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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식 PI ②] 대통령=최고소통책임자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각본 없는 질의응답, 관계 깨뜨리는 방식으로 메시지 파급력 높여

낡은 구두와 짝퉁 양말, 한편의 미드를 떠올리게 하는 티타임 사진.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인간미 넘치는 장면들로 장식됐다.

정책적 추진 사항에 있어서는 신속함이 돋보였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취임 3일 만에 찾아간 인천공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 받았다. 공감과 파격을 오가는 행보 속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이 엿보인다.

셀프 커피와 낡은 구두의 함의
② 대통령=최고소통책임자(CCO)
취임 100일 간의 PI 평가는?

“오늘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기자가 함께 자유롭게 묻고 자유롭게 답하는 토론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중략)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약속이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질의응답 방식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청와대와 기자단 간에 질문 주제와 순서만을 조율했고 어떤 각본도 없음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8월 17일 사전 시나리오 없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방송화면 캡처

이날 기자회견은 다른 때와 달리 청와대 춘추관이 아닌 영빈관서 열렸다. 영빈관은 그간 독립유공자·유족 오찬 등과 같이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 활용되던 곳으로, 이례적 선택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프리스타일’ 방식 추구나 영빈관서 열리는 최초의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라는 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줄곧 관례를 깨뜨리는 행보를 통해 전 정권과 차별점을 부각하는 한편, 메시지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취임 직후 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이 직접 나서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및 경호실장에 대한 인선 배경을 일일이 설명한 것이 그 시작이다. 대변인을 통해 인사 발표를 하던 종전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내정자, 비서실장, 경호실장 인선 발표를 직접 했다. 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내정 당사자들도 함께 등장해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박근혜 정부 내내 따라다녔던 ‘불통’ 논란과 크게 대비되며 호평을 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향후에도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을 후보자로 지명한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도 직접 인선 배경을 설명한 후 “혹시 질문 있습니까”라고 말해 오히려 기자들을 당황케 했다. 일문일답이 없다는 지침을 받았는데 즉석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되면서다.

사실 언론과의 즉석 질의응답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게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말실수 하나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특히나 그 내용이 민감한 외교문제나 정치 현안에 관련된 것이라면 보다 첨예한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참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신년기자회견에서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고,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는 춘추관 방문도 1년에 두세 차례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가진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조차 질문을 받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이에 비춰볼 때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의 질의응답은 자신감 있는 리더의 모습, 소통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어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 정권과 선을 긋는 차별화 행보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받아쓰기와 미리 결론내기, 계급장이 없는 이른바 ‘3무(無) 회의’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수석보좌관 회의는 받아쓰기와 미리 결론내기, 계급장 없는 3무(無) 방식으로 진행됐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여기서 오간 내용을 전파하려면 자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자료는 정리해서 배포할 테니 여기서는 그냥 논의에만 집중해 달라”며 “회의는 미리 정해진 결론이 없고, 배석한 비서관들도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은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는 답변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대통령의 지시를 참모들이 받아 적는 장으로만 기능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사이다 발언’으로 비쳐졌다.

소통효과를 반영하듯 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직무수행평가에서 84%의 지지를 얻었는데,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최저인 44%,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를 기록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며 약간의 하락은 있지만 현재도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의전 대신 철학…인간적 매력 어필

이렇듯 높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발적 보여주기가 아닌 리더 개인의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대원들에게 직접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뉴시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직원들과 식판을 들고 서서 같이 밥을 먹는다든가 스스로 옷을 벗는 행위 등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액션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기획이 아닌 본인의 성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듯하다”며 “PI를 진행하더라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그게 철학”이라고 말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역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 짜내는 걸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의전이 아닌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어떤 메시지와 행동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과 구상은 필요하나, 지도자를 돋보이기 위한 의전성 이벤트는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칫 어색한 설계가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들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통은 잘해왔다. 이제 역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이해 상충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율할 것인가”라며 “복합적 정치 이슈를 형식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측면이 아닌 정말 국민 마음속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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