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뉴(venue) 선정의 의외성
스포츠 베뉴(venue) 선정의 의외성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03.1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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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스포츠 경기가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야구를 야구장에서, 축구를 축구장에서, 농구를 농구장에서 한다면 아무도 특별한 의외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호기심과 의외성을 즐긴다. 때문에 스포츠경기를 경기장이 아닌 건물 옥상에서 하고, 야구를 메인스타디움에서 하는가 하면, 시내 한복판에서 경기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우선 정식경기를 본래 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치른 사례를 보자. LA 다저스는 다저스가 LA로 이전한 지 50주년이 되는 지난 2008년 LA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홈경기를 치렀다. 다저스는 1958년 뉴욕의 브루클린 다저스(Brooklyn Dogers)에서 LA 다저스(LA Dogers)로 변신하면서 프로야구의 서부시대를 열었다. 콜로세움은 9만2000명을 수용하는 큰 곳으로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한 다목적 종합경기장이다. 다저스는 이 경기장에서 4년간 경기를 하다가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 특별 홈경기장은 왼쪽 펜스가 80m가 채 안되고 외야펜스는 운동장 가운데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에는 11만3500명이 입장해 야구경기 사상 최다 관중 기록으로 남게 됐다.

발상의 전환…홍보 효과 배가

다저스는 이색적인 경기장 선정을 통해 확실한 팬서비스와 더불어 구단 홍보 기회로 활용했다. 이 경기에 1958년 당시 팀 멤버들을 초청하는 한편, 올림픽 때 사용했던 성화에 불을 붙이는 행사를 가졌고, 소아암 환자 돕기 행사인 ‘ThinkCure’라는 자선행사를 통해 기부금을 모금했다. TV중계 역시 특별행사의 의미를 살려 1이닝을 흑백화면으로 보여주며 현재 경기장을 1950년대 말의 경기장 모습과 비교했다. 이를 위해 당시 경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경기장을 특별 야구경기장으로 개조하는 모습을 초고속 화면으로 편집해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시는 2009년 아예 경기장을 광화문으로 옮겨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에어볼 경기를 광화문에서 개최한 것이다. 스노리조트가 아닌, 고궁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일반인 접근성이 높은 광화문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은 시민들에나 언론에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입장에선 세계 170개국에 중계되는 정식 스포츠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시(市) 자체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서울시와 함께 이 대회를 후원한 현대카드도 언론의 큰 관심을 받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는 2008년 세계스쿼시대회를 서울광장에 유치하기도 했으나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집회가 겹치는 바람에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서울 광장에서 유리로 된 경기장을 설치해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발상 자체는 신선했다.

F-1 자동차 레이스는 1년 내내 전세계 주요도시를 돌면서 개최되는데, 그 중 싱가포르와 모나코 경기는 시내 도로에서 펼쳐진다. F1경기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시홍보의 주요한 요소가 되지만 경기장이 아닌 도심에서 개최되는 경기는 여러 가지 흥미요소를 배가시킨다. 또한 TV 중계시 경기 중간 중간에 도시의 모습이 비춰짐으로써 도시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실제 F1은 새로 개최되는 지역 등에서 홍보용으로 도심을 막고 데모런(Demo Run)을 하기도 한다. F1머신의 시범운행을 통해 일반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홍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를 스포츠 이벤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두바이 칠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이 대표적이다. 이 호텔은 글로벌 차원에서 호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최고의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와 페드로의 시합을 호텔 옥상 헬기장에서 벌였다. 또 타이거 우즈를 초청해 골프 티샷이 인공 섬에 있는 호텔에서 육지로 날아가는지를 홍보 이벤트로 실시하기도 했다. 전세계 언론들이 이 장면을 방송하고 크게 화제가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세계적 스타로 인해 세계적 호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도시·기업 PR 활용도 높아

현대 경기장은 멀티 콤플렉스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에 어떤 경기를 꼭 특정 경기장에서 해야 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경기시설이 부족한 경우에는 경기장 구조를 변경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김연아 아이스쇼의 경우, 개최할 수 있는 경기장이 국내에 많지 않다. 목동 아이스링크를 비롯해 몇몇 지방 소재의 아이스링크장이 있긴 하지만 몇 개 안되고, 수용인원도 적다. 그래서 아이스쇼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잠실종합체육관, 잠실체조경기장, 컨벤션센터 킨텍스 등에 인공 링크를 만들고, 수용인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지역은 기업들의 홍보부스 설치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스포츠 베뉴는 더 나아가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골프장 사생대회, 축구경기장 만찬, 야구장에서의 삼겹살 파티 등은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 강화 차원에서 마련하는 특별한 이벤트다.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성화가 안착하는 장소로 뉴욕 타임스퀘어나 LA다저스 스타디움, 코카콜라 본사, 남아공 테이블 마운팀, 리오 예수상, 서울시청앞 광장 등이 활용된 것도 도시 홍보나 특정 기업 홍보 등의 목적이 가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베뉴가 스포츠 목적 이외로 활용되는 대표적 경우는 콘서트나 뮤지컬 등을 들 수 있다. 뮤지컬 캣츠나 아이다 같은 공연을 뮤지컬 공연장이 아닌 잠실주경기장 특별무대나 상암운동장 특설 무대 등에서 실시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들 공연장은 많은 관객을 수용하는 장점도 있지만 공연 자체의 다양성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이같은 이유로 기업들의 홍보 공간, 예를 들면 제품발표회나 고객초청 행사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는 많은 관객 즉 팬을 가지고 있고, 팬은 기업에 소비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스포츠 팬과 만나는 장소로서 스포츠 베뉴의 상징성을 잘 활용하면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경기를 특별한 장소에서 한다든지,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스포츠 베뉴를 활용한다면 조금 더 관심을 끌고 홍보적 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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