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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로 환산 불가 ‘팬덤의 경제학’강력한 소비력‧역주행 가능케 하는 응집력…사회와의 소통행위로도 진화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 명동에서 운영된 워너원 팝업스토어에 들른 한 팬은 굿즈 구입에 12만원을 썼다. 취업준비생인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돈은 한 달 60만원. 이 가운데 무려 5분의 1을 굿즈 구입에 사용한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수많은 제품 가운데 맘에 드는 것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골랐지만, 장바구니엔 같은 제품이 두 개씩 담겼다. 아이돌 굿즈는 물론 피규어, 운동화, DVD 등 물품을 수집하는 덕후들의 경우 사용하는 제품 한 개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보관하는 용도로 하나를 더 사는 것이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팬덤의 소비력은 품목이나 금액, 소비 방식 등 전반에 걸쳐 일반적인 경제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정판 굿즈를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신은 양말, 즐겨 먹는 간식까지도 생활에 공유하고픈 열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원하는 굿즈가 없을 때에는 직접 제작에 나설 정도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덕분에 한국 팬들의 촬영 실력은 수준급으로 정평이 났다. 찍덕(사진 찍는 덕후)은 애정 가득한 한 컷의 사진을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 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어떻게 찍어야 내 스타가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지 아는 팬심이 더해져 고퀄의 사진이 완성된다. 그런 내공을 인정받아 연예매체 사진기자로 채용되는 찍덕이 나오는가하면, 내한했던 배우 톰 히들스턴의 경우 공항에서 팬이 찍은 사진을 공식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하기도 했다.

SM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굿즈가 판매되는 ‘SMTOWN 코엑스아티움 SUM’ 매장의 모습.

이렇듯 팬들은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팬덤 특유의 문화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좀 과장해서 말하면 죽어가던 콘텐츠를 되살리거나 듣보잡 브랜드를 뜨게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 되기도 한다.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역주행하고 있는 데에도 팬덤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거대 팬덤을 거느린 엑소(EXO)와 같은 무대에 선 김연자를 본 팬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노래로 입소문을 타며 스트리밍이 증가한 것. 덕분에 일반인들도 이 노래를 듣게 됐고 급기야 김연자는 2013년 발표된 곡으로 2017년에 다시 활동을 하고 있다.

소비자·광고주·매니저 一인多역

콘텐츠 역주행을 만들어낸 엑소 팬덤은 브랜드 성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엑소를 모델로 기용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매출액 1284억원에서 2013년 1717억원, 2014년 2552억원으로 각각 33.7%와 48.6% 성장을 보였다. 엑소의 사진이 새겨진 제품이나 브로마이드를 받기 위해 매장으로 몰려간 팬심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팬들은 충분한 구매력을 눈으로 보여줘야 자신들의 아이돌이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모델로 어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애정을 쏟고 있는 스타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팬덤 스스로 마케터를 자처하고 나서기도 한다.

일례로 얼마 전 표지모델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을 내세운 시사주간지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패션지 커버가 익숙한 팬들 눈에는 디자인 감각이 다소 부족해 보이고, ‘왜 강다니엘인가’란 표지제목 아래 ‘미국이 전쟁을 결심할 때’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문구가 적혀있음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 됐다.

워너원의 강다니엘을 표지로 한 주간조선 2470호.

단순히 잡지 속 사진을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시사지라는 익숙하지 않은 매체에서 나의 최애(最愛·최고로 사랑하는) 아이돌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더 나아가 혹여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바로잡기 위해 직접 미디어와 접촉하는 일도 불사하며, 스타와 관련한 기사 소스를 기자에게 제보하기도 한다. 소속사가 하던 일을 팬들이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덤은 스타와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스타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스타의 생일이나 앨범 발매 혹은 작품 방영을 축하하는 광고를 직접 집행하거나 스타의 이름으로 대신 기부하는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0년 무렵부터 팬클럽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지하철 아이돌 광고가 최근 1~2년 사이 대폭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 6월 660매가 판매돼 지하철 1~8호선 전체 판매수량 기준 1.5%, 광고료 기준 12.2%의 비중을 차지했다. 7월에는 236매 판매로 비중은 다소 낮아졌으나 광고료 기준 7.6%로 여전히 적잖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같은 아이돌 광고는 여타 지하철 광고에 비해 단가가 높다. 대형 조명광고나 디지털 포스터와 같이 매체비가 비싸더라도 시선을 끌 수 있는 좋은 위치, 큰 사이즈의 광고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아이돌 광고가 활발해지는 데는 Mnet ‘프로듀스 101’이 큰 역할을 했다. 101명의 연습생 가운데 최종 데뷔할 11명을 시청자 투표로 선발하는 프로그램 포맷에 따라, 많은 대중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얼굴을 알리는 광고를 팬들끼리 경쟁적으로 집행하게 된 것이다.

팬덤은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기부 등 선행에도 활발하다. 캠페인을 통해 나무를 심는 트리플래닛의 경우, 현재 전체 숲 가운데 스타숲이 20% 정도나 된다. 지난 2012년 2NE1의 스타숲이 최초로 조성된 이후 수많은 팬덤이 뒤따라 동참하고 있다.

서울로 7017에 자리한 젝스키스의 반려나무.

이에 대해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는 “팬덤의 조공(연예인에게 보내는 선물) 문화가 성숙해지면서 고가의 선물보다는 쌀화환이나 우물 기증, 연탄 배달 봉사를 펼치는 등 공익적인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특히 숲의 경우 공공성이 있는 것은 물론, 스타의 이름으로 된 공간이 남아 찾아갈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7017은 숲 기부와 광고가 결합된 듯한 반려나무 입양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로 7017에 자리한 반려나무를 입양하면 스타의 이름과 축하 메시지가 적힌 현판이 설치되고, 인천수도권매립지에 느티나무를 심어준다. 특히 서울로 7017은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라 수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광고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스타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이런 행위는 몇몇 스타들이 조공을 거부하거나 소속사에서 금지하기 시작함에 따라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조공 경쟁이 치열해지며 고가품으로 도배되거나, 스타가 팬들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방지한 것이 긍정적인 팬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과거 스타에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비용을 지출하거나, 과하게 몰입해 모든 시간을 따라다니는 데 소비하는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반면 요즘은 팬덤 공동체 활동을 하며 함께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고 긍정적 행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계속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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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최애#굿즈#역주행#지하철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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