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홍가혜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제2, 제3의 홍가혜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09.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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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언론보도로 불붙은 마녀사냥 , 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인가

[더피알=강미혜 기자] 180도 다른 사실관계로 여론을 들었다놨다 했던 ‘240번 버스’ 논란. 집단지성의 상징과도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집단적 마녀사냥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는 ‘단독’ 타이틀이 붙은 언론보도가 있었다. 카더라 통신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데 방점을 찍는 역할을 언론이 한 것이다.

언론발 ‘가짜뉴스’로 무고한 시민이 여론재판을 당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잊고 있던, 정확히 말하면 무관심했던 ‘옛날뉴스’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3년 5개월, 1551일 만에 가려진 진실에 관한 소식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수색 작업을 비판한 방송 인터뷰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됐던 홍가혜씨 얘기다. 스포츠서울은 1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홍가혜씨 관련 내용에 대하여 알려드립니다’라며 잘못된 보도 행위를 낱낱이 고했다.

이에 따르면 스포츠서울은 2015년 세월호 사건과 무관한 가십성 보도를 통해 ‘걸그룹 사촌언니 사칭’ ‘연예부 기자 사칭’ ‘야구선수 애인행세’ ‘수상한 과거행적’ ‘도쿄 교민 행세’ 등 홍씨의 사생활에 관한 여러 의혹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전부 거짓으로 판명 났다. 스포츠서울은 당시 기사들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허위 사실을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수차례 보도”한 결과물이었음을 시인하며, “그로 인하여 홍가혜씨는 ‘거짓말쟁이’로 인식되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 잘못된 기사로 홍가혜씨와 홍가혜씨 가족들에게 큰 피해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홍가혜씨 보도에 대한 스포츠서울의 사과문 전문. 네이버 뉴스 화면 캡처

3년여 만에 구구절절한 사과가 이뤄졌음에도 송두리째 뒤틀려버린 한 개인의 삶이 회복되기까지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건 속보경쟁과 낚시기사로 클릭수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언론계 풍토에선 언제고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홍 씨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녀의 딱지를 붙이라고 나선 건 국가기관과 언론이었고 사람들은 동조로 제게 그 딱지를 붙였다”면서 “정말 많은 것을 잃어버린 시간인데 언제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는 현실이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온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기업이 의도성을 갖고 ‘나쁜 짓’을 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그 죄를 따져 묻는다. 민사상 손해액뿐만 아니라 형벌적 금액까지 포함시켜 과징금 폭탄을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예방에 있어 그 어떤 제재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책임을 넘어 악의적이기까지 한 보도로 인한 개인의 피해를 지켜보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범위를 언론으로까지 넓혀 요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조적 고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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