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의 비결
잘나가는 기업의 비결
  • 관리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1.03.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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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암 (경제평론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세계경제가 위기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하다. 한편 LG, 포스코 등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 기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기업성공 요인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당연히CEO의 리더십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 총수의 경영스타일은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할 정도로 상이하다.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리더십 스타일은 없다는 말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아서인지 올해 공격적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대규모 투자를 한다든지 신규사 업에 진출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공격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기에도 투자를 늘리는 것은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자들을 아예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업계 리더가 아닌 기업이 공격적으로 돌변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시도한 것도 5~6조 원에 달하는 인수비용만 보면 공격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금호는 대우를 키우기보다 대우를 이용하려했고 이를 알아차린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해서 결국 그룹전체가 와해되다시피 했다. 현대그룹도 자금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인수하려 한다는 여론에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이들 사례는 공격은 아무나 하 는게 아니라는 교훈을 시장에 주었다.  

몇 년 전 효성그룹과 웅진그룹은 각각 진흥기업과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진흥기업은 최근 1차 부도가 났고 극동건설은 2500억원 정도이던 시공능력이 1조원대로 올라섰다. 웅진은 교욱사업, 정수기, 비데를 거쳐 화장품등 계속 새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스타일이고 효성은 주력업종 이외에는 거의 눈을 돌리지 않는 기업이다. 무엇이 성공과 실패의 요인인가.  

사업(事業)이란 기업이 업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 업이 자신에 맞지 않으면 사업이 안되는 것이다. 건설업이 웅진에는 맞았고 효성에는 맞지 않은 것은 업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질적 사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나 기업문화가 있느냐의 차이고 내가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하느냐 하는 차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주영회장은 건설업으로 큰 돈을 벌었는데 느닷없이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의 설명은 “배 만드는 것을 보니 집 짓는거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신규사업에 뛰어들기 전 자신의 능력에 비추어 본 것이다.  

本業의 본질에 충실한 CEO의 리더십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은 한국전 당시 설탕 수입으로 큰 돈을 벌었다. 설탕 수입 2년만에 거부(巨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뛰어들자 제일모직을 설립해 다시 앞서 나갔다. 전후 경제가 회복되면 사람들이 좋은 옷부터 사 입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역시 경쟁자들이 등장하자 이 회장은 일본의 도시바사를 벤치마킹해서 TV생산을 시작했다. 이병철 회장이 생각하는 업은 남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것 이다.

제일제당, 제일모직, 삼성전자 등은 이 회장이 남보다 한발씩 앞서간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業)의 성격을 서구 학자들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잘 파악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냐는 그 다음의 일이다.

두산그룹과 같이 기존의 주류, 식품업을 완전히 버리고 주력사업을 중공업, 건설 등으로 바꾼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데 두산은 종전의 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결국 그 판단은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과감했다는 점에서 공격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재 잘 안되는 일을 더 강하게 밀어부치겠다는 식은 아니다. 두산이 취급하던 주류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대리점을 더 확충하는 식으로 사업부진에 대응했다면 아마 지금쯤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포스코의 경우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생산량을 늘려 세계1위를 하겠다는 등 규모로 경쟁하지 않고 다각화로 경쟁하겠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서 세계각국의 자원관련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고 사업다각화도 노린다는 것이다. 이것을 공격적 M&A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공격적이 아니라 전략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철강업의 경우 원료 및 생산거점 확보, 판매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포스코는 다른 업종 기업을 M&A 했다기 보다 본업의 역량을 강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아마도 포스코는 우리나라의 기업 중 본업에 가장 충실한 기업이 아닌가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야기 한다면 기업경쟁력이란 결국 리더십에 달려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십이란 전문성이나 카리스마적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 부지런하다든지 솔선수범한다든지 하는 스타일 문제도 아니다.

리더십이란 기업의 정점에 있는 CEO가 해당 기업의 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하는 문제다. 일부 CEO들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거나 당신이 사장인 듯이 일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인이 아닌 사람보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제로 주인대접을 해주지도 않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대우는 제대로 안해주면서 성과는 많이 내라고 욱박지르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기업경영은CEO가 하는 것이다. 재벌그룹이라면 모두가 그룹총수의 책임이다. 인사든 조직이든 투자든 모두 CEO(혹은 그룹총수)가 결정하는 게 아닌가.

 

따라서 기업의 성과가 부진할 때 CEO는 직원들을 다그칠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반대로 우리사회는 성공한 기업의 CEO를 칭찬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것도 사실이겠지만 결국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은 CEO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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