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휘둘리던 지상파 3사, 뿌리째 바뀔까
정권에 휘둘리던 지상파 3사, 뿌리째 바뀔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09.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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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폭로 잇따르며 SBS 회장 사임…KBS·MBC 정상화 여부 주목

[더피알=박형재 기자] 지상파 방송 3사 경영진들이 잇따라 코너에 몰렸다. 윤세영 SBS 회장은 ‘보도지침’ 논란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역시 노조 총파업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도국 간부에게 “대통령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윤세영 SBS 회장이 회장직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한다. 윤 회장은 11일 담화문을 통해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부득이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하면서 “언론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지만 이런 저의 충정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윤세영 sbs 회장이 2015년 5월20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앞서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4일 “윤 회장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보도국 간부들에게 노골적으로 정권 편향 보도지침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8뉴스’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5년 1월1일부터 2016년 10월24일까지 662일간 532건의 박근혜, 청와대 관련 보도를 쏟아내 거의 매일 ‘땡박뉴스’를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국내 유력 민영방송 창업주가 권력의 입맛에 맞는 편향보도를 지시했다고 시인하고 물러남에 따라 총파업 9일째를 맞은 KBS·MBC 경영진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KBS와 MBC 노동조합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 참여 인원은 KBS 3700여명, MBC 18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 역시 SBS와 비슷하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등 이슈에 대해 편파·왜곡 보도가 심각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어용방송’으로 변질된 공영방송이 정상화하려면 경영진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내부 폭로가 파업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SBS와 유사하다. 지난달 8일 언론노조MBC본부는 카메라 기자 65명에 대한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문건에는 MBC 기자들을 정치 성향과 노조 활동 등으로 등급을 매겨 사측의 인사 정책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kbs, mbc 공동파업과 언론노조 총력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지상파 3사가 모두 정치적 이슈로 구설에 오른 것은 씁쓸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뉴스 공정성을 회복하고 편집권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윤세영 회장 사임이 공영방송 경영진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전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영방송인 SBS와 공영방송인 KBS·MBC 사정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윤 회장은 경영적 판단에 의해 물러난 것이고, KBS·MBC 사장들은 정치적 이유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윤 회장은 ‘보도지침’ 논란이 더 커지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회사지키기 차원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반면, 고대영·김장겸 사장의 경우 이들이 사퇴하면 난감한 보수진영과 이해가 맞닿아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역시 “윤 회장 사임은 ‘소나기는 피하고 가자’는 측면이 크고, 다른 공영방송 사장 거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공영방송이 정권에 휘둘리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정치권에서 임명하는 거버넌스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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