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호’ 강화 공정위, 개인 초상권 침해엔 ‘둔감’
‘을 보호’ 강화 공정위, 개인 초상권 침해엔 ‘둔감’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0.02 1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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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여성 사진 포함한 보도자료 배포했다 뒤늦게 시정…취재 들어가자 말 바꾸기도

[더피알=서영길 기자]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칼을 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개인 초상권을 침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을(乙)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는 공정위가 가장 기초적인 국민의 기본권을 간과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허위·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한 성형외과, 치과 등 9곳을 적발해 과징금 및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내렸다. 특히 이들 병원 중 두 곳의 성형외과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성형 전·후 비교 사진이 동등한 조건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며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해당 광고가 성형 효과를 부풀린 과장광고에 해당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초상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 연합뉴스 기사 메인사진(왼쪽)과 수정 후 사진.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형 전·후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배포했다. 해당 사진의 당사자인 여성들의 동의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기자들이 기사 쓰는데 도움이 되게 하려 자료(사진)를 포함해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초상권과 관련해선 전혀 개념이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사실을 알게 된 한 피해 여성이 항의하자 공정위는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기존 보도자료에서 관련 사진들을 삭제한 후 재게시했다. 또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에도 기사에서 해당 사진을 빼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 등의 검색사이트 특성상 한 번 노출된 기사 이미지를 완전히 삭제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해당 여성들은 타의에 의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온라인 문신’을 남기게 됐다. 병원과의 동의하에 한정된 곳에서만 보이던 자신의 성형 전·후 모습이, 여러 언론에 자료로 사용되며 무차별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더피알>이 성형외과 광고와 관련한 다른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초상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기사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자료 사진을 달라는 취재 요청에 대해 공정위 박준영 조사관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라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며 “기자 뿐 아니라 시민단체, 국회에서도 요구를 받는데 공개를 안 하고 있다. 법에도 근거가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애당초 사진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직접 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기사에 해당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참고만 할 것이라는 거듭된 설명에도 박 사무관은 “자료를 받고 싶으면 정식으로 정보공개 요청하거나 변호사랑 상담하라”는 말만 하며 거부했다.

공정위는 취재 과정에서 개인의 초상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거짓말로 사건을 덮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의 이번 사안은 정부나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 초상권 침해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양재규 변호사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경찰이나 소방서 등 국가기관에서 언론에 자료를 뿌려 개인의 초상권 침해가 일어나는 경우는 많이 있다”며 “자살 사건이라든지 인명 구조시 본인 동의 없이 신원이나 얼굴이 공개된 사례 등이 그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개인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해 사후 보상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양 변호사는 “최소 4~6개월이 걸리는 재판 과정을 감수해야 할 뿐더러 손해배상액도 크지 않아,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드러나지 않는 사례까지 합하면 (초상권 침해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언론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말 바꾸기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대외용으로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 들어간 사진을 ‘직무상 알게 된 정보라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것’으로 설명한 것 자체가 거짓 답변에 해당한다. 양 변호사는 “공익을 위한 정당한 취재 요청에 공무원이 실수를 덮으려 한 상황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며 “취재에 혼선을 줘 국민의 알권리를 막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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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2017-10-02 12:59:40
존경하는 김상조위원장님 이번 롯데마트 삼겹살갑질사건 꼭 확인해보셔야합니다 중소기업개인을 상대로 법무팀도 있는 롯데가 대형로펌 두곳이나 선정하는 경우 자체가 불공정입니다 전원회의 결과 재조사 나왔다는데 꼭 들여다 보시면 대기업봐주기식이나 전관예우일 가능성도 큽니다 부탁드립니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요 어찌 법무팀도 있는 롯데가 하도급계약을 해놓고 계약대로 그대로 이행시켰는데 잘못계약했다하고 그어처구니 없는 말이 받아들여져 하도급이 맞는지부터 재조사 나왔다는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같은 전철을 밟는거 같아 걱정이 많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