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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vs 여사’ 논란 종지부…한겨레 결정의 함의
‘씨 vs 여사’ 논란 종지부…한겨레 결정의 함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8.25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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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통해 영부인 존칭 변경 고지…목소리 커진 독자 위상 드러내

[더피알=안선혜 기자] 한겨레신문이 독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손을 들었다. 대통령 부인 이름 뒤에 붙이는 존칭을 ‘씨’에서 ‘여사’로 변경키로 한 것. 문재인 정부 들어 나타난 이른바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로 불리는 진보언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수렴한 상징적인 조치다.

한겨레는 25일자 지면을 통해 “1988년 창간 이후 유지해온 표기 원칙을 바꾸기로 했다”며 “독자의 요구와 질책, 시대 흐름에 따른 대중의 언어 습관 변화 등을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진의와 달리 한겨레가 독자들과 대립하고 불화하는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첫번째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겨레신문 25일자 2면에 실린 알림.

한겨레는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호칭을 김정숙‘씨’로 표기하면서 다수 독자들의 항의를 받아왔다. 대통령의 부인을 하대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여사는 권위주의적 표현인데다 ‘씨’가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독자들은 유독 한겨레만 씨를 고집한다는 점과 타국 지도자 부인과 전 대통령 부인에게는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과거 이력을 끄집어내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급기야 한겨레 태도에 대한 불편함은 절독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한겨레는 지난 6월 말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시작해 신문사 내부 토론, 독자 여론조사, 전문가 조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비판 의견을 수용키로 했다. 독자들과 장기간 대립하기보다는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결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호칭은 단지 표기 방식에 관한 문제라 언론사별로 다를 수 있기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한겨레의 이번 결정은 “이제 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예전처럼 언론이 독자에게 훈계하고 계몽하려는 발상과 태도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도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개인적으로 호칭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언론의 기본적 사명인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무마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요구라면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호칭은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기에 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듯하다”고 봤다.

게다가 한겨레의 주요 독자층이 될 수 있는 젊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 사이에서 부각된 논쟁이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한겨레는 영부인 존칭 변경을 공식화하기 하루 전날에 ‘참여소통 데스크 및 에디터’를 임명, 독자 민원을 살피는 역할을 맡겼다.

한겨레의 결단에도 성난 독자들의 마음이 누그러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 논쟁이 단지 호칭에 관한 문제에서만 촉발된 것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과의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그렇다.

대선 전부터 일부 독자들 사이에선 한겨레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은 마뜩치 않게 다루고 있다는 오해가 불거지면서 사진 내지 작은 표현 하나에도 민감한 반응이 있었다.

지난 5월 불거진 한겨레21 표지를 둘러싼 논란은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사건이었다. 지지자들은 한겨레21의 표지가 문재인 대통령을 너무 권위적인 모습으로 실었다고 비판했는데, 이에 대해 편집장을 지낸 바 있는 에디터가 “덤벼라 문빠들”이라며 도전적 발언을 페이스북에 올려 여론에 불을 지폈다. ▷관련기사: 소셜무대서 독자와 맞장…언론의 잇단 ‘헛발질’ 왜?

결국 한겨레 측과 해당 기자가 공식 사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감정의 골은 쉬이 해소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한걸레’(한겨레+걸레)와 ‘가난한 조선일보’라는 비아냥거림이 이를 대변한다.

한겨레의 이같은 곤혹스런 상황은 결국 언론의 원칙과 기준을 동일하게 지켜나가는 태도로 타개해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최 교수는 “지지층이 문 대통령의 정책·활동에 대한 비판적 논조 자체를 막아서는 건 잘못된 일이지만, (부인 호칭과 관련해) 한겨레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면이 있다”며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되 원칙과 기준을 동일하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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