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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_트렌드가_되는가? +1[브랜드텔링1+1] ‘FANG’ 시대에도 통하는 창작자의 영혼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취향은_트렌드가_되는가? 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취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쩐지 지루한 느낌이다.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일 것 같고, 삶에 대한 애정이 흐릿할 것 같다. 실제로야 그렇겠나. 누구에게나 고유한 취향과 기호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 취향이라는 것에 대한 시대의 주목이다. 정확히는 산업의 주목이겠다.

개인은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 느끼는 자기충족감에 여념이 없고, 공급자들은 그 취향을 찾아 분석하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내는 일에 정신이 없다. 바야흐로 취향 비즈니스의 시대다.

과거 실용과 예술을 줄다리기 하던 시절을 지나, 대량생산과 매스미디어를 무기로 획일화된 기호에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던 기업들은 마침내 큰 벽에 다다랐다. 유통에서의 ‘큐레이션’과 미디어에서의 ‘소셜네트워크’와 ‘1인 미디어’는 작금 취향 비즈니스의 지표가 될 만한 키워드이다.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지금 이 시대의 공급자가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그중 하나는 개인의 취향을 가장 세세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추천을 해주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회원 개인의 미시적 라이프스타일을 바닥까지 해석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얼마이고, 어떤 지역에 사는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실제로는 언제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상황을 이해하고, 어느 콘텐츠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통해서도 세부적인 취향을 찾아낸다. 주말에 주로 가볍게 머리를 식히는 영화를 봤던 사람이, 유혈낭자한 잔인한 장면에서 스킵을 하거나 시청을 멈춘 이력이 있다면 그런 장면이 없으면서도 재미있게 볼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작품을 추천한다. 홈페이지 메인

그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그리고 시청자들이 많아질수록)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더욱더 정확하게 사용자가 다음에 볼 영화나 콘텐츠를 똑똑하게 맞춰낸다. 알아가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도 몰랐거나 정의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취향마저도 말이다. 마치 동네 단골 스시집 주인이 나의 소소하지만 까탈스런 입맛을 기억해 그날의 주방장 특선을 내놓을 때 느끼는 절묘한 만족감을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사용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여기에는 허들(hurdle)이 있다. 기술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 기술이 실효성의 임계점을 넘을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FANG’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그리고 구글의 이니셜을 딴 신조어다. 넷플릭스는 이미 기술 리딩 기업의 대표주자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아트와 사이언스가 결합된 산업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CEO부터 공학도 출신이며, 직원 약 3분의 1이 엔지니어다. 지금 가장 핫한 데이터 과학과 딥러닝 기술은 실제로 매출과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이 시청하는 콘텐츠의 75%가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구매기록, 쇼핑카트, 평점 등을 분석해 상품 추천을 제공하는 아마존은 그들의 매출 35%가 추천 엔진 덕분에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이미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을 개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푸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이 아닐지라도 그 제품을 좋아할 만한 고객을 찾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매출이다.

앞선 기술인가, 탁월한 기호인가

하지만 이런 기술만이 취향 비즈니스의 유일한 해답일까? 사이언스가 타인의 취향에 개입하는 유일한 빅브라더일까? 주목해야할 방식은 또 하나가 있다. 한 쪽에서 개인의 취향을 가장 과학적이고 세분화된 방식으로 분석하는 기술로 추천을 한다면, 다른 한 쪽에서는 다수의 개인보다 도드라지는 선도자의 기호를 바탕으로 제안을 한다. ‘난 이거 괜찮던데 넌 어때?’

구찌 플레이스 프로젝트 화면.

최근 구찌(Gucci)는 이러한 취향 제안자로서의 면모를 멋지게 과시했다. 구찌는 전 세계 곳곳의 장소를 소개하는 ‘구찌 플레이스(Gucci Place)’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 방식이 참으로 흥미롭다. 구찌라는 브랜드 고유의 취향과 가치를 반영한 장소를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발견한 영감이나 놀라움, 혹은 스토리를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이다. 그가 제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독특한 미감을 이제는 장소 그리고 그와 결합된 스토리를 통해 느끼게 된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냥 브랜드의 자뻑 기행문처럼 보는 정도일까? 그렇지 않다. 단지 소수의 브랜드 추종자들을 위할 것 같은 콘텐츠에 이미 소비자들이 (혹은 이를 더욱 종용할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해외여행 중에 명품 소비를 하는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자극할 강력한 요인을 브랜드 고유의 기호와 엮은 스토리로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구찌는 그걸 알고 있었다. ‘브랜드 경험과 연결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의 효과는 이미 루이비통의 트래블북이나 앱 등을 통해서도 잘 확인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구찌는 그들이 소개하는 장소에 관광객이 방문했을 때, 전용 구찌 배지를 모을 수 있는 곳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플레이스 프로젝트 뱃지를 단 구찌 가방.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냄에 거리낌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딱 그에 맞는 아이템이고 기획이다. 앞으로는 그 장소를 테마로 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라 밝혔다. 콜렉터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낼 셈이다. 어쨌거나 구찌라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기호를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의 취향이 될 수 있도록 경험을 제안하고, 소비까지 연결하는 세련된 방식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며, 그들의 다음 시도를 기대하게 한다.

취향저격에서 취향제안으로

과거 애플 제품을 사는 것이 개인의 독특한 기호를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애플빠야’라는 선언자들은 군중을 이루며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언제나 소비자의 취향을 철저히 제품에 투영해 소비자의 만족을 얻어야 할 것 같던 프레임 안에서도 이미 취향의 역전현상은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브랜드가 개인의 취향을 리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호모 쇼핑쿠스들이 단지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만으로 자존감을 충족하던 시절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브랜드는 점점 더 고유한 취향의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나 추종자가 늘어날 때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트렌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대한 취향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알고리즘만큼이나, 브랜드 이면에서 느끼는 창작자의 영혼과 기호가 가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브랜드에 퍼스널리티가 있다는 가정에 동의한다면, 분명 그 퍼스널리티는 브랜드가 지닌 고유하고 선명한 취향을 통해 한 번 더 고도화되거나 차별화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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