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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_경험은_어디에서_오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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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7.09.1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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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사용자 삶 전체 조망하는 유저 시나리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휴가철 워터파크는 언제나 물 반 사람 반의 기억이 지배한다. 지난 여름 짧게 얻은 휴가에서 그저 리조트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즐긴 이유이다.

어린 딸과 가기에 극성수기 워터파크는 아무리 즐거움을 담보로 하더라도 (적어도 내겐) 무모한 도전이다.

그러다 하남에 있는 복합몰 내 워터파크에 가게 됐다. 얼마나 깔끔하고, 새로운 시설이 있는지 (심지어 뷰조차도)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각 공간에서 설계된 경험들을, 사람에 치이거나 줄을 서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 없이 온전하고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제한된 인원이 입장하도록 한 덕분이었다.

소비자의 총체적 경험을 고려한 잘 짜인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다. 어떤 시설과 서비스 혹은 프로모션이 제공되는지는 부차적이다. 그건 단지 제시되는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모든 얼개가 갖춰진 최종적인 경험만이 온전한 평가이며 자발적 확산을 이끌어내는 기본 콘텐츠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완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얼개는 (역시나 적어도 내겐) 인원제한이었던 것이다. 인원제한이야 어디라도 하겠지만, 실제로 얼마의 인원으로 제한하는지는 운영 목적을 비롯한 총체적 경험 설계에 달려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곳은 워터파크에서 발생하는 단일 수익이 아니라, 쇼핑 테마파크를 지향하는 이 복합몰의 핵심 테넌트(임대 매장) 중 하나이기에 성수기에조차 유지되는 일관된 경험 관리에 철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상당히 만족한 나같은 고객은 과연 좋더라는 소문을 나르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된다. 이런 바이러스가 공급자에게 특히 유익한 이유는, 아무에게나가 아니라 상당히 유사한 취향의 타깃 그룹에게 유포하기 때문이다.

지인에게 전달되는 신뢰도는 적어도 TV CF보다는 높지 않겠나 싶다. 이쯤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제한된 인원으로 발생하는 수익 감소가 고객들의 자발적 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벌충될 것이다. 만족된 경험이 주는 힘은 꽤 강력하다.

밀려난 단어 ‘기억’

브랜드 경험이란 단어가 처음부터 중요하게 대두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브랜딩 업계에 들어왔을 때 중요한 단어들이 따로 있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덴티티라거나 차별화 등이다.

돌아보면 그때는 그러한 단어들의 목표가 ‘눈에 띄는 것’으로 수렴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워낙 브랜드가 범람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좀 더 살펴보자면 그 ‘눈에 띄는 것’도 실은 수단일 뿐이고, 그보다 상위의 목표는 ‘기억하게 하는 것’에 있었다.

눈에 띄는 브랜드와 눈에 띄는 커뮤니케이션(이를 테면 TV CF나 옥외광고)을 통해 기억 속에 팍 꽂혀서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이 과업 중에서도 중요한 목표였다. 그래야 다른 경쟁 브랜드를 기억에서 소거하거나, 이른바 상기도에서 순위 역전을 하고, TV에서 본 제품을 매장에서 떠올려서 구매하게 하는 것들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업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던 빈도 높은 키워드는 아니었으나, 나는 차별화라는 단어는 결국 기억으로 귀결되는 도구라고 느꼈다.

미디어의 변화는 브랜딩 화두를 기억에서 경험으로 옮겨왔다.

경험이라는 단어가 이 ‘기억’이라는 단어를 밀어내기 시작했던 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처럼 개인 미디어가 떠오르는 시점과 일치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그러한 개념이나 중요성의 설파가 없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어느새 미디어 생태가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이제는 그냥 정해진 매체에 돈을 쏟아 붓는 것, 그리고 그 매체에서 ‘눈에 띄기 위한’ 크리에이티브에 목숨을 거는 일만으로는 새로운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소셜미디어, 혹은 언드미디어(earned media)를 새롭게 발견한 공급자들이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접근만큼은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TV CF와 똑같이 눈에 띄는 콘텐츠로 시선을 주목시키고자 했고 광고비를 투입했다. 물론 숫자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MBC에 줄 돈을 페이스북에 줄 뿐이다.

페이드미디어(paid media)와 똑같은 접근은 새로운 미디어 생리에 어울리는 접근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 콘텐츠들을 열심히 퍼 나르는 사람들 대다수가 고용된 알바들에 불과한 상태에서는 미디언스(미디어 + 오디언스 = 듣기만 하던 청중이 미디어가 된 시대) 폭발력에 필수 요소인 자발성이라는 것이 상실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 이러한 자발성의 심지는, 바로 미디언스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경험이라는 콘텐츠이다.

제품 하나만 끝내주게 잘 만들면 된다는 장인정신 같은 정공법도 같은 시기부터 효력을 크게 잃었다. 이것도 경험과 연관이 돼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제품만 잘 만드는 걸로 끝이 아니다. 경험의 범주는 이제 단순한 사용 경험을 더 크게 아우르고 있다. 단지 박스를 뜯는 순간을 넘어, 심지어 제품을 사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줄을 서는 순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시작된다.

지난 2015년 겨울 h&m과 프랑스 브랜드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일어난 대란. 한정판 콜렉션을 사기 위한 긴 대기열이 만들어졌다.

경험을 나누는 방식이 달라졌다. 더 잘게 쪼개지고 더 생생해졌다. 어쩌면 가장 진화된 건 자신의 경험이 타인의 간접경험으로 이전되는 방식일 것 같다. 경험의 범주는 확장되고, 그 안 모든 시나리오와 스토리가 언제든 사진과 짧은 글로, 영상으로 확산될 준비를 갖췄다.

인스타와 스냅챗,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말이다. 품질에 근거한 경험적 평가는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그것이 꼭 경험의 희소함이나 주목력을 담보한다는 건 아니다. 같은 값에 더 좋은 품질이라는 가성비만큼이나 사람들은 같은 값에 색다른 경험을 갈망하기도 하니까.

더 잘게, 더 생생하게

아마도 브랜드 경험이라는 것 자체가 경쟁력은 아닐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했을 때 너도나도 그럴듯한 브랜드 스토리 하나를 가공해 홈페이지 메뉴에 담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되지는 않지만, 경쟁을 이끌어갈 구도는 있다.

예를 들어 IT 기술들은 분명 브랜드 경험 자체를 보완하거나 강화, 혹은 확장하고 있다. 본질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또한 공간이 가장 강력한 충성의 매개가 되는 경험 접점 중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경험이라는 것은 구매나 사용 이전과 이후까지를 반드시 포괄한다. 그래서 브랜드의 유저 시나리오는 사용자의 삶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그럼 이러한 모든 것을 충실히 이행하면 그 브랜드는 성공할 것인가? 아니다. 부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경험 이전에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먼저 세팅돼 있어야 한다.

경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소비의 결과라는 한정된 가치에서 강력한 확산의 매개가 된다는 측면으로 공급자들에게 재발견됐을 뿐이다. 그 재발견된 것을 제대로 쓰고 싶다면, 무엇을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로서 더욱 또렷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경험을 말할 때, 진짜 경험을 통해 살아남는 브랜드들의 레퍼런스는 이미 충분히 쌓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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