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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젯토이질’에도 이유는 있다
‘피젯토이질’에도 이유는 있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7.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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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고 돌리고 주물럭 주물럭…무념무상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

[더피알=서영길 기자] 아무 생각 없이 딸각딸각 누르거나 뱅글뱅글 돌아가는 장난감을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요즘 젊은이들의 필이 꽂혔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생각마저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과부하 걸린 뇌를 장난감 하나로 달랜다. ‘난 오늘도 피젯토이를 한다. 피젯토이만이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니까.’

욜로(YOLO)를 외치고 시발비용을 찾던 젊은이들이 최근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장난감에 마음을 뺏겼다. 단어도 생소한 피젯(Fidget)에 어원을 두고 ‘피젯OO’ ‘피젯XX’ 식의 이름을 갖고 있는 ‘피젯토이’가 바로 그것이다. 피젯 형제들의 어원을 알고 싶어 온라인사전을 찾아보니 ‘바스대지 마라’ ‘~을 만지작거리다’ ‘안절부절 못하여’ ‘초조해서’라는 문장들이 예문으로 나온다.

단어 그 자체에서 뭔가 산만하고 초조한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역시나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사람’이다. 즉 피젯토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사람(Fidget)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Toy)’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종류로는 피젯큐브, 피젯스피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카오마루라는 손 장난감도 넓은 의미에서 피젯토이에 포함된다.

피젯큐브

피젯토이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지만 사용법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우선 피젯큐브는 정육면체에 붙어 있는 버튼이나 스위치, 조그만 조이스틱 등을 그저 아무생각 없이 딸깍딸깍 누르거나 돌리는 것이 전부다. 피젯스피너도 엄지와 검지로 중심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는 게 주 용도다. 손으로 잡은 곳에 베어링이 들어있어서 속도감 있게 빙그르 오래 돌아간다.

최근에는 LED전구도 들어가고 메탈소재도 나오는 등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똑같다. 피젯스피너는 동네 문구점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현재 가장 폭넓게 전파되고 있는 ‘잇 아이템’이다.

카오마루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못생긴’ 사람 얼굴이 조각돼 있는 실리콘 재질의 카오마루는 손으로 주무르는 게 끝이다. 주무를 때마다 조각된 얼굴 모양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다 심심하면 냉장고 같이 잘 붙을 수 있는 곳에 냅다 집어던지면 ‘착’하고 달라붙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카오마루. 출처: 이베이

상사에게 ‘갈굼’을 당한 후 힘차게 돌아가는 피젯스피너를 아무생각 없이 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입사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앞두고 피젯큐브를 딸각거리며 멍을 때려 긴장을 푼다. 남자친구와 싸운 후 못생긴 카오마루를 주물럭거리다 이내 집어던지고 냉장고에 철푸덕 붙어 있는 덩어리를 보며 깔깔거린다. 물론 아무 외부자극 없이도 보이는 게 스트레스고 밟히는 게 짜증이다 보니 조물조물 피젯토이를 만지는 이들도 많다. 키덜트족(아이같은 어른)을 향한 피젯토이의 존재 이유이자 대유행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손으로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볼펜, 넘어뜨려도 균형을 잡는 원통 형태의 나무토막 모쿠루, 다양한 형태로 꺾거나 조립할 수 있는 큐브, 게임 패드처럼 생긴 피젯패드도 그 용도 면에선 피젯토이와 한 핏줄로 젊은층의 기분전환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피젯토이들의 기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미 없는 행동을 무한반복 하도록 하는 장난감이라는 것이다.

모쿠루

사실 피젯토이란 개념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세대는 물론 윗세대도 무념무상하려 손 장난감을 사용해 왔다. 지금의 할아버지 세대는 예쁜 호두 2개를 골라 한 손안에서 또르륵 또르륵 굴렸고, 오늘날 20대부터 40대까지는 공책이나 책받침, 볼펜을 수도 없이 돌렸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피젯토이의 고전, 일명 ‘뽁뽁이(포장완충재)’도 빼놓을 수 없다. 손이 심심할 때 이만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타임킬러’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피젯토이들은 최소 얼마의 값이라도 지불해야 얻을 수 있지만 뽁뽁이는 택배와 함께 배달돼 반가운 득템으로 통한다. 약간의 중독성이 있으면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때론 안정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신구(新舊) 피젯토이 모두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심리 파고들어

이렇듯 피젯토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잘못 알려진 상식도 있다. 최초 해외에서 넘어오며 이 장난감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즉, ADHD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상술일 뿐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젯토이로) ADHD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건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며 “다만 산만한 사람들은 자극을 요하는데, 그런 산만성 해소에 어느 정도 기능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심리적으로 방해물이 있을 때 집중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방해자극이 있을 때 이들은 그걸 물리치고 집중하려고 한다. 한 손으로 피젯토이를 가지고 놀며 자기 공부를 하는 게 오히려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피젯스피너.

신성만 한동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난감은 맞다”면서도 치료용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 교수는 “어떤 효과가 경험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근데 지금처럼 피젯토이가 유행 한다는 건 그 행위에 심리적 채워짐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고 있는 행위들은 있기 마련이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초조하거나 불안할수록 이런 행위들은 잦아지고 습관화 된다.

특히 기술이 고도화되고 온·오프라인에 걸쳐 정보와 관계가 넘쳐나는 초연결 시대인지라 사람에 대한, 일에 대한 피로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몇 해 전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광고카피는 피로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적절히 파고든 게 바로 피젯토이다.

신성만 교수는 ‘자기결정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에 결부시켜 “기본적인 인간의 내적욕구는 자율감, 소속감, 유능감인데 이를 실제 삶 속에서 건강한 방법으로 경험하지 못할 때 피젯토이 같은 무언가에 마음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신 교수는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서 특히 이런 행동이 자주 반복될 수 있다”며 “피젯토이나 단순하고 쉬운 게임을 계속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정말 즐겁고 재밌다기 보다는 이걸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크다”고 부연했다.

소방관리직에 근무하는 류진환(41)씨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근무 시간 동안은 집중의 연속이라 지칠 때가 많다”며 “퇴근길에 아무생각 없이 피젯스피너를 돌리고 있으면 기분이 리프레시 되는 느낌이다. 집에 가선 TV를 보면서도 습관적으로 돌리고 있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피젯이 마케팅과 만난다면

피젯토이는 반짝 유행을 넘어 문화 트렌드로까지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현재 유튜브엔 피젯토이를 DIY(Do It Yourself)로 만들 수 방법, 게임할 수 있는 규칙, 멋있게 돌릴 수 있는 기술 등의 동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단순히 혼자 조용히 돌리거나 누르는 나만의 장난감에서 탈피해 게임으로 이어지고, 집단으로 즐기려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피젯스피너 시연이 열렸다.

이와 관련, 최장순 엘레멘트경험연구소 대표는 “지금도 많은 마니아가 있는 ‘요요’도 처음엔 단순히 들었다 내렸다 하는 혼자만의 놀이에 그쳤었다”면서 “쓰는 사람이 늘고, 룰이 생겨 게임이 됐고 그들만의 ‘트라이브(Tribe, 부족)’로 발전했다. 때문에 일시적 유행(Fad)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시장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뜨는 트렌드와 결부시킨 마케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선 사업성을 먼저 진단해 봐야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피젯토이와 관련한 트라이브 마케팅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봤다.

최 대표는 미국의 ‘지포라이터 켜기 대회’를 예로 들며 “지포라이터를 누가 멋있게 켜느냐 같은 단순한 대회가 실제로 미국에 있는 것처럼, 피젯토이도 분명히 어느 정도 트렌드처럼 안착되면 이런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스 대표는 “볼펜 돌리기나 뽁뽁이를 터트리던 것에서 상품화된 게 피젯토이다. 다른 형태로 진화할 순 있어도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트렌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도 피젯토이 마케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금 유행하는 소품을 마케팅에 접목해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게 자사의 브랜드나 아이덴티티의 가치에 연계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피젯토이를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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