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라이프요? 다이내믹함이 장점이자 단점”
“에이전시 라이프요? 다이내믹함이 장점이자 단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07.2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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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로 간 시니어 ①]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부사장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 기획이었다. 시대는 융합의 흐름인데 의외로 업의 경계를 넘나든 선수들이 드물었다. 수소문 끝에 언론사와 인하우스 각각에서 에이전시로 노선을 튼 네 명의 시니어를 만났다. 일대일 인터뷰로 제2의 커리어를 이야기하고, 추후 방담을 통해 에필로그를 담을 예정.

①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부사장
박상현 프레인글로벌 부사장
신동규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
한주영 이목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이하 플레시먼힐러드) 부사장은 연합뉴스에서 20년 기자생활을 한 뒤 2013년 9월 업의 노선을 전격 변경했다.

기자 시절엔 에이전시 라이프를 전혀 몰랐다는 그는 지난 3~4년간 PR업계 연착륙을 위해 내공을 쌓는 시간을 보냈다. 적응기간을 거쳐 올해 정기인사에서 파트너(Senior Vice President & Partner)로 승진, 안팎에서 외연을 확장 중이다.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부사장
김영묵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부사장

플레시먼힐러드에서 제2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라는 직업과 20년간 몸담고 있던 조직, 산업 내에서 개인적으로 비전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언론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인하우스 자리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여러 이유로 쉽지 않았고 에이전시, 그 중에서도 글로벌 펌(firm)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 과정에 지인 한 분이 박영숙 대표를 소개해주셔서 플레시먼과 연이 닿게 됐습니다.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아시다시피 직함은 부사장이고요. 박 대표를 도와 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하는 총괄 관리와 함께 기본적인 PR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다수 클라이언트 업무를 총괄합니다만, 경력에 비춰 특히 이슈 및 위기관리, 미디어 관계, C레벨(최고책임자) 미디어 트레이닝 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이제 4년 정도 지났는데 경험해보니 에이전시 라이프는 어떻습니까.

다이내믹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다이내믹한가요?

다양한 산업군, 다양한 회사, 다양한 상황, 다양한 대응책을 마주하다 보니 지루하진 않은데, 때로 너무 다양한 게 흠이지요.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저만 해도 6~7개 어카운트(account)를 관리하는데 일의 집중도가 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A라는 업무를 보다가도 갑자기 B, C 일이 툭툭 튀어나오곤 하니까요. 플레시먼에 온 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 부분에 있어선 여전히 적응단계인 것 같아요. 평생의 과제라고나 할까요.(웃음)

새로운 업에 적응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사실 지금도 기자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더 쉬워요. 그들의 니즈, 생리를 잘 아니까요. 그런데 여기선 클라이언트의 불만사항을 해결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또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게 제 역할이잖아요. 돈(fee)도 받아야 하는데 처음엔 그런 비즈니스적인 부분이 조금 힘들었어요. 이제는 꽤 적응이 됐지만요.

국내는 여전히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데 인색한 것 같아요. 가령 A기업에 어떤 급한 이슈가 터져서 플레시먼을 불렀어요. 그러면 “계약하고 일을 시작합시다”가 아니라 일단 일부터 시작하고 봅니다. 미국 오피스만 해도 대부분 문서상 계약 관계를 명확하게 한 뒤 업무에 들어가는데 국내는 달라요. 응급적인 이슈 상황에선 약식의 프로세스조차 없이 업무에 착수했다가 나중에 서로 불편해 하는 일도 왕왕 발생합니다.

홍보의 대상이었다가 거꾸로 홍보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나름의 애환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어요.(웃음) 어떤 상황에서 언론계 선후배, 동료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때로는 읍소도 했는데 말이죠. 물론 그들 입장에선 기자로서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기에 섭섭해 할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웃음)

이제 아셨으니 기자 시절에 상처 줬던 홍보인들에게 참회할 기회 드릴게요.

어, 저는 참회할 게 없는데요? 죄송합니다. 너무 자랑을 하는 듯해서… 근데 진짜 없어요.(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제보를 받습니다) 참회한다면 저의 기자 시절 독자 분들께 하고 싶습니다. 기자들이 기사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이메일을 많이 받는데 당시 못 참고 욱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답변을 보낸 적이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의 말씀을.

에이전시가 기획이나 실행 등에는 뛰어난데 언론 메커니즘을 잘 모른다고도 하잖아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워낙에 업무범위가 넓어요. 인하우스는 언론사가 20개가 되든 50개, 100개가 되든 해당 업계 기자들, 출입기자들하고만 관계를 잘 맺으면 돼요. 근데 에이전시는 A라는 산업군을 맡으면 A산업군 기자들을 대하고 B이면 B, C이면 C 전부를 다 알아야 해요. 더욱이 기자미팅도 쉽지 않아요. 만나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기사)거리가 매일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한 마디로 미디어관계에 있어 너무 폭이 넓고 깊이를 갖기 힘든 구조에요. 그래서 인하우스 사이드에선 좀 불만스러워할 수도 있겠죠.

부사장님의 기자 경력이 언론관계 측면에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런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가르쳐서 되는 건 아니고 기자미팅 때 같이 가는 식으로… 옆에서 제가 하는 걸 보기만 해도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외 언론사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에이전시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 시간 드리겠습니다.(웃음)

음… 일단 기자라는 직업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잖아요. 그리고 하나의 팩트를 볼 때도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갖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주니어들이 특정 사안을 보다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마이너한 것일 수도 있는데 문서작업(documentation)에 관한 겁니다. 저희 일의 많은 부분이 문서작업이에요. 제안서나 PT, 월간·주간 보고서 등등. 그런데 기자들은 데스킹의 귀재 아닙니까. 오탈자부터 시작해서 문맥이 맞는지 문법적으로 틀리진 않는지, 소위 말해 ‘야먀’는 잘 잡았는지 등 여러 면에서 꼼꼼히 따지죠. 기자 출신으로 감히 자랑하자면 플레시먼힐러드에서 대외적으로 나가는 문서의 퀄리티를 조금은 높이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전업하는 기자들이 기업(인하우스) 홍보실로는 많이 이동하는 데 비해, 에이전시 진출이 드문 이유는 뭘까요. 부사장님도 처음엔 인하우스를 생각하셨으니깐 잘 아실 것 같아요.

인하우스가 에이전시보다 좀 더 ‘폼’이 나니까?(웃음) 인하우스에서는 일단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무기(광고 예산 등)가 주어지잖아요. 또 인하우스는 대부분 대기업이다 보니 타이틀은 물론 급여나 혜택 등도 좋고요. 아직까지 에이전시는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해도 뭐하는 회사냐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 현실적 이유들이 작용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조직문화로 봐도 인하우스가 덜 이질적이에요. 기자들은 제법 틀에 얽매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인데 개개인 능력 중심의 자유로운 에이전시보다는 인하우스 쪽을 선호한다고 봐요.

에이전시로 온 뒤 일상생활의 변화는.

기자 때보다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제 시간이 조금은 많아졌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것 같아요. 주말이 있는 삶이 됐고요. 다만, 접대를 받다가 지금은 하는 쪽으로 바뀌었죠.(웃음) 근데 요즘은 기자들도 음주가무를 예전처럼 하지 않아서 대체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플레시먼힐러드에서의 목표나 바람은 뭔가요.

일단 잘리지 않고 있어야죠.(웃음) 과거 언론사를 나올 때처럼 이곳이 비전 없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살려서 열심히 사는 게 목표입니다.

기자에서 PR인으로의 변신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는 습성을 버려라. 그리고, 어차피 전직이나 이직을 할 때 커리어의 궤도 수정을 하는 건 매우 큰 도전이잖아요. 도전할 땐 열린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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