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메시지로 충실한 현황 전달
준비된 메시지로 충실한 현황 전달
  • 이명주 (admin@the-pr.co.kr)
  • 승인 2011.03.1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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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生生 홍보

준비된 메시지의 힘

작년 5월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객이 PL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제보해온 순간, 그동안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온 식품사업부문에서는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결국 3개월 동안의 식약청 조사를 통해 ‘제조사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받은 많은 질책과 격려의 메시지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 고객으로부터 이물질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은 고객담당은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제품을 확인했고, 다음날 절차에 따라 식약청에 이물신고를 했다. 그리고 바로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하지만 갑자기 제보한 고객이 방송사에 연락을 하고 게시판에 관련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명확한 진상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방송사에서부터 바로 취재요청이 왔다. 하지만 식약청에서 원인파악 중이었기 때문에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식약청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마치 제조사 책임인 것처럼 취재가 시작됐다. 신문, 방송사 기자들이 연일 취재요청을 하고 제조현장을 방문하여 촬영도 해갔다. 현장 생산시설의 부품 하나하나부터 생산프로세스 단계단계별로 상세한 부분까지 설명해주기를 원했다. 너무 전문적인 부문이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은근슬쩍 면박을 주기도 했다. 정말 괴로운 하루하루였다.

그 힘든 상황에서 고맙게도 대처방안에 대해 조언해준 기자분들도 있었다. 신속히 실상을 파악해 자료를 정리하고 회사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필요한 자료를 식약청 기자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수시로 변동사항을 전달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입장과 현황설명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나니 그나마 상황정리가 됐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대처방안들도 막상 닥치니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준비가 중요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한 모양이다.

사내 임직원에게도 정확한 상황을 알리는 이메일 편지를 보냈다. 매일 모니터링을 했으며,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Fact Sheet를 준비해 요청하는 곳에 보냈다. 사진까지 곁들인 그 자료는 현황 파악에 무척 유용했다. 이물사건은 모 언론사에서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사건개요부터 ‘무혐의’결론이 나기까지를 총망라한 기사로 마무리 됐다.
그 일을 겪으며 고민했던 것은 회사 입장에 대해 얘기할 때였다. ‘어떤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누구에게 언제 적시에 제공하느냐’는 참 어려운 과제였다. 그리고 현황을 충실히 설명하는데 한마디 말보다 준비된 메시지가 얼마나 유용한지 체험으로 절실히 깨달았다.

소통의 mediator, 메시지에 생명력 담아야

우리 회사는 작년에 2015 비전을 선포했다. 목표달성을 통해 글로벌 R&D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비전 선포 후 목표달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이 그룹 임직원 모두와 목표를 공유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수행이었다.

홍보팀에서는 비전달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비전나무 이벤트’는 특히 반응이 좋았다. 각 사업장별로 비전달성 각오, 우리의 경쟁력, 칭찬하기 등 세 가지 메시지를 작성해 붙이도록 한 것이다. 우수 메시지를 가려 소정의 기념품도 증정했다. 특히 이벤트 호응이 좋았던 것은 진행과정을 촬영해 사내 메일링을 통해 그룹사 조직원 모두와 공유한 것이다. 다른 사업장의 진행과정을 벤치마킹하면서 약간의 경쟁심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비전 내용을 정확히 전 임직원이 공유하도록 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 가운데 홍보팀은 중간에서 소통의 매개체(mediator) 역할을 했다. 회사의 큰 전략을 메시지에 담아내고, 이를 사람들에게 열심히 실어나른 것이다. 늘 지향하는 ‘One Source Multi Use’ 방향에서 영상, 소리, 사진, 온라인, 네트워크 등 각 툴의 특장점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메시지는 처음에 툴에 담겨 사람에게 전해지지만 결국에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며 그 효과도 커지는 것이다.

우수이론을 발표한 그루닉과 헌트(Grunic&Hunt)도 공중상황이론(Situ ational Theory Of Public)에서 내부 조직원을 문제인식(problem recognition), 한계인식(constraint recognition), 관련성(level of involvement)이라는 3가지 변수를 가지고 파악하고자 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조직원은 쟁점(issues)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행동에도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회사의 어떠한 상황에 대해 그 관련성에 따라 문제의식을 더 많이 느끼기도 하고 덜 느끼기도 한다. 관련성이 많은 사람들은 조직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많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메시지보다는 주변적인 단서들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사내 임직원들이 주변인이 아닌 중심인으로서 조직의 메시지에 높은 관심을 갖고 이를 받아들여 실행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 성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략적 커뮤니케이터, 상호협조로 win-win

홍보업무는 특히 조직내 다른 팀과의 협업을 잘 해야 한다. 실무자끼리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 소통의 출발인 것이다. 홍보팀이 사내외 공중과 소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Path) 역할을 하려면 전략적인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특히 재무, 기획 등 staff부문이나 마케팅 영업, 생산 등 line부문의 협조없이 홍보업무를 충실히 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책임소재를 따지며 주도권 다툼을 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느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엔 상호간 협조가 서로가 win-win하는 길이다.

얼마전 Social Media 강좌를 들었는데, 온라인상에서 얘기 나누던 분과 실제 명함을 교환하며 ‘참 재미있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이들이 담장 없는 세상 속에서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홍보담당은 이 광대한 세상에서 알아야 하고 해야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래선지 역시 오프라인 세상이 훨씬 인간미가 느껴지고 마음이 더 간다.

이명주

삼양사 홍보팀 홍보기획담당 부장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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