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만든 열린 소통
신뢰로 만든 열린 소통
  • 이명주 (myqwan@the-pr.co.kr)
  • 승인 2011.04.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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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生生홍보

‘소통’ 의 잔잔한 파동

지방 사업장에서 진행하는 행사 때문에 출장을 가게 됐다. 오랫만에 9호선을 탔다. 급행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보니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정감 있게 디자인된 게시판에는 ‘모날 모시에 고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고객이 얘기한 이러저러한 의견은 반영을 하고, 어려움이 있는 것들은 계속 개선 노력을 할 것’ 이라는 내용이 정리돼 있었다.

특이할 것도 없는 게시판이었지만 괜시리 눈길이 갔다. 몇 주 전에 ‘보다 편리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해 고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 이라는 안내 게시판을 봤기 때문이다. ‘아하, 그때 그렇게 공지를 하고 모임을 갖고, 저런 의견들이 나와 이렇게 하기로 했구나’ 하는 메시지가 시간 간격 없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부분 모임 예고와 모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를 다시 게시판에 담아 붙여놓으니 고객 입장에서 진실성이 느껴졌다.

‘소통’ 방법은 무수히 많겠지만, 진정한 마음과 신뢰를 담은 메시지는 그 무엇보다 큰 영향력을 미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매체가 대세를 이루는 요즈음에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 방법은 정감있게 느껴졌다. 대화의 모임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들의 의견이 반영된 게시판을 보며 주변인이 아닌 중심인으로서 9호선을 위한 소중한 커뮤니케이터가 될 것이다.

함께 쌓아간 신뢰(trust)는 어느 순간 긍정의 힘으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 조직과 공중 사이의 신뢰는 갈등해결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중재하고, 조직이 균형적이거나 윤리적이고 혹은 쌍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할 경우 조직공중 관계성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한다(Huang, 1999). 그래서 모든 조직은 사내 임직원부터 사외 공중까지 평소에 신뢰를 쌓기 위해 다양한 소통의 툴(tool)을 활용한다.

피드백(feedback)의 어려움

언론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갑자기 모 언론사 기자가 전화를 했다. ‘모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던데, 인수금액은 얼마이고 인수목적, 향후계획은 무엇인지’ 등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것은 회사가 추진하는 주요 사안중 하나로 귀동냥만 했던터라 최종 결과가 어찌 됐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홍보팀에는 사내외 소통을 위해 확정된 사항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얼마 안된 경력에도 사실 확인을 빨리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경험했기에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를 해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어서 발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언젠가는 모 사업부문의 담당이 학습을 위해 모 기업을 방문하거나, 세미나에만 참석했는데도 바로 그날 이미 인수하기로 한 것처럼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사업부문에 전화를 하니 보도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먼저 공시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회사 주요 변동사항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시 준비, 보도자료 작성, 기자 답변을 한꺼번에 하느라 숨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막상 보도자료를 만들고 나니 언제 송부하는 것이 좋을지가 또 다른 과제였다.

고민 끝에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먼저 기자와 협의하는 것이 좋고, 마감시간 즈음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보도자료를 보내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의논 끝에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출입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마감이 지난 시간에 갑자기 보도자료를 받은 기자들에게서 엄청난 불평을 들어야 했다. 땀 흘리며 상황 설명을 했고 그렇게 그날 일은 마무리가 지어졌다.

벌써 오래전 얘기를 갑작스레 꺼내놓게 된 것은 어제 만난 모 기자 때문이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서 만났는데 왠지 화가 나 있었다. 까닭을 물으니 기사소스를 입수해 사실 확인을 위해 그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담당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5분 만에 전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더라는 것이다.

단독 기사를 놓쳤으니 무지하게 화가 나고, 평소 실무자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물론 실무자의 어려움도 이해를 해야겠지만’ 하고 한마디 덧붙이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서운함이 가시지 않을 표정이었다. 기자 문의에 답변할 때는 매번 어려움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늘상 하는 일인데도 참 어렵다.

소통의 건강한 울림 만들어야

홍보업무는 한마디로 ‘소통’ 으로 귀결된다. 사내, 사외 공중들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우리 조직을 알게 하고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드백(feedback)은 중요하다. 9호선 게시판은 고객이 보낸 물음에 정성어린 피드백으로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해가는 좋은 예이다.

좋은 목소리는 자신의 진성(眞聲)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밝고 자신감 있는 건강한 소리, 톤이 안정되고 떨림이 없는 소리는 상대방에게도 동일한 느낌을 안겨준다. 우리 조직에도 소통이 잘 되어 그런 건강한 울림이 전해오기를 바란다. 그럴려면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다시 한번 소통의 맥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명주

삼양사 홍보팀 홍보기획담당 부장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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