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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식 PI ③] 100일 행보 ‘합격점’…지금부터가 진짜다
[문재인식 PI ③] 100일 행보 ‘합격점’…지금부터가 진짜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8.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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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부 과제 청산, 만남 통한 정책 방향성 제시…잦은 노출 인한 구설은 경계해야

낡은 구두와 짝퉁 양말, 한편의 미드를 떠올리게 하는 티타임 사진.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인간미 넘치는 장면들로 장식됐다.

정책적 추진 사항에 있어서는 신속함이 돋보였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취임 3일 만에 찾아간 인천공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 받았다. 공감과 파격을 오가는 행보 속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전략이 엿보인다.

셀프 커피와 낡은 구두의 함의
대통령=최고소통책임자(CCO)
③ 취임 100일 간의 PI 평가는?

[더피알=안선혜 기자] 대통령이 찾은 사람, 만난 장소, 행한 제스처 등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다. 이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세월호 유가족 20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한 것은 의미심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들이 가슴에 품었을 법한 정부의 잘못을 읊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 초청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피해자 가족을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원인이 무엇이든 참사를 막지 못했고, 침몰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 승객을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무능한 대응과 무책임을 보였으며,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지 못하고 오히려 편가르기로 상처를 안겨 줬다는 반성이었다.

앞선 8일에는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사과가 이뤄졌다. 정부도 해당 사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공식 인정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만남 모두 피해자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다독이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인상적 장면으로 남았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난 정부의 과오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나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226명을 청와대에 초청했을 때 보여준 태도 역시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드러내며 호감을 샀다.

5·18 기념식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날 산부인과에 오다 희생당한 아버지를 둔 유족이 낭독을 마치고 퇴장할 때 뒤따라가 포옹하며 위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보훈가족을 초청한 자리에서는 허리를 깊숙이 굽혀 인사하는 장면이 주목받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린 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226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국방부 의장대가 사열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이는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에 밴 매너와 상대에 대한 평소 생각이 자연스레 표출됐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대통령 의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읽은 것이 주효했다.

특히 보훈가족 행사에서는 6·25 상이군경을 비롯해 파독 광부 및 간호사 등이 초청됐는데, 국방부 의장대가 사열한데다 문재인 부부가 직접 영빈관 입구까지 나와 모든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하며 환영했다.

민간인 초청행사에 의장대 사열은 처음으로,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진 국가수호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파격적으로 갖추면서 누가 진짜 이들을 존중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물음표를 던지는 효과를 거뒀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도 못지않게 정책 차원의 굵직한 메시지들도 제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일째에 인천공항을 방문,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고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연내에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첫 외부일정이자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잇단 사과와 약속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순직인정 절차를 지시했다. 이들 희생 교사 2인은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 3년 간 순직 신청을 반려 당해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공직자 중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보고 있음에도 이런 차별 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밝혔다. 두 건 모두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 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건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행보였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직속기구로 구성해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 뉴시스

또 지난 5월 24일에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 고용률 및 청년실업, 취업자 증감, 임금격차, 비정규직, 소비자물가 등 18개 지표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도록 했다.

취임 100일을 기념해 20일 마련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는 “국민 세금을 일자리 만드는데 쓰는 것은 세금을 가장 보람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당위성을 적극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인수위에 낸 정책 아이디어가 국정과제로 반영된 시민 28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문 대통령이 직접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소통을 강조한 행보다.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활동들을 두고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 PI의 특징은 신중과 신속한 실행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한 특수 사안에 있어서는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와 같은 정책적 목소리를 분명히 낼 수 있는 사안은 신속한 실행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내각을 구성하는 인사에 있어서도 선명한 색을 드러냈다. 민정수석에 비검사 출신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앉혀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고, 인사수석에는 여성인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임명했다.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로드맵에 따른 결정이었다.

총무비서관에는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임명됐는데, 지방대를 졸업하고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기재부 국장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따로 없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거 유세문을 떠올리게 한 인사였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재벌개혁을 외쳐왔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에는 지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자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를 발탁했다. 또 국가보훈처장에는 유방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조치에 맞서 싸워 다시 군에 복귀한 바 있는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임명했다.

이후 인사에서는 잡음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지만, 취임 초 모두의 주목을 받는 시기 상징적 인사를 단행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호감도를 높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메시지·정책·국정능력 뒷받침돼야

문재인 정부가 선보인 지금까지의 PI(President Idetity)에 대한 점수는 대체로 높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정책적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어 파격과 공감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한국민'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리더십에는 사명·목적·비전과 관계된 ‘변혁적 리더십’이 있고, 조직원 간 계약과 교환을 통해 구축되는 ‘거래적 리더십’이 있는데, 문 대통령의 최근 높은 국정 지지도는 이 두 가지 리더십이 잘 어우러진 덕”이라고 봤다.

국정철학과 정책비전은 변혁적·카리스마적, 그리고 다소 감성적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좋고, 세부 정책 관련해서는 거래적인 세밀함과 이성적, 합리적 전문성을 갖춘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국가 지도자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권력을 위임받아 봉사한다는 자세가 좋다”면서 “다만 외면적으로 보여주는 바탕 이면에는 메시지, 정책, 국정운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역시 “초기 PI는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 방향을 알려주고 소통하면서 잘 듣는 것이라면, 그 다음은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어떤 일을 추진했고, 왜 그렇게했는지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친밀한 모습으로 다가서려는 여러 행보들은 환영받지만, 잦은 노출로 인한 구설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 정치적·정책적으로 중요한 순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한 커뮤니케이션업계 한 전문가는 “대통령과 국민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좋지만 비슷한 구도, 후보 시절과 유사한 그림이 미디어를 통해 너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고 진정성 부분에서 과하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움으로 렛뎀토크(let them talk·제 3자가 이야기하게 하는 것) 효과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는 “국민인수위 대국민 보고 등 언론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크게 논란의 소지가 없는 사안에서는 자신 있게 나서지만, 살충제 계란 등 다소 민감하거나 핵심적인 의제는 피하는 듯한 모습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소통의 방식 못지 않게 주제도 국민 관점에서 열어놓고,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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