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콘서트 주최자와의 아무말인터뷰
아무말콘서트 주최자와의 아무말인터뷰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08.0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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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_광고회사_그룹장 vs 흔한_매체사_기자

[더피알=강미혜 기자] 일로써 만난 사람들 중 인상적이었던 이를 꼽으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몇몇 얼굴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수개월 전 좌담 참석자로 대면했던 광고회사 그룹장이다.

좌담 이후 가졌던 비공식 사담(私談)에서 나온 핫팬츠에 컬러렌즈, 립틴트 정도는 무난히 소화한다는 그 남자의 생활은 기자의 평범한 삶을 다소 보수적이고 지루하게, 한편으론 꼰대스럽게 느껴지게 했다.

궁금한 독자를 위해 좌담 당시 사진 재소환.
궁금한 독자를 위해 좌담 당시 사진 재소환.

그래서일까. 서먹한 페친 사이가 되어 그의 일상을 간간히 눈팅하던 차 #아무말콘서트 #최초 #광고콘서트 #성료 라는 해시태그가 시선을 끌었다.

날도 더운데 휴가 계획은 없고 도통 일은 하기 싫은 요즘, 대뜸 전화해서 (확인할 길 없는) 최초로 아무말콘서트를 연 이유를 물었다. 아무말인터뷰라고 못 박으며.

다음은 엘베스트 이상훈 디지털그룹장과 적당히 아무렇게나 주고받은 말이다. 휴대폰 너머 잦게, 높게 들려온 웃음소리는 옵션.

아무말콘서트 왜 하신 거예요?

이거요? 아하핳하~ 일단은 재밌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두 번째(이유)는, 다들 디지털 1도 모르면서 너무 디지털 디지털 떠들다 보니 혹시나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에 잘못 전달되거나 과장·왜곡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들과 직접 커넥션해서 이야기하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화하면서 저도 도움 좀 받고.

예상대로 재미있으셨어요?

그런 거 같아요. 으핳하~~(인터뷰 내내 글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천박하게) 대학생들도 재밌었던 거 같아요. 딱딱한 분위기 강연, 그런 게 절대 아니었거든요.

페북에 뜬 사진만 봤을 땐 딱딱해 보이던데..

그 순간만큼은!!! 철저히 내가 잘 나온 사진을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거든요. 제가 너무 웃고 있는데 못생겨 보인 것도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안 내보냈죠.

강연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 아무말콘서트 현장 사진. 출처: 이상훈 페이스북

(웃음) 사진은 누가 찍어준 거예요?

같이 준비한 스텝들이 몇 있어요. 별도의 크루. 그들 도움을 받았죠. 하핫

크루요?

아~ 사실 (광고업무 관련) 아이데이션할 때 일부러 전혀 다른 분야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곤 하는데, 그런 분들이 도와준 거예요.

아티스트나 그런 쪽에서 종사하는 분들?

네네. 그렇다고 보시면 돼요.

행사 공지는 페이스북으로 한 거예요?

네. 제 페북으로만 했어요.

실제 몇 명이 왔나요?

공간이 협소해서 25명만 모집했는데 미리 못 온다고 한 친구들, 당일 갑자기 일이 생겨 못 온 친구 제외하고 총 18명이 참석했어요. 전부 대학생이고요.

토크만 했어요?

네. 광고콘서트니까. 뒤에 럭키드로(제비뽑기)도 했는데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뭐, 옛날 성냥개비에다가 번호를 썼는데 18명이니까 1번부터 18번까지였죠. 하필 18.. 한 명만 더 왔어도 좋았을 텐데... 그쵸? 크하핳핳~ 뽑힌 세 명한테 화장품 선물로 주고, 제작한 아무말콘서트 보틀은 전원 다 줬어요.

선물도 사비로 직접 다 사신 거?

샀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자세히 말하기는 좀...

제일 궁금한 점. 진짜 최초 맞아요?

넵. 일단 광고콘서트란 이름부터 최.초.

토크콘서트다 뭐다 엄청 많잖아요. (심지어 굿모닝PR토크도 토크쇼라 불림) 최초라고 내밀기엔 너무 식상한데.

다르죠 다르죠. 이건 광고콘서트고 그건 토크콘서트! 으하핳~ 선점이죠. 누가 먼저 그 이름을 쓰느냐!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도 최초라고 나와요. 크루들 시켜서 모든 물밑작업을 했죠. 크흐흫흐~ 포털검색 등 다 찾아봤더니 2014년엔가 코바코에서 마케팅콘서트 했고, 그 외엔 없었어요. 근데 코바코 건 강연이었고 광고콘서트는 달라요. 진짜 토크를 하려고 사전에 공지해서 각자 나누고 싶은 주제를 받았어요. 그걸 제비뽑기로 현장에서 질문 받아 답변하는 식으로 했고요.

인터뷰를 마친 후 실제 위키피디아에 검색해 본 결과, ‘대한민국 최초의 광고콘서트는 2017년 7월 29일 영등포구 문래동(문래창작촌)에서 개최된 ‘아무말콘서트’’라는 설명글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이 문서에 삭제가 신청되었습니다’는 문구가 동시에 떠 있었다. 그룹장님과 크루 분들 지못미...

위키피디아에서 '광고콘서트'를 검색한 결과. 화면 캡처

크루들이 별별 일을 다 해주네요?

저도 도와주니까요. 서로서로~ 뭐, 두레(원시적 유풍인 공동노동체 조직)같은 거라고나 할까.

듣다 보니 아무말콘서트라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는 다 하셨다는 느낌이에요.

아우! 당연하죠. 부산이나 대구에서 KTX 타고 영등포역 내려서 온 친구들도 있었는데, 아무말한다고 진짜 아무말만 하면 큰일이잖아요.

아무말콘서트 현장 모습. 출처: 이상훈 페이스북

지방에서 참석한 대학생들은 자비를 들인 건가요?

네. 근데 천만다행인 게 부산에서 온 친구가 화장품 추첨에 딱 걸린 거예요. 짠 것도 아닌데... 순간 안도했죠. 화장품을 받아가겠구나 싶어서. 진짜 다행이었어요.

현장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룹장님이 잘 모르는 분야나 이야기도 나왔어요?

모르는 건 아닌데 말하기가 좀 애매한 건 있었어요. 대학생들은 주로 답을 얻고 싶어 하거든요. ‘디지털은 뭐냐’ ‘디지털광고의 범위는 어디까지냐’ 등등.. 그런 규정을 원하는데 우리 일이라는 게 정의할 수 없는 게 많거든요. 그래서 답을 찾느라 현업에서 고민들을 하는 거고.

‘우리 일은 정의할 수 없다’는 말은 좀 멋진 듯.

하핱핱~ 그래요? 근데 그게 사실이니까. 제가 그들에게 두 번 얘기했나? 혹여 누군가 디지털 광고나 마케팅 관련 정답을 얘기하면 굉장히 위험한 거라고. 그 규정도 그걸 말한 사람도.

근데 개최 장소가 문래동 개인 공간인데 어느 정도 홍보를 노리신 거 아녜요?(웃음)

아, 그건 아니에요. 디지털 얘기를 아날로그 필(feel) 나는 곳에서 해보자 했는데 거기(문래동)가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평소 저희 크루들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고.. 철공소 기계 같은 것도 있어서 대학생들 입장에선 ‘뭐지? 이 열악한 환경은!?’이란 느낌도 가질 수 있다고 봤어요. 강연하는 환경 같지 않은 이질감을 주고 싶은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앞에 목욕탕 의자도 마련해놨고요.

?! 목욕탕 의자는 왜요?

장소가 좁아서요. 늦게 오면 불편할 수 있다고 미리 얘기도 했었어요. 근데 인원이 25명이 안 돼서.. 다행히 목욕탕 의자는 안 앉게 됐죠.

광고콘서트 앞으로도 계속 하실 생각인가요?

사실은 올해 7,8,9,10,11월까지 매달 하려고 했는데... 한 번 해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올해 안에 한 번은 더 할거에요. 회사에서 지원도 해주려 하고요. 그렇게 되면 규모는 50명 정도로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웬만하면 지금처럼 문래에서 하고 싶은데 사람이 많아지면 장소도 큰 곳으로 옮겨야겠죠.

어떤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많은 거 필요 없어요. 규모가 커질 경우 거기에 맞는 공간 대여료, 그리고 진행비 정도?

하와이안셔츠와 짧은 팬츠 차림으로 아무말콘서트 앞에 선 모습. 출처: 이상훈 페이스북

사진 보니 왠지 의상협찬도 필요하실 것 같아요. (말로만 듣던 핫팬츠 모습이었다) 생각보단 안 짧아서 덜 놀래긴 했지만.(웃음)

킄크흐흫. 복장 땜에 말 많았는데 많이 안 짧았다니 다행이네요. 그 친구들은 보고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무슨 이상한 하와이안셔츠에 핫팬츠 입은 사람이 앞에 서 있나 하고. 다 알고 있는 제 프로필을 토크 시작 전에 다시 설명한 이유가 복장 땜에 날아간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나 이런 사람이니 걱정하지 마’ 안심시켜주기.

갑자기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봐서 좀 당황하셨죠.

아뇨, 괜찮아요~ 보통 그냥은 전화하시지 않잖아요. 꼭 뭔가 일이 있을 때만 하시니(하하핳) 그런가보다 했어요.

휴가는 안 가세요?

원래 8월에 잡혀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너무 많아져서 못 가게 됐어요. 10월에 연휴도 길고 해서 다 몰았어요. 얼추 3주 쉬게 될 것 같은데 막상 그때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제 전화 끊을 건데 꼭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없는데.. 아, 지금 제가 한 얘기 다 들어가나요? 정제가 안됐는데... 좀 유화시켜주실 순 없을까요? (그래서 몇몇 단어는 순화했다)

마지막으로 핫팬츠로 비주얼 쇼크를 경험한 친구들에게 한 마디.

광고콘서트 자리에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니가 능력이 있으면, 굳이 외모로 꾸며야 할 필요성이 없다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상대방에게 강하게 어필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광고주에도 이렇게 들어갈 때가 있다.” 근데 이 발언도 좀 위험한데.. 그죠? 제가 잘났다는 게 절대 아니라..........(블라블라블라)

※ 이전 좌담 기사가 궁금한 독자들은 바로 아래 링크를 차례로 클릭
① “데이터 노동력이 디지털 경쟁력이다”
②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를 수치화해야”
③ “디지털 솔루션, 결국은 ‘기획질’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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