까이 점포를 늘렸다. 이 때문에 지역 상인들과의 마찰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 5월 규탄대회를 열어 대기업 유통사들의 골목상권 출점에 대해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뉴시스

이화정 중소기업청 사업조정팀 사무관은 “그동안 SSM 관련해 사업조정 건이 많이 둔화되는 추세였는데, 최근 노브랜드 중심으로 이슈가 되다보니 사업조정 건수가 늘었다”며 “노브랜드가 (변종 SSM인 관계로) 사업조정 대상이 되느냐가 문제였는데,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출점·영업 규제를 받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전했다.

즉, 노브랜드 전문점도 골목상권 출점에 규제를 받는다는 의미다. 중기청에 따르면 노브랜드 관련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25건의 사업조정신청이 들어왔고, 그중 19건이 자율합의, 1건이 반려, 5건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대형마트들의 행태에 대해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믿고 PB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며 “법을 교묘히 피해 이런 꼼수 영업을 하는 행태가 지속되면 대형마트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결국 해당 마트의 PB상품에 대한 신뢰도도 같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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