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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_필요하지_않은_시대의_마케팅1
#아무것도_필요하지_않은_시대의_마케팅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10.17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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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상품 퀄리티→플랫폼 경쟁력→제안의 능력 시대로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굿즈의 전성시대다. 굿즈(Goods)란 말 그대로 상품을 의미하지만 최근엔 도서, 영화 등 문화 분야의 파생 제품을 뜻한다. 과거엔 책을 사면 얹어주는 ‘사은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굿즈가 주인공이다.

굿즈의 인기는 대단하다. 책이나 영화 콘텐츠보다 더 화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굿즈를 수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온라인 서점의 서열도 바꿔놓았다. 굿즈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알라딘은 2016년, 인터넷 교보문고를 누르고 업계 2위에 올랐다. 2014년 굿즈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인터넷 중고서점으로 유명한 알라딘에서 제작한 굿즈. 출처: 공식 홈페이지

알라딘이 진행하는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굿즈가 마음에 들어서’ 책을 구매한다는 응답은 2016년 12%로 ‘가격’과 ‘중고 서비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4년 이렇게 응답했던 사람은 단 1%였다.

맥락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굿즈 열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은 단순하다. ‘책을 사는 새로운 맥락이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책을 사는 ‘새로운 이유’이다.

굿즈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책을 만드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게 당연한 것에 집중한다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새로운 시장 또한 열리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본품보다 굿즈라고 전해라

마케터라면 새로운 맥락을 ‘이해’하는 데서 한발 더 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면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맥락을 ‘발견’해야 한다. 이게 문제다. 새로운 맥락은 대다수 사후에 발견된다. 알라딘 마케터의 말처럼 “딱히 계획적으로” 굿즈 마케팅 전략을 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책 갖고 장난한다’고 욕먹지 않을까 걱정”하며 시작된 일이다.

알라딘 굿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전 마케터를 당황스럽게 했던 마이보틀, 허니버터칩 그리고 순하리 열풍은 어떠한가.

sns에 올라온 마이보틀 이미지.

별 특징도 기능도 없는 투명 물병이 인스타그램을 타고 히트상품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제야 인스타그램을 주목하고, 말보다 ‘보여주기’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를 발견하게 됐다. 마이보틀은 그저 투명할 뿐이어서 담는 내용물로 나를 표현하기에 더 없이 좋은 오브제였던 것이다.

허니버터칩과 순하리 열풍은 생산물량과 유통경로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SNS를 통해 들어는 봤지만 도통 구하기 힘든 제품을 구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됐고, 어찌어찌해서 구했다는 각자의 무용담은 SNS를 통해 속속들이 생중계됐다. 재미있는 놀이가 어쩌다 히트상품을 낳은 것이다. ▷관련기사: 허니시리즈, 어디까지 갈래?

무엇 하나 전략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성공이 있었고 우리는 ‘SNS’와 ‘경험’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사후에 이해했을 뿐이다. 물론 그 이해조차 쉽지는 않았다.

예기치 못한 성공을 기대하거나,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것, 어느 것도 마케터의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맥락(context)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는 것이 시장을 여는 것, 말 그대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제안의 힘

일본의 츠타야(Tsutaya)서점을 만든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는 소비사회의 변화를 3단계로 요약한다. 그가 책과 책이 아닌 제품을 함께 진열하는 츠타야서점을 만들게 된 이유 역시 이 변화와 관련이 있다.

첫 단계는 퍼스트 스테이지(1st stage). 물건이 부족한 시대, 그래서 만들면 팔리는 시대다. 상품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 ‘최고의 맛과 정확한 양’의 라면(삼양라면)이라든가 ‘걸면 걸리는’ 휴대폰(걸리버)까지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다.

다음은 세컨드 스테이지(2nd stage). 상품이 넘쳐나 파는 장소, 즉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다. 여전히 상품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오늘날 마케터는 고객에게 '선택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드 스테이지(3rd Stage)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상품도 플랫폼도 넘쳐나는 시대다. 상품은 용도를 충족하는 정도를 넘어 매우 높은 수준에서 품질이 평준화됐다. 플랫폼도 그 자체로서의 차별성이 매우 작아졌다.

지금은 오픈마켓이냐 소셜커머스냐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대다수 기업이 온·오프 플랫폼을 모두 운영하면서 플랫폼 자체가 주는 가치 역시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상품도 플랫폼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마스다 무네아키의 표현을 빌자면 이제 필요한 것은 ‘제안 능력’이다. 고객에게 ‘선택의 기술’을 제공하는 능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제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는가, 어디서 사는가가 아니라 왜, 어떻게 사는가이다. 과거와 달라진 소비의 이유와 방식을 이해해야 고객에게 새로운 맥락을 제안할 수 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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