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분위기가 진짜 심상찮다
공영방송 분위기가 진짜 심상찮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08.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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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 800명 제작 보이콧, 文 “공영방송 정권 장악”…언론개혁 급물살 타나?

[더피알=박형재 기자] MBC와 KBS 기자 800여명이 잇따라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9년간 정권 입맛에 맞는 뉴스를 생산해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방송 정상화 의지를 드러내 공영방송 개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 보도국 소속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KBS 기자 516명은 16일 성명을 내고 “KBS 뉴스는 이슈와 논쟁을 외면하고 오로지 권력을 추종했다. 뉴스의 신뢰도는 급전직하했고, 공영방송의 뉴스는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모든 KBS기자들이 행동에 나서 고대영 사장 체제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MBC 기자들도 17일 제작거부를 전 부문으로 확대했다. 앞서 제작거부에 착수했던 보도국 인력 81명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65명이 추가로 제작을 거부해 총 206명의 기자들이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26명의 아나운서 역시 18일부터 업무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 PD, 기자 등 282명이 사실상 파업을 선언했다.

MBC기자협회는 결의문을 내고 “(경영진은) 마이크를 빼앗았다. 세월호 가족의 눈물을 외면하라 했다. 촛불 집회는 깎아내리고 극우 집회는 미화했다. 권력의 입장을 덮어놓고 옹호했다. 이 세상이 돈과 힘을 가진 자들의 입맛대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아이템을 검열하고 양심을 매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급기야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인간에게 등급을 매겼다. 유·불리의 낙인으로 편을 가르고 저항과 복종을 선별해 자리를 나눠줬다. 협박하고 징계했다”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기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는 공영방송이 ‘어용방송’으로 변질되면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지난 9년 동안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빈번히 이뤄졌으며,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정권을 위한 편파·왜곡 보도가 심각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문재인 정부 들어 편파보도와 언론인 탄압 폭로가 이어진 것도 이들이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근거가 됐다. MBC 해직 언론인 출신 최승호 PD가 제작한 영화 ‘공범자들’은 광우병 파동(2008), 4대강 사업(2010), 세월호 참사(2014),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2016) 등을 되짚어보며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공영방송을 통해 은폐하고 왜곡한 실체를 고발했다.

8월8일자 mbc노보 1면. 이날 노보에는 mbc경영진이 카메라기자 65명에 대해 정치 성향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인사 정책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8일 언론노조MBC본부는 카메라 기자 65명에 대한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문건에는 MBC 기자들을 정치 성향과 노조 활동 등으로 등급을 매겨 사측의 인사 정책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영방송이 지난 정권에 장악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그런 노력들이 있었고, 그게 실제로 현실이 됐다”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전 KBS CP)는 방송기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터질게 터졌다”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MBC·KBS의 편파보도와 언론 통제가 심각했고 새 정부 들어 ‘이래서는 안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는데, 정작 책임져야 할 경영진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기자들이 바깥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선에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좋지만, 현행 방송구조로는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해임시키기란 쉽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 개혁 의지를 드러낸 만큼 조만간 공영방송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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